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영 지음|문학동네|360쪽
선천적 장애 갖고 태어났지만
변호사 겸 무용수로 활동 활발
외면받던 몸 직업으로 선택 돼
무대 오르기까지 생생한 경험
법과 제도에 갇혀버린 '평등'을
삶의 무대로 끌어올린 몸의 사유

'포획하고 매매하고 조롱하고 착취하고 혐오하고 동정하고 욕망하는 시선 앞에서 기묘하고 창조적으로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을 만들어낼 때, 즉 도저히 포획, 매매, 조롱, 착취, 혐오, 동정, 욕망할 수만은 없는 어떤 몸으로서 그것이 발견될 때, 우리 모두는 이전까지 상상한 적 없는 세상을 향한 문을 연다. 바라보는 사람과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은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관계로 진입한다.'
당신은 무대 위 춤추는 존재로 장애가 있는 몸을 떠올릴 수 있는가? 머릿속에 그린 존재가 발레리나든 K팝 댄서든 장애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춤의 역사에서는 어떨까? 과연 병든 몸, '기이한' 몸들이 등장한 적이 있을까?

한국 무용의 전통에서 장애인이 호출된 가장 대표적인 춤으로는 '병신춤'을 꼽을 수 있다. 이 춤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비하하고 조롱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1980년대 장애인 단체들 또한 병신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병신춤이 '인간 해방'의 춤이라는 시각부터, 민중이 자신보다 더 약자인 장애인을 해방의 수단으로 대상화한다는 시각까지 의견은 분분하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몸에 깃든 힘에 주목해 소란을 일으키는 '다른 몸'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일본 교토에서 비문명적 몸들의 급진성을 주장하며 레오타드 차림으로 무대에 기어오른 재일조선인 공연예술가 김만리, 장애인 한 명 한 명의 신체적 특징을 숨기지 않고 무대에 전면화한 영국 캔두코 무용단,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는 안무로 다른 몸의 경험에 닿고자 한 독일 브레멘극장 무용단, 자유롭지 못한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은 백우람 배우 등이 그 예다. 때로 무대 위에서 '말 막힘'에 빠지면서도 말의 리듬을 찾고, 다리 없이 최선을 다해 두 팔로 춤을 추면서 이들은 장애가 춤출 수 없는 결함이라는 편견을 가뿐히 넘어선다. 다양한 몸의 세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상, 비정상의 권락관계는 전도되며 서로 다른 몸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 경이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저자 김원영은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10여년 전 한 계기로 무대에 올라 몸을 움직이면서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에 눈을 뜨고 무용수로 도전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저자는 우리 모두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장애가 있는 몸'과 비장애인의 몸은 평등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다만 힘은 능력과 동의어가 아니다. 힘은 능력을 갖추는 바탕이 되지만, 각자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으며 능력에 관한 세상의 기준을 뒤바꾸는 동인이기도 하다. 저마다 능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극히 차별적인 관계에 놓여있지만, 상대의 힘을 존중하고 신뢰함으로써 온전한 평등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온전히 평등하고도 지극히 차별적인'은 개인적인 경험과 춤의 역사를 경유하며 무대에서 잊힌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하는 가운데, 저자가 천착해온 차별과 평등의 관계를 탐구한 기록이다. 무용사에 '기이한'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계 타자들을 호출하고 나아가 독자적 흐름을 창조해가는 20세기 후반 국내·외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다뤄진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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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이 가르쳐준 삶의 철학, 소설에 담아내다
25일 만난 문순태 작가가 영산강을 바라보며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강은 높은 곳에서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을 지향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모든 인간은 욕망 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만, 강은 수평을 이루며 평등한 세상을 보여줍니다.”전남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문순태 작가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으로 삼은 영산강가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간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를 펴냈다. 여든 평생 무등산을 맴돌며 살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였던 나주 영산강으로 돌아와 그 물줄기를 바라보며 깨달은 삶의 궤적을 이번 작품에 오롯이 담아냈다.‘영산강 칸타타’는 시와 에세이, 소설의 경계를 허문 ‘장르 파괴’ 형식의 자전적 소설이다. 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 작가는 “외국 문학은 이미 장르의 경계가 무너져 시와 소설, 에세이가 자유롭게 넘나든다”며 “내 삶을 되돌아보며 사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 이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문순태 작가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특히 이 소설은 무등일보 문화관광전문매거진 ‘아트플러스’에 1년여간 연재했던 ‘내 인생의 커피 이야기’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연재했던 시리즈에 영산강에서 마주한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접목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커피와 삶, 기억과 사유의 조각들이 강이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서사로 엮였다.소설은 80여 성상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39년 담양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고향 마을이 불타버린 유년의 기억부터, 기자 생활 중 5·18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반체제 기자로 낙인찍혀 해직됐던 시간까지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 작가는 이 작품을 유서 대신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편지’라고 정의하며 자신의 생애를 오롯이 쏟아부었다.작품의 핵심 매개체는 커피와 강의 만남이다. 고교 시절 스승이었던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커피는 작가에게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고독을 견디게 하는 도구이자 삶을 밀어 올리는 부스터였다. 그는 과테말라의 아픈 역사가 깃든 안티구아 원두의 쓴맛을 즐긴다. 그 씁쓸함이 곧 인생의 맛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소설 속에서 영산강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하나의 사유 주체로 기능한다. 작가는 강을 바라보며 “흐르는 것은 소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강물은 흘러가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숲을 가꾸듯 노작가의 삶 역시 영산강이라는 마지막 종착역에서 또 다른 생의 환희를 맞는다. 소설은 그 환희의 순간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기록한다.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작가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25일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에서 만난 문순태 작가가 그의 신작 소설 ‘영산강 칸타타’(도서출판 오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는 이미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써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이다.작가는 “하느님께서 2년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한 작품 더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1980년 당시 서울에 머물러 광주로 내려오지 못했던 한 청년이 평생 역사적 부채감에 짓눌려 살아가다 40년 만에 광주를 다시 찾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감성만큼은 끝내 대체할 수 없다”며 “문학이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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