유족 김경학 화가 제안으로
40여 편의 시·산문 담아내
유가족·한국작가회의 참여
13일 무안공항서 출간 행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12월29일)를 앞두고 비극의 기억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추모 시집이 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시집은 유가족의 제안에서 출발해 전국 문인들이 동참하며 완성돼 잊혀져가는 참사의 진실을 기록하고 고인들을 기리는 문학적 증언의 성격을 가져 의미가 있다.
시집 기획의 출발점에는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경학 화가가 있었다. 그는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싸워온 인물이자 이번 사고로 딸 김애린 KBS광주 기자를 잃은 유가족이었다. 생전 시를 깊이 사랑했던 그는 한국작가회의 시인들과의 인연을 통해 "시의 힘으로 참사를 기억하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이 곧 시집 제작의 계기가 됐다. 그의 뜻은 유가족과 전국의 시인들로 이어지며 이번 작업의 중심축이 됐다.
이러한 연대로 만들어진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의 출간 나눔 마당이 13일 오후 4시30분 무안공항 실내에서 열린다. 시집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당시의 구조적 문제와 그 뒤에 가려진 고통을 다시 환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지난해 12월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해 활주로를 이탈하며 승객 179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은 사고는 공항 선정 과정과 조류 생태 경고를 외면한 의사결정이 빚어낸 참사였으나 12·3 불법계엄 정국 속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잊혀져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된 추모시집의 제목 '보고 싶다는 말'은 유가족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문장이다. '보고 싶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지만 이번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는 더 이상 건넬 수 없는 가장 절실한 언어로 새롭게 다가왔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 말이 지닌 비통함과 애틋함을 되새기며 함께 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그 김치는 내게 마지막 김치가 되었다. 냉장고 속 김치통은 조금씩 비어갔고, 익을수록 맛있어질수록, 살아나는 내 미각이 원망스러웠다. 어느 날, 김치통 바닥에 남은 몇 잎의 배춧잎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제 더는 엄마의 김장김치는 없다. 엄마는 죽었다.'(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윤미씨의 산문 '조각' 중에서)
시집에는 유가족 1명과 유가족의 친척 1명을 포함해 총 40명이 함께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 38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각자의 시 한 편을 실었다. 서울을 비롯해 강원·울산·광주·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이 참여했으며, 젊은 시인부터 중견 시인까지 폭넓은 구성으로 일반적인 추모시집의 관습적인 문법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언어와 감각으로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했다. 모든 참여자는 시와 함께 각자 '시인의 말'을 작성해 시집의 진정성을 높였다.
13일 열리는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 출간 나눔 마당은 묵념과 시집 전달식을 비롯해 추모시 낭송, 추모의 노래, 추모 산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집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 수령할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15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시적 감각으로 완성한 일상과 계절의 단상
384
시는 때로 시인 자신의 삶의 발자국과 시간들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새겨내기도 한다.임금남 시인의 시들은 일상의 순간들과 계절의 정경을 담아낸 단상들이 주된 기둥이다.임금남 시인이 제8시집 '당신을 표절하고파'(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각 소제목 아래 뚜렷하게 대비되는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시편들을 수록했다.시인은 해변의 생동감 넘치는 평화로움을 묘사하고, 때로는 뜻밖의 사고로 인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황을 그려놓기도 한다.또한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 그리움, 고독, 만남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탐색했다.그는 자연물에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해 사소한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이처럼 시들은 시의 특질을 고루 갖추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되도록 이미지 구현을 통해 사물을 보다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해놓고 있으며,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을 통해 싱그러움을 선물하고 있다."짠내 나는 그늘 맛이 좋아/ 파랗고 노랗고 붉은 여름의 생각들이/ 제 몸에 맞는 그림자를 펼치는/ 비치파라솔에서 마주 앉은 연인/ 커피잔에 얼음 사탕 등장에/ 오후의 태양/ 이맛살 찡그리며 물러선다// 가파른 허공의 물살에 길을 놓칠까 봐/ 비릿한 입술 앙다물고/ 맑은 지느러미 파닥거리며 달려온/ 한 무더기 갯바람/ 해물 한 동이 퍼다 부으며/ 탕 집 재촉하고// 바다 가까이 별장 한 채/ 시큼한 감정 뚝뚝 흐르는 절정이/ 푸른 문장으로 자라는 청포도 한 그루/ 사생활 보호하는 유전자가 제 키 늘리더니// 담장 너머 까치발 디디고/ 바깥 훔쳐보며/ 갈매기 울음 파도 소리에/ 탱글탱글 곱게 익어간다// 서성거리는 불면 속에서/ 날 선 의식의 끝자락 붙잡고/ 꽃피는 이력도 없이 잃어버린 그리움/ 한 소절 이어준 낙서 같은/ 잊지 못할 추억 한 페이지" ('바다가 손짓하는 여름' 전문)지나간 여름날의 추억은 풍성한 감각과 추억을 매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시간 속에 묻힌 그날의 풍경들은 언어로 되살아나 기억을 깨우며 읽는 이들의 머리를 파고든다.박덕은 시인은 "궁극적으로 그의 시들은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예기치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고 평했다.임금남 시인은 광주 광산구 임곡에서 태어나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아시아서석문학' 시·수필 신인문학상, '강원 시조' 시조 부문 문학상 수상, 포랜컬처 문학상 등을 받았고 그동안 시집 '보름달을 삼키다' 등 다수를 출간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시로 읊어낸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
- · 불법계엄·기후위기···돌아본 한 해 나아갈 한 해
- · "도서관서 놀면 어느새 나도 한강 작가가 된다"
- · 조선 천재시인 백광홍의 사상과 문학 담았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