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한강 신드롬'···광주전남 '문학의 해'

입력 2024.12.23. 14:30 최소원 기자
[2024 문화계 결산 ②문학]
도서 품절·대출 붐…광주 투어도
김남주시인 30周 잇단 추모행사
개관 1년 광주문학관 프로 다채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 개관도
문학계 이끈 박혜강 타계 아쉬움
광주 동구 독립서점 '소년의서'에 방문한 방문객이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올해 문학계의 화두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광주·전남 지역 문단에 활기가 돌고 예비 작가들의 창작열을 자극하는 등 '한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또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의 서거 30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고 광주 문학인들의 바람을 담은 광주문학관은 지난 9월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전일빌딩245 '카페, 소년이 온다'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지난 10월10일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 메츠 말름 종신 위원장은 노벨상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하고 이를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특유의 강렬한 은유적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다양한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제주 4·3사건을 다루는 등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아픔을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그는 책을 출간할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끌며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로 꼽히기도 한다. 대표작은 '몽고반점'(2004),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등이다.

광주문학관 2층에 위치한 미니북카페의 한강 작가 코너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한 작가의 수상 이후 서점은 품절 대란, 도서관은 대출 폭증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영화관 역시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를 재개봉하는 등 '한강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어 광주·전남 권역에서는 그와 관련된 특별 전시를, 시·도 차원에서는 독서 문화를 조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를 따라 광주의 역사적 흔적을 둘러보는 '한강 투어'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향은 작가 지망생들과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문인들에게 창작열을 고취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광주문인협회와 전남문인협회 등은 계간지 내년 봄호에 한 작가의 수상을 기념하는 특집호를 마련하거나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탈고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게 지역 문학계의 전언이다.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진행 중인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 아카이브전 '은박지에 새긴 사랑'. 땅끝순례문학관 제공

올해는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의 서거 30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했다.

김 시인의 고향 해남에서는 그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전을 비롯해 전국 문학인의 밤, 청년 문학제 등 다양한 추모 행사가 마련됐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땅끝순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시인의 육필 원고와 옥중에서 아내 박광숙씨에게 보낸 편지와 시, 우유갑 속 은박지에 작성했던 시 등의 자료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카이브전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 열렸다. 이어 9월에는 국내 교수, 평론가와 동아시아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잇따라 열린 추모문화제에서는 극단 토박이와 가수 백자가 시인의 생애를 다양한 장르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9월 김남주 시인 생가에서 진행된 청년문학제

이 외에도 전국의 작가 200여 명이 참석해 시 낭송과 시 노래를 통해 시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국 문학인의 밤' 행사, 시인의 생가에서 문학세계를 계승하는 '청년 문학제', 추모 걸개 시화전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마련됐다.

광주문학관 전경

지난해 9월22일 개관한 광주문학관은 올해로 개관 1주년을 맞이했다.

광주문학관은 2006년부터 건립 논의가 시작돼 18년 동안 부지 선정 등을 둘러싼 잡음을 극복하고 착공 3년 만에 건립을 완료했다. 171억을 투입, 연면적 3천506.25㎡,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지어졌다.

무등산 무돌길 초입에 위치한 광주문학관은 지리적 특징이 돋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무등산의 역사를 통해 향유하는 '2024년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광주의 정체성인 무등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10개 강좌로 구성됐다.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정기 프로그램도 열렸다. 책 만들기, 시 창작, 그림책과 공예 등 문학을 보다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기획됐다.

타오르는강문학관 전경

나주에서는 새로운 문학관이 문을 열고 지역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지난 10월 나주시 예향로에 개관한 '타오르는강문학관'은 1980년 발표된 문순태 작가의 대하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을 배경으로 한 문학관이다. 한국 소설 가운데 처음으로 노비를 중심으로 다룬 작품으로, 노비 세습제가 폐지된 1886년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발한 1929년까지 나주와 영산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굵직한 사건이 담겼다.

타오르는강문학관은 소설 속 주요 배경인 영산포 지역 근대건축물에 마련됐다. 1930년대 지어진 일제강점기 나주의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을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해 문학관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작가의 작업실과 소설 관련 자료, 육필원고 전시실, 소장 도서실 등으로 꾸며졌다. 문학관 앞에는 작품의 1권 '대지의 꿈'부터 10권 소설어 사전까지 기둥 줄거리를 담은 '타오르는 강 스토리'가 설치돼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지난 10월14일 타계한 고(故) 박혜강 소설가

한편 지역 문학계의 별이 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지난 10월14일 광양 출신의 박혜강 소설가가 향년 6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박 소설가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전 과정을 정면으로 다룬 본보 연재소설 '꽃잎처럼' 등 지역의 굵직한 역사가 담긴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여 문단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작품화한 '검은 노을'로 19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선대를 졸업한 그는 19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에 탄광 화재사고를 소재로 한 중편소설 '검은 화산'을 발표, 1991년 장편소설 '검은 노을'로 제1회 실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무등일보에 연재소설 '꽃잎으로 눕다'를 집필, 2010년 '꽃잎처럼'이라는 대하소설로 출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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