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라는 축복을 기억하다

입력 2024.07.15. 09:28 최소원 기자
[차영규 에세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발간]
38년 공직생활과 20여년 투병생활
아내의 신장 이식으로 제2의 인생
전라도 사투리로 기록한 행복·소회
'내일'이 있는 인생의 소중함 강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고귀하고 성스러운 시간 아니겠는가? 어떻게 해서든지 곁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많게 하려고 잔머리를 쓰는 건 아닌지 씁쓰레한 웃음이 난다. 그렇지만 밤이 지나면 새벽이 찾아오듯 어김없이 이별은 오고야 만다. 준비를 하든 안 하든.'

에세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의 저자 차영규는 1977년 전남 광산군 송정읍에서 토목기원보를 시작으로 2급 이사관으로 퇴직할 때까지 38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가 49세가 되던 해인 2003년, 오래전부터 말썽을 일으키던 신장 2개를 떼어내고 아내의 오른쪽 신장 하나를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20여 년의 투병생활 끝에 삶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직장과 사회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 역전의 신화를 쓰기까지의 여정을 259편의 수필로 엮었다.

저자 차영규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이용, 친근한 말투로서 이야기하듯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는 이 책이 저자가 정년퇴직 후 4년 동안 친지나 지인들에게 단체 채팅방을 통해 작성한 자신의 생각과 사는 모습이 담긴 단문의 글을 모아둔 것이기 때문이다. 1부 '철이 드니 보이는 행복'에서는 퇴직 5년 전에 마련한 농장을 아내와 함께 가꾸고 돌보는 재미와 두 번째 삶이 주는 인생의 소중함을 담았다. 이어지는 2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6·25 전쟁 이후 춥고, 배고프고, 고달팠던 시절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저자가 지금껏 보고 느낀 인생사의 단면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3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서는 해탈의 경지를 통해 이뤄진 자신의 인생철학과 성찰의 의미를 전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저 사람은 건강이 나빠서 뭔 일을 맡길 수가 없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30분만 서있어도 손발이 퉁퉁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18년의 투병 생활을 버텼다고 밝히면서 '내일'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또한 머리말에서 "인생사 공수래공수거라고 했지만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책을 엮어내는 방법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고록도 자서전도 아니고 형식의 굴레도 벗어난 글을 쓰면서 비록 간발이지만 내 삶의 궤적이 담긴 글을 형상화함으로써 지인들과 가족들, 후손들이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저자 차영규씨는 광주대학교 경제학사 과정을 거쳐 전남대학교 산업대학원 공학 석사, 호남대학교 산업대학원 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2014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을 역임했고 2015년 광주시 북구 부구청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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