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형 지음/ 유아비북스/ 432쪽
'태정태세문단세...'
역사를 공부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동으로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27명의 많은 왕이 기록한 500년이나 되는 조선왕조는 간단하게 배우고 익히기에는 매우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많고 많은 전쟁과 조정 내에서 벌어진 네 글자로 이름 붙여진 무수한 사건들을 알아야 하고, 왕들의 이름도 끝에 '조'가 붙는지 '종'이 붙는지 마저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교과서가 쉬워지는 이야기 한국사: 조선-근현대'에서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쉽게 풀어냈다. 왕들의 탄생부터 즉위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이야기로 읽다 보면 사건이나 그 시대의 유명한 인물의 업적이 저절로 기억되며 어려웠던 조선의 역사부터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과 한국전쟁, 분단이 이루어진 이후의 현대사까지도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어 역사 공부를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와 잘못 알고 있던 정보까지 바로잡아 주는 유익한 글들로 가득 채웠다. 이를테면, 조선 시대 홍길동은 의적이 아니었고 임진왜란의 숨은 공신은 어머니가 떡을 썰 때 글을 썼던 한석봉이었으며, 경신대기근으로 인해 하얗던 김치가 빨갛게 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또한 고종의 아관파천은 친일파들이 붙인 잘못된 표현이고 폭탄을 던진 이봉창은 처음엔 친일파였다가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유관순은 친일파에 의해 부각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교과서가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는 역사 자체에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학생들은 물론 역사에 관심이 높은 어른들에게도 새롭고 유익하게 다가올 수 있다.
본문 1장에서는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을 다루면서 나라의 기틀이 다져지는 조선 전기의 내용을 풀고 있다. 2장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네 번의 사화를 주제로 전개되며 3장에서는 임진왜란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전투 내용을 담기도 했다. 4장에서는 반정과 전쟁 등 혼돈과 투쟁의 시기를 풀어내며, 5장에서는 조선 후기의 사건들을 다루었다. 이어 6장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조선에서 대한제국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마지막 7장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저자 강태형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호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여러 개념과 원리를 가르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선생님이다.
교육·학문 분야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통해 사회에 흥미를 느낄 뿐 아니라 사회현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탐구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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