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해남·진도 500km 여정
조선수군 재건 명량대첩 44일의 기록
승리의 원동력은 호남인들의 뒷받침

이순신의 목표는 오로지 승리 뿐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승리는 승리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다시는 이땅에 왜적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임진왜란의 변곡점이 된 명량대첩.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이 전투의 주역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어린 '구국의 길'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과제와 교훈을 던진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이순신 장군이 있다. 모함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한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고, 조선수군을 재정비하여 명량대첩을 이끈 그가 전라도 백성과 함께 한 길이다. 총연장 50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은 경남 진주에서 하동을 거쳐 구례에서 곡성, 순천, 보성, 장흥, 강진, 완도, 해남, 진도와 우수영에 이른다.
이돈삼씨가 최근 펴낸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살림터刊)에는 1597년 8월 3일(음력)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이 조선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에 이르는 44일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의 조선수군 재건은 황대중 등 군관 9명과 병사 6명으로 시작됐다.
이순신은 곡성에서 병사를 모으고 순천에서 무기와 대포, 화약 그리고 다양한 화살을 구했다.
보성에선 군량미를 대거 확보했다. 조선의 수군 철폐령에 맞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라는 내용의 장계를 써서 올린 곳도 보성이었다.

이어 장흥 칠천량에서 살아남은 조선함대 12척을 인계 받아 수군의 면모를 갖췄다.
그는 이렇게 재건한 조선수군으로 9월16일 울돌목에서 세계해전사에서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을 일궈냈다.
이 승리 한 가운데 호남(전라도)이 있었다. 명량의 승리는 호남과 호남사람들이 조국과 민족을 구한 쾌거였다.
늦여름에서 스산한 가을에 이르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에서 우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마주한다. 육로와 바닷길을 따라가노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나가 된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거친 숨결이 훅 끼쳐오는 듯하다. 탄식과 설움에 겨운 울음소리와 함께 남도의 많은 전쟁터에서 여러 형태로 구국의 길을 걸었던 남도인들의 의로운 투쟁의 흔적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책에 실린 220여 장의 사진(저자가 찍은 것이고, 일부 드론 사진은 이우철의 작품)은 400여 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마주하는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로드무비처럼 전해준다. 보며, 느끼며, 읽으며 깨닫게 되는 뿌듯함 가운데 '걷고 싶어지는 길'로 안내한다. 본문 맨 뒤에 실린 '조선수군 재건로 주요 현장 찾아가는 길'은 현장 답사를 위한 내비게이션의 첫 버튼 역할을 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각별한 애정과 열정으로 발품 팔며 남도의 자연과 사람을 만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눈을 맞춰 왔다. 우리는 남도사랑이 짙게 배어 있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 4세기 전, 치열했던 순간의 주역들이 힘겹게 걸어간 길고 긴 고통과 인내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조선수군 재건로 44일의 여정에서 저자는 우리가 정유재란 당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절 그곳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중간중간 인용된 '난중일기'는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의 숨 가쁜 상황을 보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의향(義鄕) 남도의 문화와 유적에 스민 선인들의 숨결과 정신까지 생생하게 전해 준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과 백성이 걸어간 의로운 투쟁의 길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잊고 지낸 바다를 되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바다의 중심에 자리한 대한민국. 바다가 미래를 좌우하는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늘, 조선수군 재건과 명량대첩의 자취를 통해 '바다를 새롭게 인식하고 살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돈삼씨는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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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그날··· '소년의 길'로 돌아보는 '오월문학' 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오월문학을 통해 그날의 참뜻을 되새기고 세계 문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보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린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는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기념해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개최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번 문학제는 ▲걸개시화전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는 전일빌딩245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24일 오후 2시부터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가 연이어 개최된다.문학제의 포문을 여는 심포지엄은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주제로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오월 문학이 지역과 민족을 넘어 세계 문학으로 뻗어나가는 흐름을 살펴본다. 고명철·김효숙·장은영 평론가가 발제자로 나서고, 강덕환 시인, 김연 시인, 손병현 소설가, 이정훈 평론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오월 문학의 다층적인 의미를 짚는다.이어 진행되는 5·18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과 본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당선자들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을 통해 오늘날 문학에서 오월이 어떻게 새겨지고 기록되는지 짚어볼 수 있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작가회의 전국 지부가 함께하는 본 행사가 펼쳐진다. 인천·여수·제주 작가회의가 참여하는 축하공연과 시 낭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5일 오전에는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가 진행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진행되는 투어는 전일빌딩245에서 출발해 상무관, 5·18민주광장(도청 분수대), 옛 광주적십자병원 등을 경유하며 걷는다. 각각의 장소는 모두 소설 속 배경이자 1980년 5월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들이다. 전일빌딩245의 탄흔 자국과 '소년이 온다'의 동호가 있었던 상무관까지 1980년 5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며 오월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으로 마련될 예정이다.올해 문학제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와 추모식으로 마무리한다. 오는 31일까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진행되는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하고 5·18국립묘지와 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함으로써 시를 통해 오월의 가치를 되새기고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릴 수 있다.백애송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은 "5·18 45주년을 맞아, 한강 작가의 수상과 함께 오월 문학이 세계로 확장된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광주전남작가회의의 오월문학제 참여 신청 또는 자세한 사항은 광주전남작가회의(062-523-7830)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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