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평등하다···그 자체로 아름답다

입력 2024.07.04. 16:04 최소원 기자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문학동네|360쪽
선천적 장애 갖고 태어났지만
변호사 겸 무용수로 활동 활발
외면받던 몸 직업으로 선택 돼
무대 오르기까지 생생한 경험
법과 제도에 갇혀버린 '평등'을
삶의 무대로 끌어올린 몸의 사유

'포획하고 매매하고 조롱하고 착취하고 혐오하고 동정하고 욕망하는 시선 앞에서 기묘하고 창조적으로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을 만들어낼 때, 즉 도저히 포획, 매매, 조롱, 착취, 혐오, 동정, 욕망할 수만은 없는 어떤 몸으로서 그것이 발견될 때, 우리 모두는 이전까지 상상한 적 없는 세상을 향한 문을 연다. 바라보는 사람과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은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관계로 진입한다.'

당신은 무대 위 춤추는 존재로 장애가 있는 몸을 떠올릴 수 있는가? 머릿속에 그린 존재가 발레리나든 K팝 댄서든 장애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춤의 역사에서는 어떨까? 과연 병든 몸, '기이한' 몸들이 등장한 적이 있을까?

김원영 작가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옥상훈 제공

한국 무용의 전통에서 장애인이 호출된 가장 대표적인 춤으로는 '병신춤'을 꼽을 수 있다. 이 춤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비하하고 조롱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1980년대 장애인 단체들 또한 병신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물론 병신춤이 '인간 해방'의 춤이라는 시각부터, 민중이 자신보다 더 약자인 장애인을 해방의 수단으로 대상화한다는 시각까지 의견은 분분하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몸에 깃든 힘에 주목해 소란을 일으키는 '다른 몸'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일본 교토에서 비문명적 몸들의 급진성을 주장하며 레오타드 차림으로 무대에 기어오른 재일조선인 공연예술가 김만리, 장애인 한 명 한 명의 신체적 특징을 숨기지 않고 무대에 전면화한 영국 캔두코 무용단,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는 안무로 다른 몸의 경험에 닿고자 한 독일 브레멘극장 무용단, 자유롭지 못한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은 백우람 배우 등이 그 예다. 때로 무대 위에서 '말 막힘'에 빠지면서도 말의 리듬을 찾고, 다리 없이 최선을 다해 두 팔로 춤을 추면서 이들은 장애가 춤출 수 없는 결함이라는 편견을 가뿐히 넘어선다. 다양한 몸의 세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상, 비정상의 권락관계는 전도되며 서로 다른 몸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 경이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김원영 작가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옥상훈 제공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저자 김원영은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10여년 전 한 계기로 무대에 올라 몸을 움직이면서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에 눈을 뜨고 무용수로 도전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저자는 우리 모두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장애가 있는 몸'과 비장애인의 몸은 평등한 존재라고 강조한다. 다만 힘은 능력과 동의어가 아니다. 힘은 능력을 갖추는 바탕이 되지만, 각자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으며 능력에 관한 세상의 기준을 뒤바꾸는 동인이기도 하다. 저마다 능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극히 차별적인 관계에 놓여있지만, 상대의 힘을 존중하고 신뢰함으로써 온전한 평등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온전히 평등하고도 지극히 차별적인'은 개인적인 경험과 춤의 역사를 경유하며 무대에서 잊힌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하는 가운데, 저자가 천착해온 차별과 평등의 관계를 탐구한 기록이다. 무용사에 '기이한'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계 타자들을 호출하고 나아가 독자적 흐름을 창조해가는 20세기 후반 국내·외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다뤄진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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