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하고 다양한 시어로 생각 표현
서정적 정통성에 존재론 경향 가미

시는 결국 시인이 언어를 매개로 창조하는 세계관이다.
그래서 시는 시인 자신이기도 하며 그의 눈에 비친 사물과 풍경의 모습이기도 하다.
광주 출신 임린 시인이 두번째 시집 '아픈 손가락'(시와사람刊)을 펴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굳건하고 다양한 시어로 생각을 풀어낸 시편들을 담았다.
그의 언어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적 다양성으로 출발, 독자들을 때로 당황시키는 시의 향연을 펼쳐냈다.
"사선으로 꽂히는 부리/ 아스팔트 고인 물 위로 팽귄처럼 몰려 다닌다/ 점액질 발은 바나나에 미끌린다/ 문방구 처마 밑에 후줄근히 물끼를 털면/ 구름의 공동묘지에 광견이/ 어둠을 무섭게 찢어 발리던 날/ 한 점 어머니/ 십리 장터 좌판 변변치 않은 채물에 비닐을 씌우고/ 그 안에서 비 개이기를/ 웅크리고 같이 졸고 있었다/ 나는 빈한하고 깜깜한 제2강 목차로 태어나/ 그 어머니 자식이/ 어머니 덕분에 조그만 도시/ 엘이디 불빛 밑을 서성이고 있다/ 이런 날/선생질하는 내 책가방에서는/ 뚝뚝 문장 같은 빗물이 떨어지고/ 옛 강 위에 은하수는 깜깜히 빛나/ 멀고도 선명하게 몸뻬 입은 한 여인이/ 복사되었다//"(수록시 '빗물' 전문)
그의 시들은 단단한 언어와 목소리로 이어지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과 사물의 언어적 상관성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이는 김소월의 서정적 정통성, 백석의 사물시 계통, 최근 한국 시단에서 두드러진 '존재론적 경향' 등을 반영한 흐름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종 시인은 "그의 시편들을 굳이 짧은 문장으로 요역하자면 쓸쓸함을 노래하되, 쓸쓸함에 잠기지 않는 시라는 사실"이라며 "부재와 상실을 언어로 담아낸 그의 문학적 도정에 이번 시집이 괄목할만한 성과였음은 분명하다"고 평했다.
임린 시인은 지난 2018년 '시와사람'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과 시와사람 시학상을 받앗다.
시집으로 '시(時)와 시(詩)'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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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찾은 삶의 등불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배우기로 했다. 교실이 아닌 세상 속에서, 교과서 대신 길 위의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두 아들은 대안학교마저 거부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세상의 길 위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자라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었다.”아이들이 학교 등 정규 교육을 통해서만 올바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다.나무가 스스로의 힘으로 생명을 이어가듯 아이들은 부모들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성찰과 인내를 통해 훌쩍 커 있는 경우도 많다.광주에서 나고 자란 학교 밖 청소년 김솔(20)·김건(18) 형제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완주와 홈스쿨링 경험을 담은 ‘산티아고 길 위에서 쓴 10대의 자서전’(지음출판사刊)을 출간했다.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규학교 대신 ‘길 위의 배움’을 선택한 두 형제는 국내외 장거리 도보 여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성장의 과정을 기록했다.형 김솔은 봉사활동을 통해 내면의 변화와 책임을 체득했고, 동생 김건은 검정고시 이후 드론·요트 조종 등 실기 중심 역량을 키우며 자라났다.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실기 교육과 가족의 기다림은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이 책은 제도권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청소년 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두 형제는 정규 교육과정 대신 장거리 도보 여행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배움의 방식으로 삼았다. 책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비롯, 국내외 도보 여정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속도로 세계를 체험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변화를 오롯이 기록했다.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거친 흙길 위에서, 유럽의 좁은 골목과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동남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삶이 곧 수업이라는 걸 배웠다. 길 위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낯선 언어, 예기치 못한 사건,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단련했고, 아버지는 그 곁에서 믿음을 배웠다. 누군가는 말했다. “학교를 떠나면 배움도 멈춘다”고 하지만 이들은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삶이 곧 공부라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학교 밖에서, 세상이라는 교실 속에서 서로를 믿고 함께 걸어온 아버지와 두 아들, 3부자의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다만 교실이 바뀌었을 뿐 수업은 여전히 길 위에서 계속되고 있다.자신의 품에서 아이들을 감싸는 요즘 부모들에게 이들의 기록과 행적은 진정한 교육의 의미와 성장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 여전히 그 물음은 현재진행형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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