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가족·사회 속 슬픔의 스펙트럼
시대의 복판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
희망의 정수리에 옮겨놓은 깨달음

슬픔은 인간에게 원초적 감정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탈 수 없을 때 슬픔이 돋아난다.
자신의 모든 시에 슬픔을 읊은 시인이 있다
김귀례 시인이 신작 시집 '꽃들은 묻지 않는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
곽재구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 한 사람이 어둠 속을 걸어간다. 한 손에 횃불, 한 손에 저울을 들고 있다. 인간과 세계의 골목길을 헤쳐가며 그는 인간의 마음 속 고통을 확인하고 그들이 지닌 슬픔을 계측한다. 그것을 외면할 자유가 우리에겐 없을 것이다. 그것들의 아픔 앞에서 시인의 시는 예민하고 진지하다"고 평했다.
세르비아 국경 검문소의 등 뒤에서 웅크린 걸음을 멈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국경검문소의 무심한 얼굴 앞에서 국경 통과 심사를 받는 동안 고물 승용차에서 내려진 이불 보따리 프라이팬 밀가루가 두 팔을 든 채 바닥에 엎드려 줄을 서기 시작한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두 눈이 커져있는 아기 엄마는 지중해에서 잠든 남편의 목소리를 떠올려 본다
자비와 평화가 불임인 시대에 태어난 쌍둥이의 이름은 난민이다.
인간의 욕망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결핍에 의해 생기는 것이므로 인간은 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끝없는 욕망의 충족을 통해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그 슬픔을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이 더욱 확대되고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 충족 수단이 상품의 형태로 무한히 확대되는 것은 지금 이 시대가 그만큼 더 슬픔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귀례의 시들은 이 슬픔을 다루고 있다. 그가 다루는 슬픔은 한 개인의 내면의 슬픔에서부터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슬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같은 맥락에서 그의 시들에 나타난 슬픔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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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사람들은 소금꽃으로 피어난다// 하얀 결정으로 부신 사연들이/ 침몰하거나 수장되거나 부유하다가/ 이곳/ 아직도에 도달한다//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 저녁만 있는 삶이 모여드는 섬/ 고통 없는 섬이 존재하지 않듯이/ 아픔 없는 배는 정박하지 않는 섬/ 아직도// 오십 년이/ 다시 하얀 기다림으로 부서지고/ 갈등을 구워야하는 오늘이 닳아가고/ 박음질 당하는 기다림은 잠을 잊는다// 텅 빈 우편함은 먼지바람이 오가고/ 소금꽃이 된 아들을 기다리는/ 등 굽은 제주도 할망/ 밀려오는 파도에 하얗게 부서진다// 희망버스는 아직도에 아직 오지 않고/ 서해 끝/ 격렬비열도가 울음을 운다."('아직도' 전문)
'아직도'는 채우지 못한 욕망을 강조해주는 부사어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연기되는 욕망 충족을 표현하는 가장 간단한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아직도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아직도 가야 할 곳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직도'이다. 과거의 슬픔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한 '희망버스'마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그곳이 또한 '아직도'이다.
정윤천 시인은 "여전히 시대의 복판을 직시하고 복무하는 열혈청년의 시편들이 이채롭고 아프다. 천수천안의 몸짓으로 자신의 시를 태어나게 하는 내외의 비극 현장을 검색하며 놓치지 않고 있다"며 "한편으로 시인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5월의 광주에 몸을 담고 이어진 세월호와 용산과 이태원의 참사들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본과 국가폭력들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커다랗게 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귀례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교육대학원을 나와 국어교사로 퇴직했다. 계간 '시와 사람'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빚기와 진선미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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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픔 넘어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
5·18민주화운동 46주기를 맞아 오월 정신을 문학적 서사로 승화시키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와 한국작가회의는 오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과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서 ‘2026 오월문학제’를 개최한다. 올해 문학제는 ‘오월, 생명과 평화의 서사로!’라는 슬로건 아래 다채로운 학술·예술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예정이다.이번 행사는 ▲오월문학 심포지엄 ▲5·18문학상 시상식 ▲오월문학제 본 행사 ▲5·18 민주묘역 참배 및 추모식 ▲걸개시화전 등으로 구성됐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첫날인 23일 오후 2시부터는 전일빌딩245에서 ‘오월문학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김영삼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전남대 유희석 교수와 조선대 임경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오월 문학이 지닌 생명력과 평화의 메시지를 심도 있게 짚어본다. 토론에는 김주선 평론가, 심미소 시인, 안점옥 동화작가, 김현주 소설가가 참여해 오월 서사가 현대 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미래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이어 오후 4시부터는 ‘5·18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시·소설·동화 부문 신인상 당선자들에 대한 시상과 함께 본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이어진다.이날 오후 5시부터는 박일우 소설가의 사회로 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오월문학제’가 진행된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인사말과 채희윤 고문의 환영사,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의 의미를 다진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특히 이번 오월문학제 행사에서는 이상일 인천작가회의 지회장과 정덕재 대전작가회의 지회장이 연대사를 하고, 경기, 부산,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지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산문낭독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경남작가회의가 축하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행사는 참가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마무리된다.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5·18 민주묘역 참배와 추모식이 엄수된다. 참가자들은 국립 5·18민주묘지 일원에 전시된 오월걸개시화전을 관람한 뒤, 국립 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날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광주전남작가회의가 지난해 진행한 2025 오월문학제 ‘오월 너머의 문학, 세계의 물결로!’.한편 부대행사인 오월걸개시화전은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5·18묘역 일원에서 상설 전시돼 묘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문학을 통한 추모의 기회를 제공한다.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문학제는 5·18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문학적 서사로 담아내기 위해 기획됐다”며 “전국의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오월의 참뜻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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