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기다려 본 사람만이 만나는 黎明

입력 2024.02.05. 16:52 최민석 기자
박덕은 수필집 '바닥의 힘' 출간
기다림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단절은 상처받지 않겠다는 의지
진정한 이해는 아픔에 대한 공감

"기다림은 자신과의 대화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를 묻고 또 물어야 기다림을 축적할 수 있다. 대나무 뿌리처럼 그도 어둠 속에서 아직은 보이지 않는 일출 같은 날을 만나기 위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귀찮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음이 괴로울 때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놀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했다. 역경 한가운데에서 대나무가 모든 걸 비우는 것처럼 그도 비워내고 있었다.대나무의 뿌리는 그물처럼 서로 얽히고 설키며 자란다. 그러면서도 대뿌리의 속은 비움이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듯 비어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 앞에서 두려움 이겨내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삐걱거리는 균형에 포기하듯 무작정 손 놓지 않고 욕심을 비우고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비우며 기다렸기에 대나무는 강하다. 그래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에도 대나무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대나무. 비우며 기다린 그 대나무의 시간처럼 그도 기다림을 짓고 있었다. 빈틈 없이 시멘트를 발라 내일로 가는 방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었다."(수필 '기다림의 미학' 중)

수필은 일상과 마음을 담아내는 문학장르다.

그래서 수필에는 담백함과 따뜻함, 소박함이 묻어난다.

박덕은 작가가 최근 수필집 '바닥의 힘'(도서출판 한림刊)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에는 살아오며 느낀 편린들과 자연과 호흡하며 느낀 단상들을 실린 글들이 담겨 있다.

그는 작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꼬일 때면 꼬인 부분을 풀려고 하지 않고 단절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가장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게 단절이었고 가윗날 스치는 단절은 더 이상의 상처받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통과 고집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 불통과 고집 때문에 생의 많은 길들이 꺾어져야 했다고 털어놨다.




수필 '아픔에 가닿아야 한다'애서는 일부러라도 내게 맞지 않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 봐야 하며 그의 가방을 메고 길을 걸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를 짓누르는 통증을 겪게 되면, 아픔이 다르게 느껴지고 진정한 이해는 상대방의 가장 어두운 아픔에 가 닿을 때 이뤄진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렇듯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만 모두가 마음을 열고 주위의 아픔을 어루만질 때 삶의 의미와 행복이 깃든다고 말했다.

각각의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과 혜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박덕은 작가는 "어찌 보면 인생이란 기다림의 시간을 짓는 것이리라. 기다림을 통해서 단단해지지 않았다면 대나무는 가느다란 바람에도 모래성처럼 맥없이 쓰러졌을 것"이라며 "폭풍우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산산이 흩어지는 굉음을 견디며 새벽까지 기다려 본 자만이 여명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덕은 작가는 화순 출신으로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희곡작가, 동화작가, 수필가, 시조시인, 동시인으로 활동해 왔고 저술 활동 뿐 아니라 지금까지 1천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창작할 정도로 화가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로도 재직했으며 지난 89년 1월 '한실문예창작'을 설립, 지도교수로 40여년 넘게 활동하며 675명의 후학과 문인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이곳을 거쳐간 문하생들은 우수 일간지 신춘문예를 포함, 1천374개에 이르는 전국 규모 각종 문학상과 공모전을 휩쓰는 등 작가로 활동하며 지역 문단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한편 박덕은 작가는 5일 화순읍 화순예총아카데미에서 '박덕은 아카데미 문예창작반'을 개설, 운영에 들어갔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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