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L.시먼즈 지음, 나종남 옮김|책과함께|1024쪽
2차대전기 해군·해전의 모든 것
주요 교전 둘러썬 정황과 연관성
거시적 시각으로 분석한 전투들
각국의 해군력과 특수성 파헤쳐
'바다 장악하는 것'의 중요성과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해전 양상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폭력이 사용된 크나큰 재앙이었다. 이 전쟁에서 당시 세계 인구의 3퍼센트인 약 6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책은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인 저자가 1939년에서 1945년까지의 시기에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벌어진 전쟁을 집대성한 저작이다. 주요 교전을 둘러싼 전황과 여러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 규모와 상호 연관성을 유기적이면서 치밀하게 파고든다. 각국의 해군과 함정, 각종 무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서부터 대규모 전투의 메커니즘과 거시적이고 글로벌한 조망까지 담겨 해군과 해전이 어떻게 2차대전의 향방을 좌우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책은 글로벌한 거시적 시각으로 2차대전 시기에 전 세계 해양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투를 유기적으로 다룬다. 대서양에서의 전쟁, 태평양에서의 다른 전쟁, 지중해에서의 전쟁, 그리고 인도양이나 북해에서의 또 다른 전쟁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전쟁을 이러한 지리적 구분에 따라 기록하면 단순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는 실제로 전쟁이 전개된 방식이나 전략 결정자들이 전황을 관리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서양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운송 손실은 태평양의 과달카날로 향하는 수송에 영향을 미쳤고, 지중해의 몰타섬으로 향하는 호송대를 운용한 것은 대서양으로 향하는 호송대 수가 감소함을 의미했으며, 전함 비스마르크함을 추격하기 위해 영국과 아이슬란드, 지브롤터에서 전투력을 끌어모아야 했다.
물론 각 부나 장마다 특정 전장이나 어느 국가의 해군이 중심이 되곤 하지만, 시종일관 다른 전역에서의 상황과 연계하면서 사건을 전개해 넓은 시야로 전황을 조감할 수 있다. 더불어 각국의 해군력과 특성, 그리고 전역마다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대서양 및 태평양 전역은 육지나 섬처럼 표식으로 삼을 만한 것 없이 너무나 드넓게 펼쳐진 대양이라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서도 추적에 실패하거나 아예 적의 존재를 모르는 채로 지척에서 서로 지나쳐 나아가는 경우가 빈번했다. 반면 지중해 전역은 빠져나가기 어려운 갇힌 바다인 데다 어느 지점이든 육지와 가까워서 항공기의 지원을 받기 쉬웠다. 이는 세계 5위의 전력을 갖추고 있던 이탈리아 해군이 전쟁 초반에 순식간에 몰락하고, 일본 해군이 첫 태평양 전투인 진주만 공습에서 대승을 거둔 데에 부분적이지만 중요한 원인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바다에서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장악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2차대전' 하면 우리는 으레 유럽 대륙에서 나치 독일의 공격과 점령, 러시아 침공과 소련의 반격, 영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항공 폭격 등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2차대전은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가 역설했듯이 영국을 위시한 구 세계 제국에 도전한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토 전쟁이었으며, 이에 따라 전쟁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났다. 이에 따라 전쟁이 장기전이 돼갈수록 중요했던 것은 지속적인 병참 보급을 위한 바다에서 육지로의 상륙이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바닷길을 이용한 호송이었다. 그것이 곧 대서양 전투의 태반이 상선을 공격하는 소위 '무역 전쟁'이었던 이유이며, 일본이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태평양에서 미국군을 공습한 까닭이었다.
또한 육지에서의 전쟁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해전의 양상이 사뭇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위치 파악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웃지 못할 해프닝, 바다라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전장에서 거의 운에 가까운 타격의 영향력, 전쟁 초기에 상대 선박 발견 시 탑승자를 모두 피신하게 하고 심지어 자신의 함정에 태운 뒤에 침몰시킨 '신사적' 공격 행위 등, 싸움의 전개와 양상에서 그라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노벨상 한강, 희망과 위로의 아이콘으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수상자만을 위한 특별한 방명록인 박물관 레스토랑 의자에 서명을 남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난세에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아이콘으로 작용하고 있다.10일 자정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한 작가의 고향인 광주는 전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그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그의 주요 작품 대부분은 아픈 현대사를 특유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품어 국가적 트라우마에 맞선 것으로 평가된다.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다루며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했다.지난 9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인 엘렌 맛손 위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매우 부드럽고 단순하며 아름답게 잔인함을, 트라우마와 같은 어려운 일들을 묘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 작가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힘을 보이는 모습에 희망을 느꼈다"며 "희망컨대 이번 수상이 한국에 힘을 주는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앞서 한 작가는 7일 스웨덴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어릴 적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사진첩을 발견한 후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또한 스웨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때로는 '희망이 있나'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세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외신들도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CNN 등은 한 작가의 수상 소식과 함께 대표작 '소년이 온다'의 작품 세계 등을 언급했으며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과 한국 현대사 속 민주항쟁에 주목하기도 했다.한 작가의 수상 소식과 외신의 주목은 어지러운 정국 속 국민, 특히 광주 시민에 큰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는 최근 한 행사에서 "한 평생 5월의 일들을 알리기 위해 살았는데, 한 작가가 소설로서 전 세계에 그날의 일들을 알려주셨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재학이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채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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