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메달을 손에 쥐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한 작가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10명의 수상자들과 함께 블루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이날 한 작가의 수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이후 네 번째 순서였다.
문학상 시상 축하 연설을 맡은 엘렌 맛손 노벨 문학상 위원회 위원은 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흰색'과 '붉은색'을 조명했다. 그는 "흰색은 화자와 세상 사이의 보호막을 드리워주는 동시에 슬픔과 죽음의 색이다"며 "붉은색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 피, 상처이기도 하다"며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이어 "학살로 쌓인 시체더미에서 피가 흐르고 짙어지다가 이내 호소가 되며 답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질문으로 변한다"며 "경계가 녹아 사라지는 변화는 한강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고 취약하고 약하지만 충분한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엘렌 맛손 위원의 연설이 끝난 후 한 작가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 작가는 시상식 이후 스톡홀름 시청 내 블루홀에서 열린 만찬에서 영어로 소감을 전했다.
한 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글을 쓰는 과정은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다른 사람의 내면에 다가가고, 또 다른 존재를 만나는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강 작가의 영어 원문 수상소감을 번역한 전문이다.
폐하, 왕실 전하, 그리고 귀빈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이 떠오릅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작스럽게 하늘이 열리더니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서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모여들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작은 무리가 모여있었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그 빗줄기를 바라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물기를 느끼며,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이 사람들, 그리고 길 건너편의 저 사람들 모두 각자 자신만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각자가 저처럼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내 얼굴을 적시는 이 축축함을 그들 역시 느꼈습니다. 그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수많은 '나'라는 존재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계속해서 다시 경험해왔습니다.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다른 사람의 내면에 다가가고, 또 다른 존재를 만나는 과정이었습니다.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질문들을 그 실타래에 맡기고, 그것들을 다른 존재들에게로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러한 질문은 수천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가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떤 일이 닥쳐도 인간답게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가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지 묻는 언어가 있고, 이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1인칭 시점을 상상하게 만드는 언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해줍니다.
이런 언어로 이뤄진 문학은 언제나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입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있는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광주문협, 광주문학상 수상자 자격 두고 '논란' 광주문인협회 '정관 및 규정집'. 독자 제공 광주문인협회(회장 이근모·이하 '광주문협')가 지난달 주최한 제37회 광주문학상 일부 수상자들의 수상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광주문협은 지난해 12월 라마다플라자충장호텔에서 제37회 광주문학상을 주최해 회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문학상, 공로상, 추천 작가상 등의 시상식을 진행했다.논란은 광주문학상을 수상한 6명의 수상자 중 일부 수상자를 두고 시작됐다. 수상자 중 일부가 광주문협의 '정관 및 규정집'에 기재된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광주문협이 지난해 6월 발행한 '정관 및 규정집'의 '광주문인협회 문학상 규정'에 따르면 제2장 5조(수상 자격)에 "광주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자는 매년 10월 1일을 기준으로 다음의 자격을 모두 갖춘 회원이어야 한다"고 기재됐다. 수상 자격으로는 ▲문단에 등단한 지 만 10년을 경과한 회원 ▲우리 회에 입회한 지 만 5년을 경과하고 연회비를 완납한 회원 ▲최근 3년 안에 해당 장르의 작품집을 1권 이상 발간한 회원 등을 갖춰야 된다.광주문인협회 '정관 및 규정집'. 독자 제공하지만 광주문학상 수상자 중 두 회원이 이 중 ‘문단에 등단한 지 만 10년을 경과한 회원’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학상 심사에 ‘공로 점수’를 끼워 넣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이와 관련 광주문협 회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지만, 협회는 회장의 권한이라며 회원들의 지적을 일축한 것으로 드러났다.회원들은 회장이 임의로 공로를 인정해 문학상을 수여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다.한 광주문협 회원은 "상이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서로 박수받고 공감할 때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회장이 마음대로 상을 수여하는 것은 광주문학상의 위상을 격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광주문협 회원은 "현재 이 사건을 아는 회원들은 대부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상태"라며 "800여 명의 문인을 보호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협회로서의 역할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이에 대해 이근모 광주문협 회장은 회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문학상을 수여했다는 입장이다.광주문인협회 '정관 및 규정집'. 독자 제공이 회장은 "아무 대가 없이 순수하게 나서서 광주문협을 위해 봉사해 준 회원들의 공로와 창작열을 높이 사 공로상과 별개로 문학상을 수여한 것"이라며 "회원이 많지만 먼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적다. 하지만 이번에 문학상을 수상한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문학활동을 하며 봉사해 광주문협을 발전시켰다"고 밝혔다.또 수상 자격 미달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등단 10년을 경과한 것보다, 회원 활동을 5년 이상 한 것에 더욱 중점을 뒀다"며 "현재 문제를 제기한 회원들은 개인감정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광주문협은 8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역 문학단체로 '광주문학' 발간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펴고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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