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형철 시인 문학과 인생 이야기' 특집

입력 2025.09.10. 09:32 최소원 기자
[계간 '문학춘추' 가을호 발간]
화가·문인·출판인 등 생애 조명
1992년 '문학춘추' 창간·33년 발행
신인 발굴·한림문학상 제정 운영
"아동문학은 순수한 시심 중요"
고(故) 박형철 시인

광주·전남 지역 종합 문예지 '문학춘추'가 지난 5월26일 갑작스럽게 소천한 고(故) 박형철 시인(1937~2025)의 대담을 특집으로 한 가을호(통권 제132호)를 발간했다.

'문학과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한 특집은 평생을 문학에 헌신한 박 시인의 삶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문학춘추' 편집진이 생전인 4월5일에 진행했던 마지막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시인은 1937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해방 후 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무안과 광주에서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내며 광주 토박이로 살았다. 1959년 광주사범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화가로 활동하며 나주미술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이후 출판사를 운영하며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인터뷰에서 시인은 학창 시절 교회 주보 제작을 돕다가 글쓰기의 기쁨을 알게 됐고, 특히 김신철 아동문학가를 비롯한 문학청년들과의 교류가 큰 전환점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문학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량이 아니라, 얼마나 정직하게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진솔하게 표현해 내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특히 아동문학은 '순수한 시심(詩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간 '문학춘추' 가을호(통권 제132호)

시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1992년 계간 '문학춘추' 창간이다. 그는 당시 지역 문인들이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극히 제한적인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열정만으로 글을 쓰는 지역 문인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학춘추'는 창간 이후 33년간 결호 없이 통권 131호를 발행하며 지역 문학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는 신인 발굴과 함께 '지역 문인 50%, 전국 문인 50%'라는 원고 청탁 기준을 33년간 지켜왔다고 자부했다. 또한, 사단법인 한림문학재단을 설립하고, 한림문학상을 제정해 차범석 극작가, 최승범 시조시인 등 한국 문단을 빛낸 원로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데 힘썼다.

1994년 제1회 계간 '문학춘추' 신인상 시상식

인터뷰에는 제2대 '문학춘추' 발행인이자 한림문학재단 이사장인 노남진 대표와의 30년 넘는 깊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박형철 시인은 1993년 당시 젊은 공무원이었던 노 대표를 만나 등단을 권유했고, 이후 그와 함께 국제PEN한국본부 전남지회, 광주문인협회 등 여러 단체에서 문학 활동을 펼쳤다.

박형철 시인은 문학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에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문학은 시간을 들여 자기를 들여다보고, 언어를 다듬는 인내의 예술"이라며, 성공보다 '지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간 '문학춘추' 창간호(통권 1호)

이번 호에는 박형철 시인 추모 특집 외에도 다양한 문학 작품이 실려 있다. 표인주 전 전남대학교 박물관장의 연재 기획 '문학의 원초적 근원은 문화이고, 문화는 삶의 텃밭이다'를 시작으로, 김홍식, 박길무 시인의 신작 시, 노창수, 송귀영 시조시인의 작품, 윤삼현 문학박사의 동화 등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제130회 문학춘추 신인작품상 시 부문 당선자 윤혜경, 임주섭과 동시 부문 당선자 박숙희의 신선한 작품도 함께 실려 한국 문단의 새로운 얼굴을 소개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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