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 다양한 측면 포착
소통 부재 속 불화하는 존재들
비애의 순간 직설적 표현 승화

시인은 자신의 언어로 삶과 사랑을 그려낸다.
첫 시집에서 "뭇 생명들의 실상"을 탐색하며 탄생과 성장의 서사를 전개했던 남길순 시인이 신작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창비刊)을 펴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성장 이면의 세상으로 서사를 확장시키며 "몸-삶의 흐름이 끊기고 성장이 정지된 세계"의 실상과 "고통스러운 죽음과 소멸"에 직면한 현대인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포착한다.
지난 시절의 "모든/기억은 와르르" "잊어버리는 게 생존의 기술"이 되어버린 냉혹한 자본사회의 인간을 시인은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홀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에 비유한다.
그러나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며 도달하는 곳은 결국 제자리일 뿐, 시인은 이러한 제자리걸음을 어느 날 불편한 자세로 물을 먹다가 사자에게 심장을 바치고 난 후 숨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긴 '기린'의 생(生)과 다름없음을 직시하고,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된 소통 부재의 현실과 불화하는 존재들의 고통을 정밀하게 투시한다.
시인은 뭇 생명들이 서로에게 고통 혹은 죽음으로 전이되는 비애의 순간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직설적인 표현으로 그려낸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통찰과 냉철한 역사 인식 또한 시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순천 출신인 시인에게 '여순사건'에 관한 시편들은 각별하다.
시인은 온 천지에 사람이 울고 개구리가 울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던 그날, "포승에 엮인/청년 여섯이/총부리 앞에 서 있"던 현장을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곧잘 묵직한 어떤 사건이 떠오르고 어디서 스무발이나 서른발쯤 총소리가 들려오는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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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시인은 과거의 '몸'에 자신을 대입해 상황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한편, 동시에 현실의 '몸'으로 각성해 상처를 보듬어 안는 독특한 문법을 구사한다. 예컨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비극적 현장을 돌아보면서 아버지 가슴에 총알이 파고드는 것을 보고 있는 소년이 되어 한마디 변명도 자비를 바라는 중얼거림도 없는 침묵 속에서 스러져간 무고한 죽음들의 넋을 기리는 해원의 노래를 부르며 고통과 함께 하는 치유의 노래를 들려준다.
시인은 삶의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세계를 궁리하며 여전히 나는 기다리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시인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마 뭇 생명들이 공존하는 상생의 나라, 생명과 사랑이 흐르는, 흘러야 하는 세상 아닐까 싶다.
장철문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는 "그는 한낮의 풀밭에 무방비로 엎드려 그 삼킨 것들을 삭인다. 어불성설, 그것은, 무모하게도, 그 검고 또 검은 것들을 땅굴처럼 검은 배 속에 품기이다"며 "소화와 배태가 착종된 그의 쓰기는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엄마와 나는 발가벗고 기다랗게 누워 발을 맞대고 한 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렇게 누워에서 보듯 타자와 자기를 감고 한 몸으로 낳으려 한다"고 평했다.
남길순 시인은 순천에서 태어나 지난 2012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분홍의 시작', 합동시집 '시골시인-Q' 등이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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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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