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며 목격한 가장 빛나는 어둠

입력 2024.01.29. 17:15 최민석 기자
박인하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출간
잔혹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의 시편
응시하는 사랑이 펼쳐낸 풍경 선사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이의 마음들

문득 시를 읽을 때 아직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박인하 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렇다.

광주 출신 박인하 시인의 첫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걷는사람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뜨겁고 차가운 것이 이생의 일인지도 모르기에 삶을 구성하는 잔혹하고 아름다운 생명력과 그것이 지닌 다채로운 온도로 가득하다. 물성의 뒷면이 가진 고유함을 온전히 응시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짐작해내는 오롯한 풍경을 선사한다.

그러니 뒤돌아 도망치는 것이 끝내 부끄럽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시인은 일러 주는 듯하다. 이곳에서만큼은 "우리 도망가자"라는 말이 더없이 달콤하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이의 마음에 녹아 있을 너른 함의와 그 내밀한 속을 겁내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한 시인의 마음이 이곳에 있으므로. 그러니 "그 후로 슬픔은 오래 녹지 않는 것"('소금 기둥')이 되어 버린다 해도 "우리"는 괜찮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이 써 버려서 망가진 마음"을 향해 조곤조곤히 속삭이는 목소리와 "차라리 죽어 버려라 없어져 버려라"라는 격렬한 염원이 담긴 절규의 끝에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따라 불러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손을 꼭 잡고 빛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던 연인들// 바람이 분다/ 나무의 가지 끝 흔들리는 연분홍색으로/ 피어나는 저것들 빛을 다 들이마셨다/ 그 곁에서 조금씩 휘어지는 그늘의 행간을/ 왔다 갔다 다시 바람이 분다/ 알지 못하는 어떤 곳에서 내게로 왔던 이여/ 봄을 비유하는 나의 문장은 언제나 당신/ 서로에게 다가가서 부러지던 빛빛/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돋아나는 빛이 있었다"('부러지는 빛' 중 일부)

이 시집은 안과 바깥, 이곳과 저곳, 그때와 지금을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들을 읽고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이 멍하니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일이 전생인지 이생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밤이 잠들었다가 일어나는 아침과 이어지는 것이다

해설을 쓴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죽음과의 대면을 집요하게 시도하려는 시인 박인하의 작법에 주목한다"며 "시인이 할 일은 우리가 신의 상실에 따른 빈곤 속에 있으며, 우리의 삶이 죽음과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죽은 것들을 태우는 것이 시의 불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말하며 "그 시의 불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짚어낸다.

박인하 시인은 지난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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