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용우·한승훈·문경득 지음/ 흐름출판사/ 276쪽

조선은 봉건왕조로는 드물게 법치국가였다.
최근 나온 '왕의 수명을 줄여라'는 '추안급국안'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상상력과 통찰을 더해 재구성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추안급국안이란 '추안(推案) 및 국안(鞫案)'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중범죄인 재판인 추국에 대한 법정 속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속기의 특성상 한문 어법에 충실하기보다 이두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세세한 기록 속에 현장감이 살아 있다.
1부 '추국'은 역모 등 소위 대역죄를 대상으로 하여 왕의 직접적인 관여와 통제 아래 이루어진 재판이다. 이 엄중한 재판은 그 체급에 맞게 국가의 기강과 사회 질서를 뒤흔들만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처벌의 강도와 범위도 남달랐는데, 추국 대상 범죄의 특성상 애초에 범죄를 꿈도 꾸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추국 죄인이 받는 사형은 당사자의 죽음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즉 죄인의 연고지에서 공개처형을 한다든지, 잘린 목을 높은 곳에 매달아 전시한다든지, 사지를 토막 쳐서 전국 각지에 돌려 보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예비 범죄자들을 향한 경고를 담았다. 게다가 추국 대상이 되는 범죄에는 대부분 연좌가 적용되어 죄가 확정되면 본인뿐 아니라 일가친척, 때로는 그가 살던 고을까지 연대책임을 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심문받은 사람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였다. 당시에는 일정한 양식을 갖춘 고문이 심문의 일부로서 허용됐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역모 등을 통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인물, 최소한 가만히 있다가는 잃을 게 너무 많은 인물일 것이다. 즉 역모가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희생을 생각하면 거사의 성공으로 얻을 것이 실패로 잃을 것보다는 훨씬 커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다루는 역모 죄인, 대역 죄인의 대다수는 권력의 중심부는커녕 근처에도 간 적이 없는 서민이다. 아직 당황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의 횡포에 저항하는 이야기도 알고 있다.
정조 시기 일어난 역모 사건(1785, 1786년 유태수 사건)에는 '거사(居士)'라는 부류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거사'의 사전적 의미는 '속세에서 불도를 닦는 남자'지만 실상은 불도에 전념하기보다 그 핑계로 조세나 역 등의 부담에서 벗어난 계층에 가까웠다. 그들은 대개 글을 알았고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역모 사건에서 술사 내지 연락책으로 참여했다. 사정은 제각각이겠으나 글을 아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양반 내지 중인의 후예일 가능성이 있다.
2부에는 얼핏 사회 시스템이 덜 발전한 전근대 이전에나 일어났을 법한 황당하고 불편한 사건들이 실려 있다.
어의 이시필은 부적절하게 치료를 거부하는 경종에 대한 실언 한 마디 내뱉었다가 추국을 받고, 경종이 수차례 판결을 번복하는 와중에 자살했다. 저자는 그가 자살 '당'했다고 표현한다. 이는 현대식으로 하면 갑질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재벌가 총수에게 인격적 모독을 당하고 직장까지 잃게 되었다는 사건, 성착취 가해자에게 역고소까지 당했다는 사건 등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어쨌든 이시필은 재판을 받았고, 절차를 밟아 처형됐다.
마지막 이야기는 영조의 친국 사례를 분석한 글이다. '친국'은 왕이 추국장에서 직접 신문에 참여하는 추국이다. 왕을 포함한 고위 관료 다수가 참석하고, 그에 걸맞는 호위가 붙는 등 규모도 크고 갖춰야 할 것도 많아서 웬만한 일이 아니고선 열리지 않는 추국 중의 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영조는 유달리 추국을 많이 한 왕이다. 그는 추국장에서 다룰만한 일도 아닌데 추국을 열고, 그에 더해 친국을 거행하고는 했다. 이는 영조가 추국을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부록으로 국역 '추안급국안'의 권별 사건 목록을 실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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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그날··· '소년의 길'로 돌아보는 '오월문학' 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오월문학을 통해 그날의 참뜻을 되새기고 세계 문학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보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린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는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기념해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개최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번 문학제는 ▲걸개시화전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행사는 전일빌딩245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24일 오후 2시부터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가 연이어 개최된다.문학제의 포문을 여는 심포지엄은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를 주제로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가 사회를 맡아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오월 문학이 지역과 민족을 넘어 세계 문학으로 뻗어나가는 흐름을 살펴본다. 고명철·김효숙·장은영 평론가가 발제자로 나서고, 강덕환 시인, 김연 시인, 손병현 소설가, 이정훈 평론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오월 문학의 다층적인 의미를 짚는다.이어 진행되는 5·18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과 본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당선자들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장의 심사평을 통해 오늘날 문학에서 오월이 어떻게 새겨지고 기록되는지 짚어볼 수 있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작가회의 전국 지부가 함께하는 본 행사가 펼쳐진다. 인천·여수·제주 작가회의가 참여하는 축하공연과 시 낭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5일 오전에는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투어가 진행된다.지난해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진행한 2024 오월문학제 '오월의 숨결, 세대를 잇다'이날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진행되는 투어는 전일빌딩245에서 출발해 상무관, 5·18민주광장(도청 분수대), 옛 광주적십자병원 등을 경유하며 걷는다. 각각의 장소는 모두 소설 속 배경이자 1980년 5월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있는 곳들이다. 전일빌딩245의 탄흔 자국과 '소년이 온다'의 동호가 있었던 상무관까지 1980년 5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며 오월의 아픔을 되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으로 마련될 예정이다.올해 문학제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와 추모식으로 마무리한다. 오는 31일까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진행되는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하고 5·18국립묘지와 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함으로써 시를 통해 오월의 가치를 되새기고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릴 수 있다.백애송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은 "5·18 45주년을 맞아, 한강 작가의 수상과 함께 오월 문학이 세계로 확장된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광주전남작가회의의 오월문학제 참여 신청 또는 자세한 사항은 광주전남작가회의(062-523-7830)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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