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워크
칼 뉴포트 지음, 이은경 옮김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컨베이어의 속도를 올리면 생산물이 늘어나는' 공장식 생산성의 기준을 지식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해왔다. 생산물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노동의 특성상, 오늘날 직장인들은 자신이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지만 눈에 잘 드러나는 잡무'에 무의식적으로 열중하게 됐고, 그럼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 저자는 지식 노동에는 그에 걸맞은 '생산성'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슬로우 생산성(느린 생산성)'을 해법으로 제안한다. 그는 단순히 새로운 일의 철학을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저한 과학적 증거로 이를 뒷받침하며, 실제로 일을 줄이고 자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업무 기법들을 이 책 한 권에 빼곡히 담았다. 웅진지식하우스/284쪽
두 개의 인도
아쇼카 모디 지음, 최준영 옮김
독립 직후부터 현재까지 인도의 정치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책이 독자를 만난다. IMF에서 일하고 와튼스쿨 교수를 역임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경제학자 저자가 조국 인도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고 인도를 제대로 알려준다. 저자는 1947년 독립을 맞이한 인도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116개의 유니콘 기업을 위시한 나렌드라 모디 집권기까지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풀어놓는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 G3라는 비전을 내비치며 기업, 투자자, 청년들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인도의 가능성은 그 인구와 국토만큼 무한해 보이지만 이 책 없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인도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인도의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에 주목하라. 생각의힘/632쪽
미술관에 간 법학자
김현진 지음
여기 전 세계 미술관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미술 업고 튄 법학자'가 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가 법원보다 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림에서 법학의 새로운 관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법률이 엄숙한 법정과 벽돌책 법전에만 존재한다는 잿빛 생각을 다채로운 컬러로 채색한다. 법학자가 입힌 25가지 컬러는 이 책이 됐다. 저자는 뱅크시의 그라피티가 소더비에서 300억 원 넘게 팔리는 과정에서 상법상 위탁매매의 법률관계를 설명하고, '미술계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위작사건을 다루면서 '사기와 착오의 법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컬러는 예술인가 혹은 기술인가?'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색의 독점사용에 얽힌 계약자유의 원칙 및 특허권과 상표권 범위를 되짚는다. 어바웃어북/424쪽
최소원 기자 ssoni@mdilbo.com
- 오늘 힘들어도 괜찮아 '내일'이 있으니까 지난 몇십 년간 노동의 형태가 변하면서 '노동자 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트'와 같은 전통적인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일이 등장했다. 콜센터 노동자, 프리랜서, 새벽 배달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와 가짜 자영업자(종속적 자영업자) 등이 그 예다. 불안정노동자는 비정규직, 일일 노동자, 단기계약자뿐 아니라 유튜버, 크리에이터, 플랫폼노동자 등 신종 직종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들은 독립적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로 보이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노동하는 듯하지만 실상 고용은 더 불안하고, 임금은 더 적게 받고, 일터는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기술 발전에 따른 플랫폼경제 확산이라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자들의 권리는 발맞추어 신장되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일할수록 불안정해지는가?이 책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에 밀착해 이들의 노동현장을 관통하는 이론은 무엇일지, 불안정노동의 확산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를 고찰한 연구노트다. 동시에 저자는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하는 데 현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진단하고, 이를 넘어설 더 나은 사회보장제도를 제안한다. 저자인 이승윤은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국무총리실 직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초대 민간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책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삶에 밀착해 이들의 노동현장을 관통하는 이론은 무엇이며 불안정노동의 확산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를 고찰하는 책이다. 뉴시스노동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불안정노동자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쓰이기도 하는데, 이들은 언제든 쉽게 쓰다 버릴 수 있는 '일회용' 노동력으로 취급받는다. 과거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던 임금노동자들 역시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겪었지만 산업화 이후 정치적 노력, 사회안전망 구축, 법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트'와 같은 전통적 범주에서 벗어난 비표준적 형태의 불안정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면서도 취약한 노동 조건에 그대로 노출됐다. 고용 불안정, 소득 불규칙, 일터에서의 통제권 부재, 사회보장 접근성 제한 등이 그것이다.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2024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20대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43.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자 또한 청년노동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여기에는 그의 몇 가지 경험이 자리한다. 우선 그는 연구 진행중 불안정노동 시장으로 주요하게 유입되는 이들이 청년층임을 확인했다. 지난 2020~2022년 국무총리실 직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초대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청년이라는 '세대'와 불안정노동자라는 '계급'의 교차점을 목격했다.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집단으로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그 불안정성은 노동 연구에 있어 세대 변수를 고려하도록 자극한 것이다.심층적으로 연구한 청년 불안정노동자들의 실상은 어땠을까. 연구 결과 청년들은 '매우 불안정한 집단'과 '전혀 불안정하지 않은 집단'으로 양극화됐으며 불안정노동 경험은 새로운 형태의 계급 분화로 이어지고 있었다.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목소리를 전한다. 2021년 잇따른 청년 산재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 시행을 위해 다방면으로 연대 활동을 진행했던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자리한 매일의 일터에서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의 산업안전을 실천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동체의 노력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하고 회복력 있게 만드는 '근본적인 추동력'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야말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연구자로서 인식적 한계가 어떻게 노동자의 실제 모습을 왜곡시키는지에 대한 성찰은 전문가, 학자에 대한 권위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시대에 지식인의 한계를 성찰하게 하며 현장 활동가들의 지워진 역할에도 빛을 되비춘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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