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가지 일상 속 사물로 본 세계史

입력 2024.02.01. 16:10 최민석 기자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뜻밖의 세계사
찰스 패너티 지음/ 북피움/ 528쪽
(160424) -- ROME, April 24, 2016 (Xinhua) -- Performers take part in the parade at the Colosseum in Rome, capital of Italy, April 24, 2016. The city of Rome turned 2769 Thursday after its legendary foundation by Romulus in 753 BC. People celebrate the Birth of Rome with parades in costume, re-enacting the deeds of the great ancient Roman Empire, along the ancient Roman ruins of the Colosseum, Circus Maximus, Roman Forum and Venice Square. (Xinhua/Jin Yu)

역사는 삶의 시계바늘이다.

문화와 문명은 공기처럼 우리의 일상을 감싸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하루 24시간, 365일은 '역사'로 가득 차 있다. 밤새 편안하게 누워서 잠을 자고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뜨는 침대는 언제부터 인류의 곁에 있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하고 샤워를 하는 데 쓰는 치약과 칫솔, 비누와 샴푸 등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아침 식사에 사용하는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는 언제부터 식탁에 놓였을까? 식사 예법은 천 년 전인 중세와 21세기인 현대와 얼마나 다를까? 향긋한 커피 한 잔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노릇노릇 잘 구워져 토스터에서 '푱' 튀어나오는 토스트는 언제부터 맛있게 구워먹을 수 있었을까? 옛날 사람들도 잠잘 때 잠옷을 입었을까?

최근 나온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뜻밖의 세계사'는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일상 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300여 가지 일상 속 사물의 유래와 원조, 그리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두루 훑어본다. 오랫동안 인류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적인 관습과 습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일상용품의 오래된 역사를 통해 장대한 인류의 문화와 문명의 유산을 하나하나 통찰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적인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수백 권의 방대한 참고문헌과 폭넓은 취재를 통해 온갖 사물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과 지적인 욕구를 채워준다. 300여 가지 사물을 주인공으로, 거기에 얽힌 수백 명의 사람들을 조연배우로 등장시킨 한 편의 역사 파노라마 같은 책이다.

1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수많은 미신과 행운의 상징들, 네잎 클로버에서 토끼 다리, 검은 고양이 등에 대한 이야기로 장대한 '인문학 어드벤처'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생일과 결혼, 장례 등 생로병사와 관련된 다양한 관습들, 명절과 축제일에 얽힌 유래와 사연, 식탁을 둘러싼 풍경과 부엌에 놓여 있는 것들의 크고 작은 사연들, 화장과 화장실과 목욕탕, 침실 등에 관련된 시설들의 기원, 아름답고 잔혹한 동화와 동요의 유래, 화장품과 온갖 약의 발견과 발명의 역사, 옷과 신발, 그리고 재미있는 놀이와 맛있는 음식, 달콤한 과자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사물의 이야기지만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재상 리슐리외는 사람들이 '교양 없게' 식탁에서 나이프로 이를 쑤셔대는 꼴을 보기 싫어서 나이프 끝을 둥글게 갈아버렸다. 장미 향수를 유행시킨 사람은 로마의 네로 황제였고, 최초로 고기 대신 과일을 넣은 파이를 먹은 사람은 엘리자베스 1세였다. 17세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는 궁전에서 먹고 자면서 오로지 가발만 만드는 사람이 40명이나 고용되어 있었다. 하이힐의 유행은 루이 14세의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에서 시작되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여행복을 한꺼번에 여러 벌 주문했다가 도피 계획이 들통났다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얽혀 있는 에피소드는 작은 세계사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문화의 차이가 낳은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로마 시대 이래로 남자들은 비가 오면 그냥 맞았고, 우산을 쓰는 남자는 '나약한 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우산을 사랑한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투쟁'으로 남자들도 더 이상 비를 맞지 않고 우산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담배의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성냥이 발명된 다음부터였다.

원시 시대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관습이나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장대한 역사를 알게 되면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예전과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것 하나에 삶을 통째로 바치고 스러져간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그들의 야심과 욕망, 절절한 사연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무미건조한 사물이 아니라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소재로 다가온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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