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노창수·윤삼현씨 등 집필 참여
지역 213명 시인·작품·비평 한데 모아
"광주·전남 시조문학의 위상 강화와 역사를 집대성하기 위해 책을 출간했습니다. 시조문학의 지평 확대와 작가들의 창작 촉진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광주·전남 시조문학사'(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엮음·시와사람刊)를 발간한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이하 협회) 서연정 회장은 책의 출간 의미와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시조는 민족문학의 정수(精髓)로 천년 세월을 우리 호흡 속에 살아 숨 쉬는 시가 장르로 꼽힌다.
협회는 올해 중대 사업으로 '광주 ·전남 시조문학사' 발간을 기획, 오랫 동안 자료 정리와 저술 작업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았다.
서연정 회장은 "이번 저술은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출향 활동하는 시조시인의 자료는 우리 지역 시조단은 물론 한국시조단의 귀중한 문학사료"라며 "치밀하게 지역 시조문학 실상을 찾아 기록하고 문학자산인 시조작품을 한데 모으는 것은 이 지역 시조의 위상을 정립함은 물론이고, 세계적 문학 자산을 남겨 두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현대시조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훌륭한 시인과 작품을 발굴해 만천하에 드높이는 기록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책은 총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광주와 전남의 시조 발전 역사를 써 온 시조 단체 중심의 시조사와 광주에서 태동한 시조전문지의 역사를 약술했다. 시조 단체 중심 시조사 집필자는 윤삼현, 오종문, 서연정, 유춘홍, 유헌, 백학근 작가가, '겨레시조', '한국동시조', '열린시조' 등 광주를 모태로 태동한 시조전문지에 대해서는 김종·박현덕 작가가 각각 집필했다.
2부에서는 광주와 전남의 시인과 작품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3부는 발간 주체인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의 연혁을 실었다.
협회는 지난 2002년 창립됐다. 시조시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치열한 문학적 진정성으로 우리 시조단을 견인하고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2부는 시기적으로는 1920년대부터 2000년대를 망라했다. 집필을 맡은 노창수 작가는 세밀한 자료 수집과 작가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원고를 완성했다.
협회에서 전한 시인의 자료는 100여 명 정도였으나 400명에 가까운 시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작품과 작품평에 거론되는 시인 수가 213명에 이른다.
이번 저술은 광주시 지원으로 출간됐다.
서연정 회장은 "이번 문학사 출간이 지역 시조문학을 풍성하게 하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며 "국내 시조문학 연구에도 유용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노벨상 한강 "계엄 상황에 큰 충격"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과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간 공식 석상에 오른 한 작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소회와 함께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고향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이날 한림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한 작가는 입장 후 환영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내며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한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선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돼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 등을 보며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고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또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계엄령 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한 작가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날 한 작가는 고향인 광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그는 "9년 2개월 정도를 광주에서 살고 나머지 40여 년은 서울에서 살았으니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데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튿날인 7일엔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여했다.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작품세계를 비롯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그는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살이었다"며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2012년 광주에 방문했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그는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가 걸어 나오면서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광주를)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는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한 작가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며 "망자들,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광주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에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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