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내 시간을 기꺼이 팔 수 있을까?

입력 2024.10.03. 15:22 김종찬 기자
시간 유전자
김혜정 글|인디고 그림|라임|160쪽

"지금 바로 타임 스토어로 오세요."

시간 유전자를 이동하는 꿈의 기술로, 돈만 있으면 시간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온다.

나쁜 어른들로부터 어린이를 지켜 내는 히어로물 '헌터걸'과 단군 신화와 여우의 전설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빚어낸 '오백 년째 열다섯'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십 대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혜정 작가가 이번에는 사이언스 판타지를 선보인다.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을 모티프로 한 '시간 유전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최첨단의 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달을 거듭한 끝에 인간의 신체 나이를 조절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이로써 부유한 사람들은 시간 유전자를 사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세상이 펼쳐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초등학교 5학년인 지후는 오토쿡이 5분만에 만들어 내는 아침을 먹은 다음 자율 주행 오토카를 타고 등교한 뒤 AI 로봇 선생님한테 수업을 듣는다. 방과 후에는 시간 관리사로 일하는 엄마가 빈틈없이 짜 준 일정표에 따라 잠시의 흐트러짐도 없이 움직인다. 가끔은 이런 생활이 숨이 막혀서 갑갑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제시하는 황금빛 미래를 스스로도 꿈꾸고 있기에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딘다.

마침내 지후는 엄마가 세워 준 계획표대로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예나와 함께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고, 기상 시각을 어기고 늦잠을 자기도 하고, 타임 스토어 불법 거래소의 비밀을 추적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지후는 비로소 미래를 위해 지금 누려야 할 것들을 포기한다면 그 시간은 영영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에게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에 누려야 할 즐거움과 행복을 다음으로 미루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시간 유전자'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지켜 내야 할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진짜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이참에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만약 시간을 사고파는 시대가 온다면 나는 당장의 무언가를 얻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잘라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을까?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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