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기자회견·강연 가져
비상계엄·고향 광주 생각 밝혀
'소년이 온다' 집필배경 설명도

지난 10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과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간 공식 석상에 오른 한 작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소회와 함께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고향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한림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한 작가는 입장 후 환영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내며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한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선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돼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 등을 보며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고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또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계엄령 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 작가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한 작가는 고향인 광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9년 2개월 정도를 광주에서 살고 나머지 40여 년은 서울에서 살았으니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데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튿날인 7일엔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여했다.
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작품세계를 비롯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살이었다"며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2012년 광주에 방문했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
그는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가 걸어 나오면서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광주를)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는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작가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며 "망자들,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광주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에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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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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