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40년'·문병란 '송가' 주목
"부조리 투쟁 결의 다지게 돼"

일본의 대학교수가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시의 평을 실어 눈길을 끈다.
최근 일본 메이지대학의 이케다 이사오(池田功) 교수가 시전문지 '시와 사상' 3월 호에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의 서평을 게재했다.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는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와 사가와 아키 시인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최초의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도서출판 인동)를 공동 번역해 한글과 일본어로 출판한 도서다. 책에는 문병란, 이영진 시인 등의 작품이 실렸다.
이케다 교수는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에 대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비참함을 하소연했다.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진혼가'를 읊은 시의 편집이 이 책이다"고 소개하며 "'폭력의 시대에 시와 시인에게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시편 중에서 "모든 작품이 마음에 남아 있지만, 특히 이채로운 작품은 고은 시인의 장편 시 '40년'과 문병란 시인의 '송가'"라며 시구를 인용했다.
이케다 교수는 "문병란 시인은 장편 시 '송가'에서 '그날, 금남로는 거대한 하나의 지옥/인간이 인간을 배반한 저주의 거리였다/…/전쟁터였다/…/온몸으로 타오르는 활화산이었다'고 묘사했다"며 "'우리는 여기서 좌절하면 죽습니다/여기서 항복하면 안 됩니다/우리는 싸워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많은 작품에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된 사람들을 잊을 수 없고, 시대의 부조리를 인식할 때 투쟁해야 한다는 강한 결의를 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케다 이사오 교수는 메이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동국대학교 초청 특별 전임강사, 독일 프라이 부르크대학교, 본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인도 델리대학교 대학원 객원교수, '국제 이시카와 다쿠보쿠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메이지대학 대학원 교양디자인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일본문학 연구자의 한국', '이시카와 다쿠보쿠 국제성을 향한 시좌', '다쿠보쿠의 편지를 읽는다' 등이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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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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