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밀림과 당김이 만들어낸 음악의 마법

입력 2024.01.23. 11:03 최민석 기자
이미경 전남대 교수 '음악, 밀당의 기술' 출간
연주자와 청자의 연결고리 '박'
동요·클래식·국악·재즈·K팝 탐구
음악 본질은 서로 느끼는 시간

"박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짚어주는 음악은 내 심장을 거기에 동조해 함께 뛰도록 만들기 때문에 좋다. 반대로 살짝살짝 비껴가는 음악은 기대를 조금씩 비껴가는 안타까움에 애간장이 녹는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런 '끌림' 때문이다. 그야말로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 이 과정이 꼭 연인 사이의 '썸'처럼 느껴진다. 기분 좋은 떨림과 짜릿함이 사람들을 음악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북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20여 년 전 우리는 그것을 전 세계인들과 함께 확인했다. 2002년 6월, 온 나라가 하나의 '박(beat)'에 그렇게 강력하게 빠져드는 모습은 이전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광경이었다.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대- 한 민국, 짝 짝 짝 짝짝." 이 단순하지만 강력했던 박이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미경 전남대 음악교유고가 교수가 최근 '음악, 밀당의 기술'(곰출판刊)을 펴냈다.

우리 가슴 속 북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드랍 더 비트(drop the beat)"와 함께 시작되는 강렬한 랩도 좋고, 흥겨운 비트와 리듬으로 몸을 한순간도 가만 두지 못하게 만드는 K팝도 좋다. 왈츠의 3박자 음악과 피아졸라의 반도네온 선율의 탱고 리듬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이런 음악은 우리 가슴을 그야말로 '바운스 바운스'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두근거림의 이유가 바로 '박'이다. '박'은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이 진화시킨 특별한 능력이다. 물론 음악은 소리의 시간적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박을 세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릴 때나 다른 사람과 앙상블을 즐길 때도 고개를 흔들거나 발끝을 까딱거린다.

이런 현상을 '동조'라고 하는데, 동조는 마음이 없는 무질서한 집단, 진동자들이 서로 보조를 맞추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음악의 3요소'라 불리는 멜로디와 리듬, 하모니를 음악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으로 다뤄왔다. '딴딴 따-단'하는 '결혼행진곡'이나 '띠로리로, 띠로리로리'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우리가 음악을 멜로디로 기억하는 대표적인 곡들이다. 리듬은 음의 장단과 강약을 나타내는 것인데, 멜로디 진행에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한 것을 보여준다. 하모니는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 즉 다른 소리와의 어우러짐을 다룬다.

책 '음악, 밀당의 기술'은 그동안 지나쳐 온 '박'을 전면에 내세운다.

저자는 박이 리듬이나 멜로디 같은 음악의 다른 요소들과 비교해, 비록 중요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음악의 시간적 질서와 공감의 측면에서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를 감각적으로 짚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학과 진화생물학 등의 다양한 연구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과 듣고 즐기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박이 가진 원초적인 힘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음악 레퍼런스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동요부터 클래식, 국악과 재즈, K팝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구현하는 박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동조하는 울림을 가만히 응시한다.

50개에 가까운 QR코드는 글로 전달하는 한계를 극복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다양한 도표와 그림, 악보 등 시각 자료는 호기심과 글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음악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원천이었다. 음악은 박자를 통해 시간과 울림을 공유하고, 리듬을 통해 선율과 이야기를 전한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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