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만 10년 경과' 불충족
문협회장 "봉사 정신 높이 사"

광주문인협회(회장 이근모·이하 '광주문협')가 지난달 주최한 제37회 광주문학상 일부 수상자들의 수상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문협은 지난해 12월 라마다플라자충장호텔에서 제37회 광주문학상을 주최해 회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문학상, 공로상, 추천 작가상 등의 시상식을 진행했다.
논란은 광주문학상을 수상한 6명의 수상자 중 일부 수상자를 두고 시작됐다. 수상자 중 일부가 광주문협의 '정관 및 규정집'에 기재된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광주문협이 지난해 6월 발행한 '정관 및 규정집'의 '광주문인협회 문학상 규정'에 따르면 제2장 5조(수상 자격)에 "광주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자는 매년 10월 1일을 기준으로 다음의 자격을 모두 갖춘 회원이어야 한다"고 기재됐다. 수상 자격으로는 ▲문단에 등단한 지 만 10년을 경과한 회원 ▲우리 회에 입회한 지 만 5년을 경과하고 연회비를 완납한 회원 ▲최근 3년 안에 해당 장르의 작품집을 1권 이상 발간한 회원 등을 갖춰야 된다.

하지만 광주문학상 수상자 중 두 회원이 이 중 ‘문단에 등단한 지 만 10년을 경과한 회원’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학상 심사에 ‘공로 점수’를 끼워 넣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문협 회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지만, 협회는 회장의 권한이라며 회원들의 지적을 일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들은 회장이 임의로 공로를 인정해 문학상을 수여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다.
한 광주문협 회원은 "상이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서로 박수받고 공감할 때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회장이 마음대로 상을 수여하는 것은 광주문학상의 위상을 격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광주문협 회원은 "현재 이 사건을 아는 회원들은 대부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상태"라며 "800여 명의 문인을 보호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협회로서의 역할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근모 광주문협 회장은 회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문학상을 수여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아무 대가 없이 순수하게 나서서 광주문협을 위해 봉사해 준 회원들의 공로와 창작열을 높이 사 공로상과 별개로 문학상을 수여한 것"이라며 "회원이 많지만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적다. 하지만 이번에 문학상을 수상한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문학활동을 하며 봉사해 광주문협을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또 수상 자격 미달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등단 10년을 경과한 것보다, 회원 활동을 5년 이상 한 것에 더욱 중점을 뒀다"며 "현재 문제를 제기한 회원들은 개인감정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문협은 8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역 문학단체로 '광주문학' 발간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펴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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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이 망가뜨린 바다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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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그러나 인간은 바다의 고통과 아우성을 알면서도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최근 나온 전숙 시인의 해양생태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시와사람刊)은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바다의 고통을 신체적·윤리적 감각으로 전이시키며, 생태윤리와 생명 공동체의 회복을 강렬하게 욕망하는 시집이다.이번 시집은 해양 오염,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인류 문명 전체의 이기적이고 병리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생태파괴를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생태 리얼리즘 시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플라스틱은 문명화된 인간의 탐식, 욕망, 무감각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하이드'나 '속도전'이라는 현대적 기호와 결합해 과학기술 문명의 잔혹한 자화상을 비판한다.시집은 총 3부로 바다가 우는 방식, 바다의 혀, 바다 경전 등 각 편마다 자연과 인간, 상처와 치유,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며 시인은 고통 속에서도 생명과 존재의 아름다움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위로가 되기를 노래한다. 특히 삶의 고통과 상처, 자연의 파괴와 회복 과정,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깊이 성찰한다.언어의 섬세한 감각과 시적 상상력,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독자에게 환경과 삶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시인은 바다를 어머니, 여성의 몸, 인간의 내장으로 치환하면서 생태계의 파괴를 신체적 고통으로 감각화한다.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 있는 '기형의 자화상'은 환경파괴가 인간 자신의 파괴임을 알리는 역설적 형상이다. '우아한 샥스핀', '플라스틱 아기', '십자가는 검다' 등의 제목만 보아도 윤리와 미학, 종교적 상징이 교차한다. 시인은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밀착시켜 독자에게 불쾌감과 각성을 동시에 유발한다."세수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있어요/ 엉덩이에서 하루 치의 반성이 쏟아져요/ 몇 년 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플라스틱 숙변도 섞여 있어요/ 비명도 못 지르고 플라스틱에 질식한 바다/ 몸부림치던 비명이 엉덩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얼굴이 뭉그러진 바다/ 머리를 산발하고 몸을 기울인 채 앓고 있어요/ 올 풀린 스웨터처럼 잔영만 남은 포말/ 한때 철썩이며 사랑하고 번성했던 저 육체는/ 이제 거꾸로 뒤집힌 반어법/ 바람이 일없이 발길질을 해대도 비명도 못 지르는 검은 침묵/ 언로가 막힌 통증은 역주행을 택했어요/ 엉덩이로 비명을 지르기로 한 거죠"(시 '바다가 우는 방식' 중 일부)시인은 고통받는 바다를 십자가에 매달린 어머니로,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폭탄 장치로 묘사하며 구원 불가능한 시대의 아이러니를 폭로한다. 제어장치가 없는 문명의 죄, 자연의 파괴와 재생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김종 시인은 "전숙의 '바다가 우는 방식'은 단순한 환경생태시집이 아니라 인류의 자기학대를 고발하는 '문명서사시'다"라며 "감정의 과잉을 누르고 도덕적 통점의 날카로운 각성으로 자연을 연민하고 지구촌 공동의 고통에 침잠한다"고 평했다.전숙 시인은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간호학과와 동신대 한국어교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집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이버지의 손'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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