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까미 미쓰루 지음·김수경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413쪽

사제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루터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패를 저질러 온 당대의 로마 가톨릭교회가 급기야 사람들이 신 앞에 지은 죄를 돈을 받고 사해 준다는 증명서, 즉 '면벌부'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맞서 개혁의 기치를 높이 올린 루터는 그 유명한 '95개 논제'를 썼으며,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정문에 내걸었다. 이후 그 '논제'는 바람보다 빠르게 독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에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하게 당대에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있던 구텐베르크 인쇄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 효과는 놀라우리만큼 컸다. 독일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리 알고 준비라도 한 듯 면벌부 판매에 반대하는 저항의 물결이 거센 파도가 되어 일렁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긴 루터를 제국회의에 소환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름스 제 루터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잔을 받아 들고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벌컥벌컥 맥주를 마신 뒤 마치 맹수처럼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황제와 제후들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그의 두 뺨에는 취기로 인한 홍조가 번져 있었다. 이후 술기운을 빌려 담대함을 되찾은 마르틴 루터의 격정적인 연설과 뚝심 있는 행동은 이미 도화선이 댕겨진 종교개혁의 불길에 또다시 기름을 끼얹은 셈이었고, 마침내 유럽 종교사와 세계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
최근 나온 무라가미 미쓰루의 '세계사를 바꾼 맥주 이야기'는 맥주 소비로 바뀐 세계사의 흐름을 짚어내고 있다.
무대는 다시 독일이다. 다만 시점에는 차이가 있어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400여 년이 지난 19세기 초반 무렵의 상황이다. 당시 독일에는 마치 400여 년 전 루터가 맥주의 도움으로 종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고 종교사와 세계사를 바꾸었듯, 맥주와 비어홀을 도구 삼아 세계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은 인물이 등장했다. 희대의 독재자이자 악인이었던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정치세력이었던 나치스가 바로 그것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당시 맥주의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던 독일 남부 도시 뮌헨의 유명한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고 폭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이미 세계 최대 맥줏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치스의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된 집회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히틀러는 연이어 뮌헨 폭동을 일으켰는데, 묘하게도 또 다른 비어홀 뷔르거브로이켈러 등 대부분 '맥줏집'에서 벌어졌다.
여기에는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역사적 배경과 연유가 있다. 다만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오스트리아제국의 3대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 시대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요제프 황제는 오스만튀르크군과의 치열하고도 지리한 접전 끝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성벽을 모두 부수고 수도 빈 시내 전체를 전면 재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요제프 황제는 그것을 제국 내의 다른 도시들로 확대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그 과정에 새롭게 세워진 시청사의 지하에 거대한 양조장이 딸린 비어홀레스토랑이 들어서게 됐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도시마다 탄생한 초대형 비어홀은 그 지역의 대중 집회 장소로 자주 활용되었다. 그리고 그 비어홀들이 히틀러와 나치스의 정치 집회 및 폭동 장소로 전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것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와 독일의 극우 파시즘 정당 나치스의 교활한 정치 폭동의 도구이자 무대로 적극적으로 이용되며 전 유럽과 세상을 뒤흔들고 세계사의 물줄기를 암울한 방향으로 바꿔놓은 맥주의 뮌헨 비어홀들의 민낯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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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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