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공직생활과 20여년 투병생활
아내의 신장 이식으로 제2의 인생
전라도 사투리로 기록한 행복·소회
'내일'이 있는 인생의 소중함 강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고귀하고 성스러운 시간 아니겠는가? 어떻게 해서든지 곁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많게 하려고 잔머리를 쓰는 건 아닌지 씁쓰레한 웃음이 난다. 그렇지만 밤이 지나면 새벽이 찾아오듯 어김없이 이별은 오고야 만다. 준비를 하든 안 하든.'
에세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의 저자 차영규는 1977년 전남 광산군 송정읍에서 토목기원보를 시작으로 2급 이사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38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가 49세가 되던 해인 2003년, 오래전부터 말썽을 일으키던 신장 2개를 떼어내고 아내의 오른쪽 신장 하나를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20여 년의 투병생활 끝에 삶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직장과 사회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 역전의 신화를 쓰기까지의 여정을 259편의 수필로 엮었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이용, 친근한 말투로서 이야기하듯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는 이 책이 저자가 정년퇴직 후 4년 동안 친지나 지인들에게 단체 채팅방을 통해 작성한 자신의 생각과 사는 모습이 담긴 단문의 글을 모아둔 것이기 때문이다. 1부 '철이 드니 보이는 행복'에서는 퇴직 5년 전에 마련한 농장을 아내와 함께 가꾸고 돌보는 재미와 두 번째 삶이 주는 인생의 소중함을 담았다. 이어지는 2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6·25 전쟁 이후 춥고, 배고프고, 고달팠던 시절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저자가 지금껏 보고 느낀 인생사의 단면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3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서는 해탈의 경지를 통해 이뤄진 자신의 인생철학과 성찰의 의미를 전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저 사람은 건강이 나빠서 뭔 일을 맡길 수가 없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30분만 서있어도 손발이 퉁퉁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18년의 투병 생활을 버텼다고 밝히면서 '내일'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또한 머리말에서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고 했지만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책을 엮어내는 방법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고록도 자서전도 아니고 형식의 굴레도 벗어난 글을 쓰면서 비록 간발이지만 내 삶의 궤적이 담긴 글을 형상화함으로써 지인들과 가족들, 후손들이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저자 차영규씨는 광주대학교 경제학사 과정을 거쳐 전남대학교 산업대학원 공학 석사, 호남대학교 산업대학원 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2014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을 역임했고 2015년 광주시 북구 부구청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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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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