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로부터 배우는 경제 위기 탈출법

입력 2024.07.11. 15:25 최소원 기자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
린다 유 지음, 안세민 옮김|청림출판|352쪽
미국의 대공황부터 팬데믹까지
경제 위기서 살아남기 위한 교훈
끝나버린 성장의 기록과 비교
미래 반복될 불황의 역사 조명
폭락의 역사가 일깨운 '재설정'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제시해

'주식 시장이 급변해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 활동이 위축된다. 가계나 기업은 예전 같으면 추진했을 법한 위험한 투자를 수지가 맞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지 않는다.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차입자가 많아짐에 따라 은행과 대출 기관이 곤경에 처한다. 이것이 바로 1929년에 일어난 일이었다. 부동산담보대출 연체가 은행 파산의 가장 큰 요인이었고, 놀랍게도 193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 은행 중 약 3분의 1이 파산했다.'

늘어만 가는 부채, 오르지 않는 월급, 기업들의 파산, 높은 실업률 등은 지금 우리가 겪는 이야기 같지만, 1929년 미국의 대폭락에서 시작해 세계 각국이 수시로 경험해온 것이었다. 자본주의 100년의 역사에서 성장이 정점에 올랐던 순간은 극히 짧았고, 그 뒤로는 공황·불황·침체의 연속이었다.

특히 중산층의 붕괴, 고용의 축소, 비정규직 양산 등 지금 한국이 마주한 암담한 경제적 상황은 1997년의 외환위기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위기는 1980~1990년대에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한 것이다. 당시 IMF의 구제금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한국은 가혹한 구조조정과 서민경제의 희생을 발판으로 외채 상환에 성공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IMF의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투기자본의 유출을 막는 '자본 통제'를 시행하며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처럼 위기가 닥쳐온 양상은 비슷했지만 각 국가의 대응 방식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마지막 교훈은 3세대 모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바로 전염성이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널리 퍼진 데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들은 신흥 시장에서 핫머니를 빠르게 유출할 수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이 책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의 구조적 요인을 결정한 사건들과 다음번 위기의 방아쇠를 당길 요인을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붕괴였던 1930년대 대공황부터 2020년 코로나19 위기까지 각 위기가 갖는 고유한 특징과 모든 위기를 관통하는 메커니즘이란 무엇인지 치밀하게 파헤친다.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자인 저자는 지금까지 세계가 위기에 대응해온 역사의 정수를 끄집어내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정리하며, 새로운 공황이 닥쳐올 때 지켜야 할 투자와 정책의 방향까지 제시한다. 모든 경제 위기는 '도취감'과 '신뢰성', '여파'라는 3단계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 시장이 끊임없이 상승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과열된 믿음이 '도취감'을 낳고, 그것이 실물 경제와 괴리를 일으키면서 거품(부채)을 형성하며, 그 괴리가 밝혀지는 순간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거품이 꺼진다. 붕괴의 '여파'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결정에 달려 있으며, 그것이 '빠른 회복'과 '장기 침체'의 길을 가른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도취감 여부에 따라 거품이 형성되거나 꺼지는 것에 앞서 중앙은행이 '경기 역행적인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며, 투자자들 역시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대로 올라타거나 빠져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행복·공정성·친환경'을 추구하는 '위대한 재설정'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안내한다. 보다 유연한 노동시간, 보편적 기본 소득, ESG 경영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 패러다임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무수한 불황의 요인들을 해소할 최선의 대안일 것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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