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단절은 상처받지 않겠다는 의지
진정한 이해는 아픔에 대한 공감

"기다림은 자신과의 대화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어야 기다림을 축적할 수 있다. 대나무 뿌리처럼 그도 어둠 속에서 아직은 보이지 않는 일출 같은 날을 만나기 위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귀찮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음이 괴로울 때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놀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역경 한가운데에서 대나무가 모든 걸 비우는 것처럼 그도 비워내고 있었다.대나무의 뿌리는 그물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며 자란다. 그러면서도 대뿌리의 속은 비움이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듯 비어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 앞에서 두려움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균형에 포기하듯 무작정 손 놓지 않고 욕심을 비우고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비우며 기다렸기에 대나무는 강하다. 그래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에도 대나무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대나무. 비우며 기다린 그 대나무의 시간처럼 그도 기다림을 짓고 있었다. 빈틈 없이 시멘트를 발라 내일로 가는 방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었다."(수필 '기다림의 미학' 중)
수필은 일상과 마음을 담아내는 문학장르다.
그래서 수필에는 담백함과 따뜻함, 소박함이 묻어난다.
박덕은 작가가 최근 수필집 '바닥의 힘'(도서출판 한림刊)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에는 살아오며 느낀 편린들과 자연과 호흡하며 느낀 단상들을 실린 글들이 담겨 있다.
그는 작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꼬일 때면 꼬인 부분을 풀려고 하지 않고 단절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가장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게 단절이었고 가윗날 스치는 단절은 더 이상의 상처받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통과 고집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 불통과 고집 때문에 생의 많은 길들이 꺾어져야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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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픔에 가닿아야 한다'애서는 일부러라도 내게 맞지 않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 봐야 하며 그의 가방을 메고 길을 걸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를 짓누르는 통증을 겪게 되면, 아픔이 다르게 느껴지고 진정한 이해는 상대방의 가장 어두운 아픔에 가 닿을 때 이뤄진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렇듯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만 모두가 마음을 열고 주위의 아픔을 어루만질 때 삶의 의미와 행복이 깃든다고 말했다.
각각의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과 혜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박덕은 작가는 "어찌 보면 인생이란 기다림의 시간을 짓는 것이리라. 기다림을 통해서 단단해지지 않았다면 대나무는 가느다란 바람에도 모래성처럼 맥없이 쓰러졌을 것"이라며 "폭풍우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굉음을 견디며 새벽까지 기다려 본 자만이 여명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덕은 작가는 화순 출신으로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희곡작가, 동화작가, 수필가, 시조시인, 동시인으로 활동해 왔고 저술 활동 뿐 아니라 지금까지 1천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창작할 정도로 화가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로도 재직했으며 지난 89년 1월 '한실문예창작'을 설립, 지도교수로 40여년 넘게 활동하며 675명의 후학과 문인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이곳을 거쳐간 문하생들은 우수 일간지 신춘문예를 포함, 1천374개에 이르는 전국 규모 각종 문학상과 공모전을 휩쓰는 등 작가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한편 박덕은 작가는 5일 화순읍 화순예총아카데미에서 '박덕은 아카데미 문예창작반'을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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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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