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이들이 남긴 삶의 의미

입력 2024.01.25. 15:53 최민석 기자

누구나 사는 동안 이별을 맞는다.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과 전애원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간 후 7년여의 이야기를 담은 후속작 '남겨진 것들의 기록'으로 돌아왔다. 외로이 떠난 이들의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는 일을 25년이 넘도록 해오고 있지만 그들의 사연을 대신 말해주는 유품을 정리할 때면 여전히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밀려든다는 저자가 다시 한번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을 배웅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의 의미,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고독사에 대한 경각심도 다루지만, 이번 '남겨진 것들의 기록'에는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나지막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진하게 담겼다.

주변을 돌아볼 여력도 없이 숨 가쁘고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생명의 소중함이나 생의 의지마저 희미해질 때가 있다. 그런 우리에게 신간'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진정 나에게 가치 있는 것, 생의 소중함,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새삼 되돌아보는 뭉클한 시간을 선사한다.

김새별 저자가 찾는 현장에는 그게 어디든 마지막 순간을 외로이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유품은 저마다 다르게 물들인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준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가득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의 쓸쓸한 마지막, 멋진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마음의 그늘에 짓눌려 끝내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하고 밤새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의 애끓는 모정이 꺼져가는 순간……. 작별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 이웃의 안타까운 모습이자, 어쩌면 어느 순간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오늘날의 안타까운 초상이다.

그래도 저자는 마냥 손 놓고 어두운 미래를 기다리지만 않는다. 떠나간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책은 역설적이게도 시작을 이야기한다. 쓸쓸한 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애착,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 서로를 굳게 붙들어주는 연대를 바라는 마음이 책 곳곳에 알알이 새겨져 있다.

누구나 지나온 세월을 갈무리하고, 그동안 맺었던 고마운 인연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단정하게 세상과 이별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의 삶을 방치하지 않아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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