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경험 이후 23년만에 선봬
시대 위선·거짓 고발하며 반성
치열한 삶 노래한 80여 편 담아
"현대인 삶 점검하는 계기 되길"

'병 주고 약을 주는 계급이 있구나/양면을 모르고 한 면만 아는 맹목의 계급이 있구나/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갈지자 계급이 있구나'('계급이 있구나' 중)
민중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서예가 그리고 공연 연출 총감독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 중인 박종화 시인의 시집 '치밀한 빈틈'(문학들)이 발간됐다. 평양에 일주일 간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행 시집 '지금도 만나고 있다' 이후 23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시집이다.
'치밀한 빈틈'은 우리 시대의 위선과 거짓에 대한 고발이자 반성을 담았다.

시인은 적당히 가장한 우리 사회의 허위와 광기에 대해 '치밀한 빈틈/악마의 빈틈//늘/곁에 있다'('치밀한 빈틈' 중)고 외친다. 그렇게 외치다 그만 목이 쉰 그는 또한 '흐린 날 그대가 없었다면 바람 부는 날 그대가 없었다면 청춘 시절을 지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치열한 삶을 대변하는 84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는 전남대학교 재학 중이던 1982년 박관현 열사 사망 항거 투쟁 당시 체포됐다. 1988년에는 전남대 '오월특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산하 통일결사대 정부종합청사 시위 사건으로 구속됐다. 1990년에는 창작곡 1, 2, 3집을 발표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1년 6개월동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시인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지만 그것이 흔히 말하는 감투의 표상이거나 자화자찬의 허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가 민중음악가이자 서예가요, 공연연출 감독이자 시인인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의 흔적이자 이정표들에 다름 아니다.
관념이 아닌 현실을, 위선이 아닌 진실을 직시하는 시인의 전언에서, 진심을 담아 전심전력으로 살아가는 오늘 이웃들의 초상을 떠올리게 된다.
시인은 "명확한 한 주제를 가지고 창작하려다 보니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며 "이번 시집에 담긴 84편의 시들은 모두 왜곡·배신·배반을 주제로 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오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삶을 점검하고 가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수 백자는 추천사에서 "몸부림입니다.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투쟁, 사랑과 믿음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불면의 모대김입니다"라며 "진실을 향한 눈빛, 늙지 않는 청춘, 퍼내도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외치는 배반에 대한 철저한 증오는 국민을 배반한 대통령을 심판한 봄날에 듣는 환희의 합창입니다. 형의 시 덕분에 다시금 큰 자극을 받습니다"고 밝혔다.

박종화 시인은 196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해 30여 차례의 단독 공연과 '파랑새', '지리산' 등 400여 곡의 창작곡을 발표했다. 1992년 시집 '바쳐야 한다' 외 2권을 펴냈으며, 서예 활동으로 2007년 개인전 '소품'을 시작으로 '나의 삶은 커라', '오월', '서예콘서트' 등을 열었고, 서예산문집으로 '나의 삶은 커라' 외 3권을 출간했다. 현재 그는 '30주년 5·18전야제' 외 다수 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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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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