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언어와 시상을 담은 단시조의 美學

입력 2024.04.30. 18:12 최민석 기자
오종문 시조집 '봄 끝 길다' 출간
자연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억
언어의 이중적 욕망을 감싸는 '사랑'
생성과 소멸·삶과 죽음의 서정 재구성

시조는 우리네 전통적 정서 속에 풍경과 서정을 담아내는 대표적 장르다.

오종문의 시조는 내면과 사물의 접점에서 발원, 세계 해석의 유추 가능한 지점을 선명하게 부조(浮彫)하는 창의적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서 우뚝하다. 그는 직정 토로나 사실 묘사의 양 편향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면서, 내면과 사물이 부딪치는 현장이 바로 '시적인 것'의 발원지라는 자각을 줄곧 우리에게 건넨다.

오종문 시인이 신작 시조집 '봄 끝 길다'(이미지북刊)를 펴냈다.

우리는 이 짧은 양식을 통해 인지 경험과 초월 경험을 동시에 치르게 되는데, 그러한 정서적 감염을 꾀하려는 의지가 오종문의 시조 미학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절제된 언어와 시상을 담은 단시조가 '시인 오종문'의 존재론을 이렇게 품격 있게 높여주고 있다.

그는 자연이 품은 풍경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해 간다. 이제 우리는 시인의 중요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자연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억과 그것의 심미적 형상화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재현 과정 외에도 그는 자연 사물이나 현상을 삶에 대한 해석의 상관물로 활용하고 있는데, 가령 그것은 삶의 국면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그 점에서 그의 시조에 나타난 자연 세목은 단순한 관조 대상이 아니라 시인 자신의 구체적 정서가 투영된 상관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 사물을 통한 존재론적 해석과 성찰 과정이 여기서 생성되고 확장된다.

한 시대의 범례(範例)가 되는 시조 작품들은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인생론적 경향을 띠면서 고전적 성정과 깨달음을 우리에게 하염 없이 전해준다. 오종문 시조 역시 이러한 고전적이고 인생론적인 질감과 무게를 지니면서, 섬세한 사유와 감각을 거느리고 있는 우리 시대 정형 미학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리도 이 저녁 천지간에 그리움을 깔아놓는 그의 일을 따라 우리의 사유와 감각을 새롭게 해 준다.

정형 양식인 시조는 언어의 이러한 이중적 욕망을 동시에 표상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의미 지향과 탈(脫)의미 지향의 욕망을 균형감 있게 결속하면서 '시적인 것'의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 왔다. 그의 이번 시조집은 이러한 균형 아래서 특유의 아름다운 파문을 그려냈다. 그가 그려낸 아름다운 파문이란 짧은 언어를 통한 사랑의 회상, 자연 사물을 통한 해석과 성찰, 초월과 안착의 심상 제시 등이고, 그것을 모두 감싸고 있는 것이 '사랑'의 에너지이다.

유성호 평론가는 "오종문 시인은 자연이 품은 풍경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일에 매진해 간다"며 "이처럼 초월과 안착,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 같은 대립적 지표들을 한결 같이 재구성하면서 서정시를 통한 상상적 전회(轉回)를 감행하고 있다"고 평했다.

오종문 시인은 60년 광주 광산구에서 태어나 86년 사화집 '지금 그리고 여기'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 '오월은 섹스를 한다', '지상의 한 집에 들다', '아버지의 자전거', 엮은 책으로 현대시조자선대표작집', '교과서와 함께 읽는 시조', '시조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야기' 등이 있다.

그동안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을 수상했으며,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사)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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