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가 된 기후 변화를 경계하다

입력 2024.06.06. 15:53 김혜진 기자
사회·정치 문제까지 기후 관점
종말론적 시각·프레이밍 경고
정치적 이용땐 공포감 역효과
시간부족 담론은 불안감 조성
균형 관점서 대응방안 찾아야
오늘 날 세계는 기후 문제보다 우선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며 사회, 정치적 사안까지도 양극화하고 사람들의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가 전부는 아니다'는 기후주의가 만연한 이유를 분석하고 기후주의가 초래할 위험을 경고한 책이다. 무등일보 DB.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마이크 흄 지음. 홍우정 옮김

풀빛. 240쪽.

'우리는 기후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기후 과학과 정치를 해방시켜야한다.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들은 실재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현존하는 다른 문제들의 맥락에서,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세계의 다양한 잠재적 변화의 관점으로 파악할 때만 오로지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이해되어야만 한다. 현재의 모든 사안이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지 않으며, 미래가 그런 모습으로 쪼그라들어서도 안 된다. 기후 변화 억제가 유일하게 중요한 일도 아니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의 저자 마이크 흄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책을 통해 '기후주의 이데올로기'에서부터 벗어나야한다고 말한다.

오늘 날 전세계는 기후 변화 문제보다 우선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며 사회, 정치적 사안까지도 기후 변화하는 거대 서사를 바탕으로 양극화하고 사람들의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쉽게 말하면 홍수나 가뭄과 같은 기상 현상 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사회 문제 또한 기후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시리아 내전을 두고 언론은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으며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기후와 관련된 가뭄이 내전으로 비화한 시리아의 초기 불안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으로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들을 두고 장 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기후 이민자' '기후 난민'으로 칭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라는 인과적 서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해 논점을 돌리는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심각한 기후 변화 뉴스에 이어 지구 온도를 내리기 위한 행동 촉구와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이 언급될 때마다 우리는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종말론적인 기후 위기 문제 앞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게 되어버린 것 같은 흐름은 강력한 호소력을 갖게 됐고 기후 변화는 프레이밍에 좋은 도구가 됐다.

마이크 흄은 이같은 사회 맥락에서 기후주의 이념이 출현했다고 이야기한다. 기상 현상이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생태학적 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성립된다는 맥락을 무시하고 오로지 '기후 변화 억제'의 정치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 행태를 말한다.

특히 기후주의는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대중에게 저탄소 기술이 화석 연료가 이룬 편리를 빠른 시간 내에 대체할 수 있고 인류의 기술이 지구의 기후를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데 특수한 권위와 지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를 지키려는 자'와 '지구를 파괴하는 자'로 선악을 나누는 기후주의의 이원론적 관점은 기후 변화 문제를 활용하는 수혜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기후주의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공포감과 두려움, 체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매일 쏟아지는 기후 위기 콘텐츠와 '우리에게 n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간 부족 담론은 불안감과 무력감을 안겨준다.

저자는 시야의 협소화는 특히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말한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팜유 농장을 확대한 것이 도리어 원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서식지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말았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바이오연료의 적절성을 평가하며 다른 사안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는 대응할 필요가 없을까. 마이크 흄은 기후 변화가 실존하고 이로 인한 위기가 심각하기에 이런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과 적응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 사회과학 연구의 올바른 방법과 기후 정치에 필요한 균형 있는 관점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지구가 곧 종말할 것 같은 시한부주의를 완화하고 가치의 다원성을 인정하며 다원적 목표를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구 온도에 집착하는 종말론적 기후주의 대문에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보다 지구 온도는 상승했으나 인류의 복지와 정치 안정, 생태적 온전성 측면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로 나아가는데 있어 기후 변화는 유일한 요소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요소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후과학자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해양대학 교수는 "이 책은 만연해 있는 기후 위기 멸망론의 터무니없는 허구성을 폭로하고 사상처럼 굳어가는 '기후주의'의 폐해를 명확히 짚어 준다"며 "냉철한 이성의 힘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필독서다"고 추천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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