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강인욱 지음
고고학의 범위는 인간이 살던 모든 시대를 대상으로 한다. 가장 오래된 고인류가 활동했던 4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수백만 년의 광대한 시간을 연구하는 것이다. 파편이 돼서 침묵하고 있는 유물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는 과정을 거쳐 그 속에 잠들어 있던 인간의 모습을 밝히고 그들이 바로 지금의 우리처럼 '살아 있었음'을 밝혀낸다. 그렇기에 고고학자는 열악한 발굴 현장에서 풍토병과 모기에 시달리면서도 강물에 빨래를 하고, 도끼로 장작을 패는 고생하면서도 땅을 파는 숙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가 지금보다 찬란했는지 또는 미개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더하고 대화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가깝지만 먼 고고학의 세계를 밀착해서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살아 숨 쉬는 고고학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김영사/336쪽

거울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구호 옮김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의 역사였다. 그러나 저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책을 통해 기존의 세계사를 거꾸로 세운다. 즉, 그동안 '보편'으로 여겨져 온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가 아닌 비서구, 유색 인종, 원주민, 여성, 민중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예리한 시각으로 세계사의 이면을 투사해 진실을 들춰내고자 한 갈레아노는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문학', 다시 말해 '이야기'의 힘에 기대는 것이었다. 저자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비화와 이설, 사건과 장면 들을 담은 577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거대한 한 폭의 모자이크화로 세계사를 직조한다. 이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캐내고 위장된 진실의 허위성을 벗겨낸다. 알렙/648쪽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존 래플리 지음, 이성민 옮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하며 유명해진 이 구호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더는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저자인 중세사학자 피터 헤더와 정치경제학자 존 래플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예전의 방식으로는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가 오늘날 이미 붕괴의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현대 서구의 정치경제사와 로마 제국 쇠망사의 정교한 비교를 통해 지금의 세계 질서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단하고, 제국 체제의 모순을 해결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제안한다. 최신 고고학 연구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로마 제국 쇠망사와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역사와 지정학, 경제를 관통하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동아시아/264쪽

설탕 중독
대릴 지오프리 지음, 이문영 옮김
'혈당'이 온 국민의 건강 키워드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눈을 뜬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저속 노화' 식단도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과 밀가루, 흰 쌀밥 등 정제 곡물을 피하여 혈당 급증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해로운 걸 알면서도 왜 우리는 설탕을 못 끊을까? 이 책의 대답은 분명하다. 이미 설탕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설탕은 현대인이 가장 선호하는 마약이다. 설탕의 중독성은 무려 코카인의 8배다. 영양학자이자 카이로프랙터인 저자 역시 잠결에도 침대 옆 사탕 단지에 손을 뻗을 정도로 심각한 설탕 중독자였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평생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냈다. 자신이 몸소 터득한 방법을 적용해 20년간 12만 명이 설탕을 끊고 건강을 되찾도록 도왔다. 그 비결이 책에 담겨 있다. 부키/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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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의 길을 걷는 순명의 삶
시는 때로 그리움과 회한,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다.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함진원 시인의 시에는 살아온 시간과 삶의 불안, 우울을 이겨낸 삶의 편린이 녹아 있다.시력 30년을 맞은 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문학들刊)을 펴냈다. 60편의 시를 총 4부에 담았다.이번 시집은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여러 고통을 사회의식과 종교적 신앙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의 산물이다.이는 시인이 얼마나 강한 의지로 이 고단한 인생의 강을 건너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그의 실존의식은 철학적인 깊이에까지 천착, 감동적 사유를 완성했고 개인의 문제를 사회문제에까지 결부시켜 삶의 고독을 이웃에 대한 연대로 극복해 내려는 안간힘을 경이로운 시적 성취로 풀어냈다."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이 있어서/ 다행인 요즘/ 섬기는 일도, 사랑할 일도/ 잠깐, 쉬었다 가는 길/ 혼자면 어떻습니까// 요모조모 힘들면 힘든 대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 중입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 한 조각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과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한 시간도/ 무탈하게 지나가면 감사하지요//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남루하면 남루한 대로/ 홍매화 피었는데,/ 곧 사과꽃 소식 기다리는 중입니다"(시 '누구신지요' 전문)겸허하고 청빈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 속에서 꽃소식을 들으며 살겠다는 다짐이다.고재종 시인은 그것을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순명의 삶"이라고 명명했다.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실존적 불안과 우울 그리고 타나토스(그리스 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를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으로 거뜬히 이겨내며 삶을 다진다. 그런데 그 다진 삶이 어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세속적 방식이라기보다,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자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하는 시간도 힘들면 힘든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꾸며 홍매화 피고 사과꽃 기다리는 자연의 이법을 따르고자 한다. 바로 그것이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의 그분에게 '섬기는 일' '사랑하는 일'이다.함진원 시인은 "오랜 겨울을 보내면서 마음은 의지할 데 없이 쓸쓸했지만, 고요가 깃들면서 캄캄한 밤은 지나고 아침이 왔다"며 "아침이 오는 길목에 꽃씨를 심으려고 한다. 힘들고 지친 순한 사람들과 환하게 웃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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