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에서 읽어낸 소리의 발자국

입력 2025.01.08. 10:23 최소원 기자
조효복 첫 시집 '사슴 접기'
온화와 서늘 속 포착한 '안온'
2021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작업대 아래 몸이 사라진 사슴이 펼쳐져 있다/가늠하고 뒤돌아보기 위해/여분을 넉넉히 남기고 접는다/초식의 되새김처럼 느리고 단단하게/웃는 사슴의 아랫니처럼 가지런하게//뼈대를 잇고 잘 말린 몸을 세운다/피가 돈다/나는 나를 켠다'('사슴 접기')

순천 출신의 조효복 시인이 시집 '사슴 접기'(파란)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어제의 꼬리', '메아리박물관' 등 5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은 빛의 온화함과 어둠의 서늘함이 교차하며 재현하는 안온함의 이미지로 시집을 채웠다. '메아리박물관'에서는 세계의 폭력과 주체의 불안정성을 교차시키며 주목하는 한편 존재의 고통과 슬픔을 톺아보고, '우린 아직 웃는 법을 모르고'에서는 빛의 폭력을 두려워하며 저항할 계기를 마련하는 '나'에 이입한다.

조효복 시인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조효복 시인이 가시화하는 비극의 양태는 빛에 기반해 있다"며 "시를 통해 절망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비극에 좌절하지 않도록 '뒤꿈치에 힘을 싣고 바닥을 굴러'야 한다고 전한다"고 설명했다.

홍일표 시인은 "첫 시집 '사슴 접기'에서 남다른 상상력으로 통념에 저항하는 첨예한 감각의 층위를 보여준다"며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해석하고, 의미의 질서를 뒤집어 새롭게 사물을 조우하게 하는 것이 조효복 시의 매력이고 저력"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조효복 시인은 2020년 '시로 여는 세상', 202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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