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행사 접목…문학 향유
글쓰기 전문서점 '기역책방'
'러브앤프리' 삶 경험 나누기
책과 호흡 초점 '동네책방숨'

동네를 조금만 걸어도 서점과 책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근 몇 년 사이 빠르고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이 생겨남으로써 점차 책을 멀리하게 되고, e-book 등 종이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책을 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나며 거리의 터줏대감이었던 서점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씁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책과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독립서점과 책방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책과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쉽고 재미있게 문학을 즐길 수 있는 광주의 책방을 소개한다.
◆'책'과 '글'이 처음처럼 만나는 곳
동구 서석동에 자리 잡은 '기역책방'은 미디어오늘 기자, 인터넷서점 YES24 편집자로 활동하고 평전 '유월의 아버지' 등 30권가량의 도서를 펴낸 작가 송기역 대표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현재 기역책방이 있는 공간은 송 대표의 친구인 이은경씨가 6년 동안 '검은책방 흰책방'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던 곳이었다. 이씨가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으며 송 대표가 이어받아 '기역책방'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하게 됐다. 송 대표의 이름인 '기역'을 따 책방 이름을 지었으며 자음에서 기역이 먼저인 것처럼 '처음처럼' 책을 대하고 첫 마음으로 글을 쓰며 지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역책방'은 한 공간 안에 책방과 갤러리가 함께 있다. 송기역씨가 책방을 운영하고, 사진작가 김영길씨가 갤러리를 운영한다.
책방은 책과 함께 커피를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글쓰기 책쓰기' 전문서점을 내세우며, 누구나 책방에 와서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싸부의 다그치는 책쓰기' 과정으로, 10주간 진행되는 책 쓰기 일정이다.
앞서 지난 2024년에는 시인과 작가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정우영 시인과의 시담회 '순한 먼지들의 책방', 동선 이연작가 초대 책담회 '영화처럼 산다면야', 광주 지역 소설가를 초대한 '낭독의 힘', 조선대 문창과 희곡학회 낭동회 '커튼콜이 끝나면' 등이 진행됐다.
기역책방은 앞으로도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싶은 이들이 자주, 쉽게 찾는 책방을 목표로 다양한 시인, 작가 초대석과 '쓰기'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책과 함께 '사랑'하고 '자유'로운 삶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러브앤프리'는 2018년 윤샛별 대표가 문을 연 독립서점이다.
'러브앤프리'는 처음부터 책 판매와 함께 인문클래스 운영을 목표로 출발했다. 북토크, 평론가 초대석, 미술 감상 클래스, 지역 청년예술가 초대석, 제로 웨이스트·페미니즘·환경·비건 분야 활동가 초대석 등을 통해 다양한 삶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윤 대표가 서점에서 인문클 래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성장'과 연관돼있다. 성장은 곧 경험이며, 경험의 수단에 책이 매개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책을 읽는 것은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읽는 것이 다르고, 주제와 장르도 다양해 책을 읽음으로써 모르는 세계를 만나기도 하며,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세계를 접해볼 수도 있다.
앞서 지난해 '러브앤프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이근희 문화평론가와 함께 '한강 깊이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희랍어 시간'부터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대표작들을 읽고 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호응을 얻었다. 또한 전 광주비엔날레 팀장이었던 천윤희 독립기획자와 함께 '광주비엔날레와 함께한 20년, 그리고 독립기획자로의 현재 이야기'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진행했다.
서점 이름인 '러브앤프리'는 윤대표가 20대 때 가장 좋아했던 책 제목이다. 서점의 문을 열며 책방 이름을 고민하던 시기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기억들을 살펴보던 중, 사랑과 자유만큼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독립서점 '러브앤프리'는 책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고, 재미있게 다른 삶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보고 책장을 넘기며 좋은 문장을 찾으면 필사하는 혼자만의 '고유한 시간'을 바탕으로 이러한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할 계획이다.

◆읽고, 나누고, 연대하며 숨 쉬다
광산구 수완동에서 시민들을 반기는 '동네책방숨'은 이진숙 대표가 '경험을 공유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11년 시작하게 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개점 당시에는 북카페와 마을작은도서관으로 운영했고, 2015년 북카페를 서점으로 전환했다.
책방 이름인 '숨'은 책방에 와서 편안히 자기의 숨을 쉬는 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마을에서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동네책방숨'은 책 판매도 평범하지 않다.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산품을 사는 것과 달리, 손님과의 방문에서 소통과 공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한 번의 만남이라 할지라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여운이 마음과 기억에 남는다. 책방이 운영하고 있는 '책미리내'는 선물하는 책을 구입하고 책방에 맡겨두면 받는 사람이 책방에 와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때 익명으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친다. 책방이 지향하는 가치인 '공동체', '생명·환경과 생태', '다양성' 등에 어울리는 작가를 초대해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하며 취향이나 가치가 같은 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도 운영한다. 또한 영화상영, 원데이클래스, 도서관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북스테이'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보다 밀접하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살아가는 일에 필사적이기 때문에 그 여정에서 자기만의 이야기와 경험이 특별하고 소중하며,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들이 공유된다는 것이 아름답고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책 판매 외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책을 함께 읽는 것을 제안하는 권유의 마음과 함께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책을 판매하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깊이 있게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꿈꿔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작은 책방만의 특징이 살아나 책방의 성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문을 연지 만 10년을 맞이한 '동네책방숨'은 사람들과 모여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작은 모임들을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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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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