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언어와 목소리로 그려낸 삶의 쓸쓸함

입력 2025.11.25. 15:12 최민석 기자
임린 시집 '아픈 손가락' 출간
굳건하고 다양한 시어로 생각 표현
서정적 정통성에 존재론 경향 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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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결국 시인이 언어를 매개로 창조하는 세계관이다.

그래서 시는 시인 자신이기도 하며 그의 눈에 비친 사물과 풍경의 모습이기도 하다.

광주 출신 임린 시인이 두번째 시집 '아픈 손가락'(시와사람刊)을 펴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굳건하고 다양한 시어로 생각을 풀어낸 시편들을 담았다.

그의 언어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적 다양성으로 출발, 독자들을 때로 당황시키는 시의 향연을 펼쳐냈다.

"사선으로 꽂히는 부리/ 아스팔트 고인 물 위로 팽귄처럼 몰려 다닌다/ 점액질 발은 바나나에 미끌린다/ 문방구 처마 밑에 후줄근히 물끼를 털면/ 구름의 공동묘지에 광견이/ 어둠을 무섭게 찢어 발리던 날/ 한 점 어머니/ 십리 장터 좌판 변변치 않은 채물에 비닐을 씌우고/ 그 안에서 비 개이기를/ 웅크리고 같이 졸고 있었다/ 나는 빈한하고 깜깜한 제2강 목차로 태어나/ 그 어머니 자식이/ 어머니 덕분에 조그만 도시/ 엘이디 불빛 밑을 서성이고 있다/ 이런 날/선생질하는 내 책가방에서는/ 뚝뚝 문장 같은 빗물이 떨어지고/ 옛 강 위에 은하수는 깜깜히 빛나/ 멀고도 선명하게 몸뻬 입은 한 여인이/ 복사되었다//"(수록시 '빗물' 전문)

그의 시들은 단단한 언어와 목소리로 이어지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과 사물의 언어적 상관성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이는 김소월의 서정적 정통성, 백석의 사물시 계통, 최근 한국 시단에서 두드러진 '존재론적 경향' 등을 반영한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종 시인은 "그의 시편들을 굳이 짧은 문장으로 요역하자면 쓸쓸함을 노래하되, 쓸쓸함에 잠기지 않는 시라는 사실"이라며 "부재와 상실을 언어로 담아낸 그의 문학적 도정에 이번 시집이 괄목할만한 성과였음은 분명하다"고 평했다.

임린 시인은 지난 2018년 '시와사람'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과 시와사람 시학상을 받앗다.

시집으로 '시(時)와 시(詩)'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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