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신 지음·미술문화·240쪽
'문학은 그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략) 그림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자 역사의 오르가논(organon)이다. 프리드리히의 참나무는 나폴레옹 치하 게르만족의 영혼을, 보이스의 참나무는 나치의 과오를 청산한 독일의 미래로 해석된다. 같은 참나무도 시대적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한다. 그림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독일 미술이라는 아름다운 신세계로 초대하는 이 책은 독일 예술 작품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해석하는데 실마리가 될 역사적 배경과 문학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다른 문화권의 우리가 독일의 예술을 이해하기 쉽도록.
토론 위주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독일은 예술 영역 또한 이를 기반으로 고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색과 소통이 중심이 되는 이러한 교육 배경은 독일 예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현재 독일 베를린은 세계적 미술 소통의 장이 됐다. 저렴한 주거비용과 많은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베를린은 세계 미술가들을 적극 수용했고 모여든 이들은 이곳서 창작 기반을 다졌다. 대가부터 기획자는 물론이고 콜렉터까지 모이게 된 베를린은 독일 미술 세계화의 일등공신이나 다름 없다.
세계 각국 미술가들이 모이게 된 독일 미술은 어떨까. 나치 시절 예술을 억압했던 역사를 성찰함은 물론 표현주의, 바우하우스, 신표현주의 등 독일 특유의 미술사조들은 사회적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복기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사색의 미술관'과 같다.
저자는 독일 예술을 역사적 배경, 문학 작품 등을 토대로 '사색의 미술관' 속 작품들을 설명한다. 회화, 조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독일 예술을 직시함과 동시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주변 국가의 미술작품까지 살핀다.
책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 되어 총 4개 섹션에 거쳐 구성됐다. 특히 책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명작은 재승인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는 저자의 철학 아래 사람들의 눈에 익숙하지 않지만 훌륭한 작품들로 엄선됐다.
독일 미술의 아버지 알브레히트 뒤러부터 낭만주의 대표 화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청기사파의 창시자 프란츠 마르크까지 익숙한 듯 낯선 독일 미술 세계로 친절한 도슨트를 자처한 저자와 함께 뛰어들어보자.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노벨상 한강 "계엄 상황에 큰 충격"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과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간 공식 석상에 오른 한 작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소회와 함께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고향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이날 한림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한 작가는 입장 후 환영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내며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한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선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돼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 등을 보며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고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또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계엄령 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한 작가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날 한 작가는 고향인 광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그는 "9년 2개월 정도를 광주에서 살고 나머지 40여 년은 서울에서 살았으니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데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튿날인 7일엔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여했다.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작품세계를 비롯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그는 "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살이었다"며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2012년 광주에 방문했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그는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가 걸어 나오면서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광주를)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는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한 작가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며 "망자들,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광주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에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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