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제주항공 참사 1주기 추모시집 발간

입력 2025.12.09. 15:11 최소원 기자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 발간]
유족 김경학 화가 제안으로
40여 편의 시·산문 담아내
유가족·한국작가회의 참여
13일 무안공항서 출간 행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12월29일)를 앞두고 비극의 기억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추모 시집이 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시집은 유가족의 제안에서 출발해 전국 문인들이 동참하며 완성돼 잊혀져가는 참사의 진실을 기록하고 고인들을 기리는 문학적 증언의 성격을 가져 의미가 있다.

시집 기획의 출발점에는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고(故) 김경학 화가가 있었다. 그는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싸워온 인물이자 이번 사고로 딸 김애린 KBS광주 기자를 잃은 유가족이었다. 생전 시를 깊이 사랑했던 그는 한국작가회의 시인들과의 인연을 통해 "시의 힘으로 참사를 기억하자"고 제안했고, 이 제안이 곧 시집 제작의 계기가 됐다. 그의 뜻은 유가족과 전국의 시인들로 이어지며 이번 작업의 중심축이 됐다.

이러한 연대로 만들어진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의 출간 나눔 마당이 13일 오후 4시30분 무안공항 실내에서 열린다. 시집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당시의 구조적 문제와 그 뒤에 가려진 고통을 다시 환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지난해 12월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해 활주로를 이탈하며 승객 179명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은 사고는 공항 선정 과정과 조류 생태 경고를 외면한 의사결정이 빚어낸 참사였으나 12·3 불법계엄 정국 속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잊혀져갔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안온북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된 추모시집의 제목 '보고 싶다는 말'은 유가족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문장이다. '보고 싶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지만 이번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는 더 이상 건넬 수 없는 가장 절실한 언어로 새롭게 다가왔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 말이 지닌 비통함과 애틋함을 되새기며 함께 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그 김치는 내게 마지막 김치가 되었다. 냉장고 속 김치통은 조금씩 비어갔고, 익을수록 맛있어질수록, 살아나는 내 미각이 원망스러웠다. 어느 날, 김치통 바닥에 남은 몇 잎의 배춧잎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제 더는 엄마의 김장김치는 없다. 엄마는 죽었다.'(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윤미씨의 산문 '조각' 중에서)

시집에는 유가족 1명과 유가족의 친척 1명을 포함해 총 40명이 함께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 38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각자의 시 한 편을 실었다. 서울을 비롯해 강원·울산·광주·제주 등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이 참여했으며, 젊은 시인부터 중견 시인까지 폭넓은 구성으로 일반적인 추모시집의 관습적인 문법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언어와 감각으로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했다. 모든 참여자는 시와 함께 각자 '시인의 말'을 작성해 시집의 진정성을 높였다.

13일 열리는 추모시집 '보고 싶다는 말' 출간 나눔 마당은 묵념과 시집 전달식을 비롯해 추모시 낭송, 추모의 노래, 추모 산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집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 수령할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15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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