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르 세라노 브루고스 글·카리나 콕 그림|유아가다 옮김ㅣ지양어린이|40쪽
수수께끼의 할머니가 선물한 호박은 과연 어떤 마법을 부렸을까?
낡은 오두막집 한 채를 나눠쓰는 가난한 두 가족에게 일어난 마법 같은 이야기를 그린 '마법의 호박'.
이 책의 주인공은 가난한 두 집이다. 두 집 모두 매우 어렵고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가난을 대하는 모습만큼은 매우 달랐다. '아니야 아니'씨 가족은 꿈도 포기한 채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고, '그래요 그래'씨 가족은 현실은 가난하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키워간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오두막집 앞을 지나던 할머니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집안으로 드린 뒤 차 한잔을 대접한 이들 가족에게 할머니는 친절을 베풀어 줘 고맙다며 마법의 호박을 하나씩 선물한다. 호박이 마법을 부리게 하려면 슬기롭게 잘 이용해야 한다. 호박이 두 가족에게 부린 마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호박'은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를 뜻한다. 기회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마법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지혜로운 할머니는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두 가족에게 이 기회를 슬기롭게 잘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래요 그래'씨 가족은 호박을 갈라 씨앗을 꺼내 밭에 뿌리고 열심히 가꾸었다. 그리고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자 맛있기로 소문난 호박 잼을 만들어 팔았다. '아니야 아니'씨 가족은 호박을 윤나게 닦아서 집 안의 가장 좋은 자리에 모셔 놓고 아기 돌보듯 보살피면서 이제나저제나 호박이 마법을 부리기를 기다렸다. 두 가족에게 호박은 어떤 마법을 부렸을까?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부모가, 때로는 친구들끼리 즐거운 상상을 하며 토론을 해보는 것도 저자가 주는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책 작가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자 필라르 세라노는 이 그림책을 통해 '긍정'의 힘과 그 소중함에 대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과 배려심을 잃지 않고 가족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 마침내 희망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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