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서예 상징…학계에 알려
이서-이광사 학문·문학 밀착
필결·서결 바탕 다양한 분석
성과 폄하 추사 주장 바로잡기
“한국서예 위상 찾는 계기 되길”

조선 고유의 서체인 '동국진체(東國眞體)'를 철학·예술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문정자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전 연구교수는 최근 연구서 '옥동과 원교의 동국진체 탐구'(다운샘) 개정판을 발행했다.
문 교수는 1999년 '이서와 이광사의 예술론 연구'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전통서예의 상징인 동국진체의 존재를 학계에 알린 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첫 연구 성과물로 지난 2001년 '옥동과 원교의 동국진체 탐구'를 발행했다. 이번 개정판은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아 옥동과 원교의 서예 이론에 담긴 제반 특성을 도출해 한국 서예정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서예이론사의 토대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책은 동국진체의 중심 인물로 거론되는 옥동 이서(1662~1723)와 원교 이광사(1705~1777)의 학문과 예술을 상호 밀착시켜 분석한 종합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여러 명의 서가가 출현했지만 그에 비해 이론방면의 성과는 오랜 시간 공백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18세기에 이르러 옥동, 원교의 서예이론이 출현한 후 마침내 당당하게 우리에게도 서예에 관한 사유의 역사가 존재함을 자랑할 수 있었다.
옥동과 원교가 저술한 서예이론은 각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저술됐기 때문에 단지 서예의 시각만으로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이에 저자는 각자의 사상, 문학, 서예방면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진행해 동국진체가 지닌 제반 특성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밝혀냈으며 그 결과 전통서예이론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킬 수 있었다.
책의 중심인물인 옥동과 원교가 추구한 '진(眞)' 또는 '진체(眞體)'는 단순한 글씨체가 아니라 '필결'과 '서결'이라는 서예이론을 바탕으로 형성된 서예의 이상적 본질을 의미한다. 양자의 서예이론은 그 당시의 사유가 응축된 인문학의 보고(寶庫)인 까닭에 연구방법도 서예만이 아니라 철학, 문학에까지 범위를 넓혀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저자는 두 사람의 필결과 서결을 분석한 결과 고차원적 철학성과 주체적 독창성이 뚜렷이 드러났으며 그러한 관점이 예술론으로 이어지고 시문과 서예창작에까지 일관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옥동에게서 서예는 유가사상 전반에 특히 주역의 정신이 결합돼 서도로 격상됐고, 원교에게서 서예는 양명심학의 만물일체 사상과 융합해 자연과 교감하는 서도로 귀결됐다. 옥동은 서(書)의 궁극적 이상을 '중정의 구현'에 두었고 원교는 '천기지묘의 구현'을 내세웠다. 양자 모두 천인합일의 관점에서 서를 서도이자 천도로 격상시킨 것이다.
옥동과 원교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본질적 서예이상을 찾는 길에서 관념과 실제를 아우른 덕분에, 그들이 주도한 동국진체는 한민족만의 주체성과 철학성과 독창성을 내포한 '진체(眞體)'로 창출될 수 있었다. 이는 시대서풍의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서예를 서도로 격상시키려는 옥동과 원교의 개혁정신이 빚어낸 값진 결과이다.
또한 책에서 저자는 원교의 서예이론의 성과를 폄하했던 추사 김정희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온 그간의 인식을 바로잡는다. 즉, 동국진체는 단순한 서체가 아니라 옥동과 원교가 이룬 독창적인 서예정신의 결정체이며, 이들이 추구한 '진체'는 조선 서예의 정체성을 드러낸 성과임을 조명한다.

문 교수는 "서예를 공유하는 한중일 삼국을 비교할 때 어찌하여 우리는 스스로의 서예정신을 밝히는데 이처럼 소홀했던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 책을 저술하게 됐다"며 "한국서예도 이론과 창작이란 쌍두마차를 몰고서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때 그것이 우리 문화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되리라 여겼다"고 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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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그날··· '소년의 길'로 돌아보는 '오월문학' 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오월문학을 통해 그날의 참뜻을 되새기고 세계 문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보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린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는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기념해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개최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번 문학제는 ▲걸개시화전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는 전일빌딩245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24일 오후 2시부터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가 연이어 개최된다.문학제의 포문을 여는 심포지엄은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주제로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오월 문학이 지역과 민족을 넘어 세계 문학으로 뻗어나가는 흐름을 살펴본다. 고명철·김효숙·장은영 평론가가 발제자로 나서고, 강덕환 시인, 김연 시인, 손병현 소설가, 이정훈 평론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오월 문학의 다층적인 의미를 짚는다.이어 진행되는 5·18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과 본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당선자들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을 통해 오늘날 문학에서 오월이 어떻게 새겨지고 기록되는지 짚어볼 수 있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작가회의 전국 지부가 함께하는 본 행사가 펼쳐진다. 인천·여수·제주 작가회의가 참여하는 축하공연과 시 낭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5일 오전에는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가 진행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진행되는 투어는 전일빌딩245에서 출발해 상무관, 5·18민주광장(도청 분수대), 옛 광주적십자병원 등을 경유하며 걷는다. 각각의 장소는 모두 소설 속 배경이자 1980년 5월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들이다. 전일빌딩245의 탄흔 자국과 '소년이 온다'의 동호가 있었던 상무관까지 1980년 5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며 오월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으로 마련될 예정이다.올해 문학제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와 추모식으로 마무리한다. 오는 31일까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진행되는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하고 5·18국립묘지와 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함으로써 시를 통해 오월의 가치를 되새기고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릴 수 있다.백애송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은 "5·18 45주년을 맞아, 한강 작가의 수상과 함께 오월 문학이 세계로 확장된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광주전남작가회의의 오월문학제 참여 신청 또는 자세한 사항은 광주전남작가회의(062-523-7830)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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