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에서 찾은 '하느님'

입력 2024.12.18. 17:56 최소원 기자
김준태 시집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1981년 작품 43년 만 복간해
근·현대사 희생자 위한 진혼곡
김준태 시인

'…/빨치산이 지나가고 이 무슨 짓인가/세월이 지나가고 이 무슨 짓인가/아아, 초동리 마을은 콩을 볶은 듯이/양철판을 두드리는 듯이/그렇게 당하고 당해버리는 걸까/…'('지리산 여자' 중)

해남 출신의 김준태 시인이 시집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생명과문학)를 발간했다. 1981년 펴낸 시집을 43년 만에 복간한 것으로, 70여 편의 시가 실렸다.

김 시인에게 있어 '하느님'은 '죽은 우리를 살려주는 사람'이며, 그는 이 시대의 '하느님'을 보여주기 위해 시집을 복간하게 됐다. 시인의 작품들은 6·25 전쟁과 5·18광주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아픔과 상처를 특유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긴 '사랑'으로 보듬는다. 그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통해서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하고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다"며 "그 길은 희망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시인의 작품은 '생이지지(生而知之·나면서부터 알다)' 철학을 중심으로 한다. 그는 "개개인의 몸에 세상의 모든 종교와 4억5천만년 이상의 억겁의 세월이 체화돼있다"고 설명했다.

총 5부로 이뤄진 시집은 1부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2부 '초가', 3부 '살풀이', 4부 '지리산 여자', 5부 '보리밥'으로 구성됐다. 이 중 4부 '지리산 여자'는 식물성 장시로, 전문의 일부가 실렸다.

시인은 작시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시의 배경으로 '지리산' 대신 '무등산'을 쓰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도에는 '무등산'을 넣으면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며 "언론사에 있었을 때 지리산에 취재했던 것을 떠올리며 시를 지었다"고 전했다.

'지리산 여자'는 한국전쟁 당시 한 처녀가 지리산 초동리에 사는 산신령을 만나 수많은 아이를 잉태하는 신화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이는 6·25 당시 희생자들을 위한 레퀴엠(진혼곡)으로, 생명력과 애정을 표현했다.

김 시인은 지난 1980년 6월2일 옛 전남매일 신문 1면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실었다. 당시 계엄군 검열관은 105행의 시를 33행으로 축약했으며 제목 역시 ‘아아, 광주여!’로 수정했다. 이 시를 통해 김 시인은 ‘오월의 시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시인은 43년 만의 복간에 대해 "광주에서 뵈신 하느님께서 내 무너져 내리는 두 어깨를 다시 주물러주시는 것 같았다"며 "완전히 귀머거리가 된 베토벤이 '교향곡 제9번-환희의 합창' 작곡을 마치고 바로 온몸을 떨던 그 '환희의 순간'이 갈라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스며들어가기를 기도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치수 문학평론가는 발문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는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하느님'을 볼 수가 없는 것"이며 "한풀이가 사랑에 도달하게 되는 김준태의 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시적 언어의 특수한 배열과 리듬으로 인해서 그 강력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1948년 해남에서 출생한 김준태 시인은 1969년 전남일보와 전남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월간 '시인'지에 '머슴' 등 5편을 통해 한국 문단에 나왔다. 시집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등 17권을 펴내고 일본어와 독일어로도 시집을 발간하며 국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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