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父 한승원 “강이 어릴 때 광주서 사온 5·18 사진·영상 보고 충격”

입력 2024.10.11. 09:07 최소원 기자
'아제아제 바라아제' 작가 한승원
수상 후 딸과 전화도…예상 못해
어린 시절 비범함 느꼈던 일화도
"강이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뿐"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세계 최고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1일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작가가 전남 장흥군 율산문학길 해산토굴에서 이른 아침 걷기 운동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후보에 오른 줄은 알았지만, 수상까지는 강이 본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놀라고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 노벨문학상으로는 한국에서 첫 수상자이며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썼다. 노벨상으로는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난 한강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펴낸 한승원 소설가의 딸로도 알려져 있다.

11일 오전 무등일보는 한승원 작가의 장흥 작업실에서 한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세계 최고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1일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작가가 전남 장흥군 율산문학길 해산토굴에서 이른 아침 걷기 운동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한 작가는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딸이 받길 바랐지만,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연령대가 강이보다 높아 예상하진 못했다. 어제 발표 장면을 보진 못했고, 한 기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고, 우리 딸은 받아도 한 60세가 가까이 됐을 때 받지 않을까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강 작가의 수상 후 한 작가는 아내와 함께 딸에게 전화도 했다고. 한 작가는 "수상 후 강이와의 통화에서 본인도 예상하지 못해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메츠 말름 종신 위원장의 평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노벨상 평가에서 강이 작품에 드러난 '역사적 트라우마'에 주목했다"며 "'소년이 온다'도 좋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희랍어 시간'이 서정적인 사람들의 사랑이 담겨있어 이 작품으로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말름 위원장은 노벨상 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드러낸 시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한 작가는 한강 작가의 남다른 비범함이 돋보이던 어린 시절에 대한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강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 방에 혼자 엎드려 있길래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공상해요. 공상하면 안 돼요?'라고 답했다"며 "그때부터 크게 될 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미소 지었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세계 최고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1일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작가가 전남 장흥군 율산문학길 해산토굴에서 이른 아침 걷기 운동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한강 작가와 마찬가지로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는 딸의 작품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 세대의 작가들은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그런데 강이의 작품을 보면 리얼리즘 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면모가 돋보인다"며 "강이의 소설 중에는 버릴 것이 단 하나도 없다. 하나하나 모두가 명작이다"고 답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의 아픔을 실감 난 표현법과 섬세한 감정선이 담긴 특유의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한승원 작가는 "강이가 어릴 적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광주에 갈 때마다 5·18의 기록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들을 사 오고 그랬다"며 "그것들을 책상에 놔뒀는데, 강이가 그걸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작품(소년이 온다)을 보면 굉장히 슬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슬픈 눈으로 봐야 명확하게 인간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한강 작가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읽고 일찌감치 본인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강이에게 소설을 따로 가르친 적은 없었는데, 혼자 모두 습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 작가는 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 작가는 "강이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뿐이다.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다"며 "상이라는 것은 '칭찬'과도 같은데,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칭찬 받는 그런 글을 쓰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3
후속기사 원해요
8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