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체제의 출구를 찾다

입력 2024.06.27. 16:15 최소원 기자
불평등 이데올로기
조돈문 지음|한겨레출판|356쪽
한국 사회의 숙제, 불평등 문제
금수저-흙수저의 '수저 계급'
불평등 체제 유지하는 강력 도구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본격 해부
국가 모델 비교와 촛불 항쟁 등
20가지 질문 통한 해법 모색해

'자산/소득 배율이 높고 자산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저자산·저소득층이 열심히 일해도 근로소득을 통해 소득 불평등 벽을 넘어 상승 이동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수저로 태어나면 계속 금수저지만 흙수저로 태어나면 아무리 '노오력'해도 금수저가 되기 어렵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부의 대물림이 구조화된 '수저 계급 사회'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불평등 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년 세대는 '흙수저 계급'과 N가지 것들을 포기한 'N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적으로 신분 상승 기회가 줄어들면서 빈곤이 대물림되는 신(新)계급 사회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 노인 빈곤율, 최저 수준의 출생률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지표가 된 지 오래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자산 수익률'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세계 자본주의는 역대로 글로벌 자산 수익률이 5%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했는데, 항상 경제 성장률보다 높았다. 자산가들의 몫이 더 컸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보다 부자들이 금융, 부동산 등 자산을 불려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이는 사회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펜월드테이블(PWT)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서구 선진국과 한국의 불평등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10년대 한국의 자산·소득 배율은 8배 정도로 서구 국가들보다 평균 2.4배 정도 더 컸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금수저-흙수저의 수저 계급 사회로서 서구 국가들보다 세습 자본주의 특성을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이미 우리 사회를 '금수저-흙수저'의 '수저 계급 사회'로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태어났고, 그렇게 살고 있고, 그런 사회를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그렇다면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고 다수를 피해로 만드는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그 비밀을 '이데올로기'에서 찾는다. 테르보른(Therborn)의 '이데올로기적 호명 과정의 세 가지 양식'을 적용해 오늘날 자본주의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동원되는 세 가지 명제를 요약·정리하며 한국에서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승리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저자는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를 비롯한 각종 설문 자료를 통해 불평등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추적하며 불평등 이데올로기 수준을 점검한다. 그 결과, 한국인은 현실의 불평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별적으로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불평등 체제를 은폐하고 합리화라려는 논리가 절반만 관철된 것으로, 한국인이 전반적으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나라 방식의 안정된 복지국가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을 양산하는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에서 평등을 지향하는 민중의 요구는 여전하며 이는 불평등 체제를 뒤바꿀 희망의 씨앗이다"고 주장한다. 불평등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해답을 촛불 항쟁에서 찾았다. 현 한국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 수준이 높고 시민들의 불만도 강하며, 자본의 일방적 계급지배 방식에 대한 노동의 저항도 강하다. 특히 소수의 최대 수혜자들이 불만이 누적된 압도적 다수의 피해자들에 둘러싸여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폭풍전야와도 같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촛불 항쟁이 한국에서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승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시민들은 언제든 불평등한 현실을 뒤집으려는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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