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품절·대출 붐…광주 투어도
김남주시인 30周 잇단 추모행사
개관 1년 광주문학관 프로 다채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 개관도
문학계 이끈 박혜강 타계 아쉬움

올해 문학계의 화두는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광주·전남 지역 문단에 활기가 돌고 예비 작가들의 창작열을 자극하는 등 '한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또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의 서거 30주기를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고 광주 문학인들의 바람을 담은 광주문학관은 지난 9월 개관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0월10일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 메츠 말름 종신 위원장은 노벨상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하고 이를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특유의 강렬한 은유적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다양한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제주 4·3사건을 다루는 등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아픔을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그는 책을 출간할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끌며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로 꼽히기도 한다. 대표작은 '몽고반점'(2004),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등이다.

한 작가의 수상 이후 서점은 품절 대란, 도서관은 대출 폭증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영화관 역시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를 재개봉하는 등 '한강 바람'이 불기도 했다. 이어 광주·전남 권역에서는 그와 관련된 특별 전시를, 시·도 차원에서는 독서 문화를 조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를 따라 광주의 역사적 흔적을 둘러보는 '한강 투어'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향은 작가 지망생들과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문인들에게 창작열을 고취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광주문인협회와 전남문인협회 등은 계간지 내년 봄호에 한 작가의 수상을 기념하는 특집호를 마련하거나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탈고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게 지역 문학계의 전언이다.

올해는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의 서거 30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했다.
김 시인의 고향 해남에서는 그의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전을 비롯해 전국 문학인의 밤, 청년 문학제 등 다양한 추모 행사가 마련됐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땅끝순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시인의 육필 원고와 옥중에서 아내 박광숙씨에게 보낸 편지와 시, 우유갑 속 은박지에 작성했던 시 등의 자료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아카이브전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 열렸다. 이어 9월에는 국내 교수, 평론가와 동아시아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잇따라 열린 추모문화제에서는 극단 토박이와 가수 백자가 시인의 생애를 다양한 장르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국의 작가 200여 명이 참석해 시 낭송과 시 노래를 통해 시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전국 문학인의 밤' 행사, 시인의 생가에서 문학세계를 계승하는 '청년 문학제', 추모 걸개 시화전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마련됐다.

지난해 9월22일 개관한 광주문학관은 올해로 개관 1주년을 맞이했다.
광주문학관은 2006년부터 건립 논의가 시작돼 18년 동안 부지 선정 등을 둘러싼 잡음을 극복하고 착공 3년 만에 건립을 완료했다. 171억을 투입, 연면적 3천506.25㎡, 지하1층·지상4층 규모로 지어졌다.
무등산 무돌길 초입에 위치한 광주문학관은 지리적 특징이 돋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무등산의 역사를 통해 향유하는 '2024년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광주의 정체성인 무등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10개 강좌로 구성됐다.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정기 프로그램도 열렸다. 책 만들기, 시 창작, 그림책과 공예 등 문학을 보다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기획됐다.

나주에서는 새로운 문학관이 문을 열고 지역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지난 10월 나주시 예향로에 개관한 '타오르는강문학관'은 1980년 발표된 문순태 작가의 대하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을 배경으로 한 문학관이다. 한국 소설 가운데 처음으로 노비를 중심으로 다룬 작품으로, 노비 세습제가 폐지된 1886년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발한 1929년까지 나주와 영산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굵직한 사건이 담겼다.
타오르는강문학관은 소설 속 주요 배경인 영산포 지역 근대건축물에 마련됐다. 1930년대 지어진 일제강점기 나주의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을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해 문학관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작가의 작업실과 소설 관련 자료, 육필원고 전시실, 소장 도서실 등으로 꾸며졌다. 문학관 앞에는 작품의 1권 '대지의 꿈'부터 10권 소설어 사전까지 기둥 줄거리를 담은 '타오르는 강 스토리'가 설치돼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한편 지역 문학계의 별이 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지난 10월14일 광양 출신의 박혜강 소설가가 향년 6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박 소설가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전 과정을 정면으로 다룬 본보 연재소설 '꽃잎처럼' 등 지역의 굵직한 역사가 담긴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여 문단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로 핵 문제를 작품화한 '검은 노을'로 1991년 제1회 실천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선대를 졸업한 그는 1989년 무크지 '문학예술운동'에 탄광 화재사고를 소재로 한 중편소설 '검은 화산'을 발표, 1991년 장편소설 '검은 노을'로 제1회 실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무등일보에 연재소설 '꽃잎으로 눕다'를 집필, 2010년 '꽃잎처럼'이라는 대하소설로 출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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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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