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후 딸과 전화도…예상 못해
어린 시절 비범함 느꼈던 일화도
"강이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뿐"
"후보에 오른 줄은 알았지만, 수상까지는 강이 본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놀라고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 노벨문학상으로는 한국에서 첫 수상자이며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썼다. 노벨상으로는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난 한강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펴낸 한승원 소설가의 딸로도 알려져 있다.
11일 오전 무등일보는 한승원 작가의 장흥 작업실에서 한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작가는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딸이 받길 바랐지만,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연령대가 강이보다 높아 예상하진 못했다. 어제 발표 장면을 보진 못했고, 한 기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우리 딸은 받아도 한 60세가 가까이 됐을 때 받지 않을까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강 작가의 수상 후 한 작가는 아내와 함께 딸에게 전화도 했다고. 한 작가는 "수상 후 강이와의 통화에서 본인도 예상하지 못해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메츠 말름 종신 위원장의 평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노벨상 평가에서 강이 작품에 드러난 '역사적 트라우마'에 주목했다"며 "'소년이 온다'도 좋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희랍어 시간'이 서정적인 사람들의 사랑이 담겨있어 이 작품으로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말름 위원장은 노벨상 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드러낸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한 작가는 한강 작가의 남다른 비범함이 돋보이던 어린 시절에 대한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강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 방에 혼자 엎드려 있길래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공상해요. 공상하면 안 돼요?'라고 답했다"며 "그때부터 크게 될 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미소 지었다.
한강 작가와 마찬가지로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는 딸의 작품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 세대의 작가들은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그런데 강이의 작품을 보면 리얼리즘 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면모가 돋보인다"며 "강이의 소설 중에는 버릴 것이 단 하나도 없다. 하나하나 모두가 명작이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의 아픔을 실감 난 표현법과 섬세한 감정선이 담긴 특유의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강이가 어릴 적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광주에 갈 때마다 5·18의 기록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들을 사 오고 그랬다"며 "그것들을 책상에 놔뒀는데, 강이가 그걸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작품(소년이 온다)을 보면 굉장히 슬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슬픈 눈으로 봐야 명확하게 인간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한강 작가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읽고 일찌감치 본인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강이에게 소설을 따로 가르친 적은 없었는데, 혼자 모두 습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 작가는 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 작가는 "강이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뿐이다.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다"며 "상이라는 것은 '칭찬'과도 같은데,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칭찬 받는 그런 글을 쓰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노벨상 한강 "계엄 상황에 큰 충격"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과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간 공식 석상에 오른 한 작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소회와 함께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고향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이날 한림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한 작가는 입장 후 환영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내며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한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선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돼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 등을 보며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고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또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계엄령 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한 작가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날 한 작가는 고향인 광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그는 "9년 2개월 정도를 광주에서 살고 나머지 40여 년은 서울에서 살았으니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데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튿날인 7일엔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여했다.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작품세계를 비롯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그는 "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살이었다"며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2012년 광주에 방문했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그는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가 걸어 나오면서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광주를)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는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한 작가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며 "망자들,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광주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에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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