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통해 노래하는 꽃들의 향연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간극은 얼마쯤일까?/가늠할 수 없는 여백 사이로 홍매화 꽃눈이 트이면/그의 눈이 매의 눈이 되어 밀착한다/꽃은 그가 되고 그도 꽃이 된다'('홍매대련')
신안군 출신의 박선우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임자도, 홍매화에 매혹되다'(더푸른 출판사)를 발간했다. 앞서 신안의 1004개의 섬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섬의 오디세이'를 발간했으며, 이번 시집 역시 고향 신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오랫동안 본질적인 것과 근원적인 것에 대한 시적 탐구를 해온 시인은 대상과 하나가 돼 대상이 가지고 있는 결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대상을 섣불리 아는 체하지 않으며 대상이 자신이 간직한 비의(秘意)를 내밀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래서 얻어지는 본질성을 포착한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다루고 있은 홍매화, 튤립, 맨드라미, 감자꽃, 여뀌꽃, 소금꽃 등은 살아있는 실체로서 작품 속에 존재한다. 관조자의 눈으로 포착한 것이 아니라 내밀한 경험자의 감각으로 그것들과 함께 살았던 흔적이 언어화돼 자신만의 형상을 띤 채 놓여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은이의 말에서 "어제 나를 찾아온 바람이 세시 방향이었다면 오늘 부는 바람은 어린잎을 틔우는 바람이다. 그렇듯 세계는 오묘해서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시 한 줄 쓸 수 있다는 것,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선우 시인은 신안에서 태어났으며 2008년 '리토피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 '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 '하나님의 비애', '섬의 오디세이' 등을 펴냈다. 이 중 '섬의 오디세이'는 섬에 대한 본질성과 근원성을 실감 나게 펼쳐,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새책안내] 의롭고 당당한 함평 역사 이야기 外 의롭고 당당한 함평 역사 이야기남성우 지음2017년 봄, 저자가 40여 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함평으로 돌아와 새롭게 만난 '만가촌고분군'은 마음속에 깊은 인상으로 각인됐다. 틈날 때마다 함평의 고분들을 찾아 나섰고, 고분에 담긴 함평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였다. 51개의 유적지에서 만난 200여 기의 고분이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함평의 당당하고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역사 그 자체였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함평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함평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채집해 나갔다. 함평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재미다. 박제된 과거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 한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역사의 흔적들을 마주하며 역사를 나와 우리의 일상, 우리 땅의 이야기로 체감할 수 있게 된다. 텍스토/341쪽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정헌목, 황의진 지음인류학과 SF. 낯선 조합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인류학의 영향 아래 SF를 창작한 작가들이 이를 증언한다. SF 시리즈 '머더봇 다이어리'의 작가 마샤 웰스는 실제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의 문화를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인류학이 실제 세상의 도시와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려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접점에 착안해 '인류학의 렌즈로 SF 읽고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SF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을 담아내는 장르이며, 인류학은 낯선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익숙한 자문화를 성찰할 수 있게 돕는 분야다. 그럼으로써 SF와 인류학은 당연시해온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상상력을 자극한다. 반비/320쪽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새러 하트 지음, 고유경 옮김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학 작품들 속에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속 복잡한 구조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악명 높은 모리아티 교수 역시 수학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수학이 어떻게 문학에 스며들어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는지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구 문학과 언어에서 숫자 '3'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숫자 3의 기하학적 특성이 문학적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며, 삼분법과 이야기의 구조(시작, 중간, 끝)가 어떻게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미래의창/416쪽
- · 그해 51개국 이민자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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