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서머 지음/ 바다출판사/ 404쪽

독단적 주장과 초자연적 설명을 과학적 방법으로 평가하는 과학적 회의주의 사상가이자 사이비 과학, 미신, 창조론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온 회의주의 운동가 마이클 셔머가 이번에는 음모론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그가 최근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회의주의자 협회의 창립자이자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으로 셔머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자의 때로는 날선, 때로는 조롱하는, 때로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듣고, 반박하고, 설득해 왔다.
"나는 평생 음모와 음모론을 연구해 왔다. 수돗물 불소화는 시민을 중독시키고 대기업에게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가 대중에게 저지른 가장 큰 사기라고 믿는다는 정치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알카에다의 공격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내부자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9·11 트루서와 맞닥뜨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존 F. 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지미 호파,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신세계 질서, 삼극위원회, 외교관계위원회, 300인위원회,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빌더버그 그룹,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 러 가문, 그리고 비밀리에 미국을 운영하는 시오니스트 점령 정부의 사악한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려주었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모든 음모주의자를 가두려면 매디슨스퀘어가든이 필요할 것이다."(79쪽)
셔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저 순진해서 음모론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음모론은 음모론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 및 세계에 대한 이해와 연결된 더 깊은 진실을 숨기는 대리 진실이다. 지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무단으로 침범해 테러를 저지른 큐어넌 음모론자를 보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큐어넌 음모론자는 미국 정부가 그림자 정부의 꼭두각시이며 버락 오마바와 톰 행크스가 소아성애 조직을 운영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들은 이 나라를 위해서 자랑스럽게 국기를 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국회의사당 테러를 자행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황당한 음모론을 믿는 큐어넌 지지자들의 마음속에는 숨어 있는 그 깊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큐어넌 지지자가 품은 진실이란 특정 주장의 경험적 진실 여부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정치인들은 이득을 위해 전쟁을 벌이려 하며, 자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발언권은 실제로는 아주 제한적이라는 그들의 더 깊은 믿음, 이른바 신화적 진실을 음모론으로 대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음모주의의 문제는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 역시 정치적 음모론이 횡행하여 테러가 벌어지고 자신의 이득과 헤게모니를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 세상이 당신을 공격하려고 거대한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극단화하고 있다. 이제 누가 왜 음모론을 믿는지, 어떤 진화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음모론을 부추기는지, 음모론을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서로 다른 원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과 어떤 음모론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제 우리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기이한 음모론에 빠진 맹신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셔머의 말마따나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히틀러'나 '나치'라고 낙인 찍는 순간 대화는 끝이 나버리고 만다. 총 13가지로 이루어진.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기술'에서 오늘날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떤 지식이든 절대적 확실성은 없으므로 총기 규제, 사형제, 기후 변화 같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첨예한 주제에서 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꺼이 몰랐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칭찬하며 의견을 바꾸라는 조언이다. 의견을 바꾸는 것에는 어떤 모순도 없으며 오히려 미덕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의 의견 역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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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 "소박한 시집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 사회가 참 삭막한데 읽는 분들이 시집을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최근 첫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천년의시 刊)을 펴낸 김민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소망을 이처럼 밝혔다.이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1년 등단한 이후부터 조금씩 꾸준히 써왔던 시들을 엮어냈다. 오랜 시간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온 지난날의 감정이자 감상이 담긴 시집이다. '봄' '나무 도마2' '안개꽃' '배추김치 읽기' '크리스마스 카드'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푸름 많은 몸짓으로/푸름 맑은 열정으로/두근두근 그리면 내게 올까/누추한 생에 세례수 한 방울만 한 네 잎'('네잎클로버' 중)그의 작품은 일상 속의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뜯어본다.이해인 수녀는 해설에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과 애정을 저자 특유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들은 솔직하고 아름답고 따듯하다"며 "담백한 깊이로 독자의 마음속에 슬며시 사랑을 넣어 준다"고 설명한다.이 수녀의 해설처럼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켜켜이 쌓인 배추 포기를 책으로 읽어 내는 예민한 시선에 감탄"하게 만들고 "우리 또한 생활 속의 시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존재를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이 깊은 울림이 된다.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소박한 언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쓰기가 어려워 마음대로 조금씩 써서 보관해왔던 것들을 기록이자 추억으로 엮어냈다"며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인정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박한 시집이지만 이 시집 또한 독자들에게 그런 시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편 김민하 시인은 2001년 '아동문예'에서 동시, 2012년 '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2011년에는 '바른손' 일러스트 작가로 등록,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집 '기침하는 꽃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며 2014년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영화평을 연재했으며 2020~2022년 무등일보에 '생각 한 방울' 연재, 2024년에는 월간지 '아트플러스'에 '생각 한 방울'과 시 칼럼 일러스트를 연재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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