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태시인 '인문도시' 대안 제시
오월문학제·亞페스티벌 활용
'책과 문학의 도시'로 거듭나기
문학투어리즘 연계 사업 필요
책 생태계 위해 광주시 나서야

한강 문학을 주요 텍스트 겸 테마로 삼아 '세계문학축전'을 개최함으로써 광주를 '인문도시'로 만들어가자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계간 '문학들'은 최근 발행한 봄호(통권 79호)에서 '노벨문학상 이후의 광주'를 주제로 특집을 게재했다.
특집에서 조진태 시인(오월문예연구소장)은 '책과 문학의 도시 광주를 위한 하나의 상상'을 통해 인문도시 광주로 거듭나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조 시인은 먼저 광주에서 '세계문학축전'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창작과 작가들의 연대, 독자와 향유하는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문학축전을 치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문학 행사의 규모를 키우고 그 의미를 더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오월문학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행사를 통합하는 등의 사례를 제안했다. 오월문학제는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해 5·18민주화운동의 의의를 되새기는 행사로 매년 5월 치르고 있으며,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아시아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의 상상력으로 우리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을 끌고 있다.

조 시인은 또 광주만의 서사를 이용한 도약과 전환을 위해 '책의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저자에 따르면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여러 과정과 단계를 거친다. 저자(작가)-출판사-서점, 도서관-독자의 순환 구조이다.
그는 이와 관련 '생산(저자와 출판사)과 유통(서점)이 활성화되려면 소비(도서관, 독자)가 기본 축인데, 광주전남 지역 사람들의 독서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30일 광주문화재단이 진행한 '대학생 한강문학기행'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전일빌딩245에서 탄환 자국을 보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구성한 '인문도시 광주위원회'를 구성하고 '책 읽는 도시 광주'를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인식과 흐름을 같이 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출판 생태계 활성화 문제는 자율 시장이나 자본의 흐름에만 맡겨서는 그 해법 모색이 어렵다.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도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게 조 시인의 주장이다.
그는 이와 함께 한강 문학을 '문학투어리즘'과 연계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무대인 상무관, 분수대, 옛 전남도청 등을 방문지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기념관은 대표적인 사례다. 공간과 사건을 콘텐츠화하고 '오월문학작품'을 읽고 낭독하며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한다면 광주만의 서사를 의미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문학이 세계화되는 데에도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조 시인이 제안한 여러 정책들은 광주의 역사적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지역 작가·지역 출판사· 동네 서점을 연결해 독자들과 만나고 시민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광주시의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이 병행돼야 한다. 인문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의 행보에 시민들의 관심이 적지 않으며, 이미 관련된 조례에는 독서문화진흥의 시행계획 수립과 제도적 환경이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조 시인은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바꿀 새로운 세계의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도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노벨문학상 이후의 광주' 특집에는 조 시인과 함께 최다의 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오월문학과 한강:질문하는 증언록'을 통해 증언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글을 게재했다.
한편 계간 '문학들' 뉴 광주리뷰 코너에서는 김꽃비, 김진선, 박송아, 오성인, 이다희 등이 참여해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12·3비상계엄 사태'를 조명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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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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