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서 '이태원연가'로··· 가사문학 다시 '활기'

입력 2024.08.04. 15:03 최소원 기자
최근 광주·전남문협 특집 다뤄
분과 신설·신인 작품상 등 마련
담양, 문학제·랩페스티벌 다채
"우리 고유 문학 세계화에 주력"
지난 6일 치러진 '전국 청소년 가사 시 랩 페스티벌' 모습

'…/누구나/모두나 당할 일/그러니 정작 우리 모두 잘못 아닌가/정말 잘못 했다/내가 내가 죄인이다/눈물이 앞을 가린다/캄캄하게 무섭게/아무 것/도 못한 손과 발이/죽도록 미안하다'(이지엽 시인의 '이태원 연가' 중)

한국문학의 한 갈래인 '가사(歌辭)'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 말 승려 계층의 불교 포교 목적에 의해 형성되고, 조선조 사대부들이 유학의 이념 전달과 교화를 목적으로 향유하며 완성시켰다. 가사는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르로 평가받기도 한다. 정극인의 '상춘곡'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관동별곡', 허난설헌의 '규원가' 등이 대표작이다.

이렇듯 고려 시대 말부터 현대까지 우리 선조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가사문학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어 주목을 끈다.

담양에 위치한 한국가사문학관 전경. 한국가사문학관 제공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와 전남문인협회(이하 '전남문협')는 가사문학 분과를 개설하거나 계간지를 통해 특집호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학 부문에서 '예향'을 대표하는 가사문학을 활성화시켜 우리 고유의 문학을 세계화하자는 데 뜻을 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가사문학 전승에 앞서고 있는 광주문협은 지난해 1월 전국 문협 최초로 가사문학 분과를 신설했다. 우리 고유의 문학인 가사문학을 세계화 시키기 위해 가사문학 분과를 만듦으로써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담양군이 주최하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과 주관하는 '한국가사문학대상' 입상을 통해 등단하거나 기존 활동하던 작가 등 30여 명이 지난해 '광주문학' 가을 특집(통권 108호)에 가사 시, 가사 동화, 가사 수필, 가사 소설 등 다양한 갈래의 가사문학을 실었다.

최한선 가사 분과위원장은 특집에 게재된 '가사의 역사성과 창작계승 방향'에서 '가사는 우리 민족 문학의 자존적 형식이라는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아왔고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문학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문학사, 특히 시가 문학사는 매 시대마다 중국 시가에 대응한 형식을 창안해 냈다'며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K-문학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가사의 해맑은 미소를 그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담양문화원에서 진행된 제24회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

이에 앞서 지난 2017년부터 김옥애 작가의 가사 동화집 '눈썹' 등 '한국 가사 동화 100인선'과 최 위원장의 현대 가사시집 '죽녹원 연가' 등이 잇따라 발표됐으며, 지난해 광주문협이 '오늘의 가사문학'에 가사 작가 신인 작품상을 만들어 겨울호에 시상하기도 했다.

전남문협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갖고 가사문학 분과를 신설, 올해 여름호(통권 129호)부터 가사문학을 특집으로 조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담양군에 설립된 한국가사문학관은 가사문학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이어 지난해 담양에서 진행된 한국문인협회와의 '가사문학 세미나'를 통해 전국 문인들이 가사문학에 대해 새로 접해 보존과 계승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분과를 만들었다. 광주문협과 마찬가지로 한국가사문학대상 입상을 통해 등단하거나 기존 시·소설 등의 장르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이 가사 문학을 전달하고 있다.

향후 광주문협은 가을호에 가사문학 작품들을 다룰 계획이며, 전남문협은 올 가을호의 별책부록으로 가사문학을 발간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치러진 '전국 청소년 가사 시 랩 페스티벌' 모습

이와 함께 가사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담양군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4년째 매년 개최 중인 '전국가사문학제'를 기반으로 한국가사문학대상 시상식과 전국 가사시 낭송 경연대회 등이 진행 중이며, 전국 청소년들이 현대적으로 가사문학을 재해석해 힙합이라는 장르로 풀어내는 '전국 청소년 가사 시 랩 페스티벌'도 올해로써 6회째 개최돼 지난 6일 성료했다. 만 13세부터 만 18세까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페스티벌은 총 79팀이 참가해 대상팀에게 3백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이근모 광주문협 회장은 "우리 고유의 문학인 가사문학을 세계화시킴으로써 나아가 노벨 문학상 후보에도 한국인이 선정되는 기록을 이룩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사문학을 기반으로 K-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걸음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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