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학진흥기관 두 번째 규모
기대승-퇴계이황 친필 편지와
호남 문화·역사 담긴 자료 풍부
"근현대 자료 수집에도 힘쓸 것"

한국학호남진흥원이 개원 8년 만에 한국학 자료 10만1천여 점 수집을 달성하며 전국 국학진흥기관 가운데 두 번째 규모의 소장 기관으로 우뚝 섰다. 특히 독립 청사와 전문 수장 시설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룩한 성과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평가된다.
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은 4일 올해 멸실·훼손 위기에 놓인 한국학 자료 1만4천455점을 추가로 확보해 누적 수집 자료가 총 10만1천696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짧은 기간 안에 한국학 원본 자료를 대규모로 확보한 결과다.

전국 국학진흥기관의 소장 규모를 보면 한국국학진흥원(안동시)이 68만여 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국학호남진흥원이 10만1천여 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논산시)과 율곡국학진흥원(강릉시) 등이 뒤를 잇는 가운데,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자료를 확보하며 호남지역 인문학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확보된 자료 속에는 호남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문화유산이 다량 포함됐다.
특히 1389년에 무학대사가 간행한 불경 사전인 '장승법수'와 1452년에 간행돼 현재까지 같은 판본이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인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과 같은 불교 자료가 눈에 띈다. 또한 1434년에 김수연 장군(1419~1455)에게 발급된 무과 합격 증서로 호남에서 가장 오래된 무과 합격증인 '김수연 왕지'를 비롯해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의 왕복 편지를 수록한 기대승의 친필본 '양선생문답'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를 소장했다.

호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자료도 풍부하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끌려간 수은 강항이 기록한 친필 포로 일기 '간양록'은 당시의 참상과 일본의 정세를 기록한 희귀본이다. 또한 1756년 나주 풍산 홍씨 문중 홍수원의 아내 진원 오씨와 며느리 진주 정씨가 작성한 한글 조리서 '음식보'는 전라도식 식재료와 조리법을 가장 오래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호남 미향(味鄕)의 가치를 증명한다. 호남 실학자 존재 위백규가 제작한 목판과 초안인 '환영지 목판'은 독도가 표기된 천하도를 수록하고 있으며, 그 당시 정조에게 진상됐던 기록으로 남아 있는 희귀본이다.
이와 함께 한국학호남진흥원이 보유한 문화유산은 현재까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 1천676점,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유산 18점 등 총 2천91점에 달하며, 신규 자료 중에도 국가유산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어 향후 학술집담회를 거쳐 순차적으로 보물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만난 홍영기 원장은 독립 청사와 전문 수장 시설이 없는 현재의 환경을 언급하며 "수장고 건립을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의 결단을 요청드린다"며 "진흥원은 현재 DB 구축뿐만 아니라 PDF 파일 등을 누리집에 탑재해 연구자들이 쉽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AI와 연계해 일반 시도민들도 쉽게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디지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문헌뿐만 아니라 서화 등 예향의 자료, 그리고 아파트 문화로 인해 멸실 위기에 놓인 근현대 사진 자료 수집에도 유념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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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감각으로 완성한 일상과 계절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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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때로 시인 자신의 삶의 발자국과 시간들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새겨내기도 한다.임금남 시인의 시들은 일상의 순간들과 계절의 정경을 담아낸 단상들이 주된 기둥이다.임금남 시인이 제8시집 '당신을 표절하고파'(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각 소제목 아래 뚜렷하게 대비되는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시편들을 수록했다.시인은 해변의 생동감 넘치는 평화로움을 묘사하고, 때로는 뜻밖의 사고로 인한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황을 그려놓기도 한다.또한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 그리움, 고독, 만남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탐색했다.그는 자연물에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해 사소한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이처럼 시들은 시의 특질을 고루 갖추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되도록 이미지 구현을 통해 사물을 보다 생생하고 생동감 있게 해놓고 있으며,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을 통해 싱그러움을 선물하고 있다."짠내 나는 그늘 맛이 좋아/ 파랗고 노랗고 붉은 여름의 생각들이/ 제 몸에 맞는 그림자를 펼치는/ 비치파라솔에서 마주 앉은 연인/ 커피잔에 얼음 사탕 등장에/ 오후의 태양/ 이맛살 찡그리며 물러선다// 가파른 허공의 물살에 길을 놓칠까 봐/ 비릿한 입술 앙다물고/ 맑은 지느러미 파닥거리며 달려온/ 한 무더기 갯바람/ 해물 한 동이 퍼다 부으며/ 탕 집 재촉하고// 바다 가까이 별장 한 채/ 시큼한 감정 뚝뚝 흐르는 절정이/ 푸른 문장으로 자라는 청포도 한 그루/ 사생활 보호하는 유전자가 제 키 늘리더니// 담장 너머 까치발 디디고/ 바깥 훔쳐보며/ 갈매기 울음 파도 소리에/ 탱글탱글 곱게 익어간다// 서성거리는 불면 속에서/ 날 선 의식의 끝자락 붙잡고/ 꽃피는 이력도 없이 잃어버린 그리움/ 한 소절 이어준 낙서 같은/ 잊지 못할 추억 한 페이지" ('바다가 손짓하는 여름' 전문)지나간 여름날의 추억은 풍성한 감각과 추억을 매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시간 속에 묻힌 그날의 풍경들은 언어로 되살아나 기억을 깨우며 읽는 이들의 머리를 파고든다.박덕은 시인은 "궁극적으로 그의 시들은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예기치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있다"고 평했다.임금남 시인은 광주 광산구 임곡에서 태어나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아시아서석문학' 시·수필 신인문학상, '강원 시조' 시조 부문 문학상 수상, 포랜컬처 문학상 등을 받았고 그동안 시집 '보름달을 삼키다' 등 다수를 출간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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