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꿈꿨던 남북통일과 평화의 꿈

입력 2024.01.18. 14:31 최민석 기자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때때로 한 사람의 길은 역사가 되고 그의 꿈은 모두의 희망이 된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삶이 그렇다.

최근 나온 '거인의 꿈'은 사학자이자 작가인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저서 '빌리 브란트와 김대중'과 '김대중 자서전' 그리고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을 토대로 김대중의 삶을 구성하고, 김대중이 제시한 '남북연합'을 가정적으로 선보이는 소설이다.

변방인으로 태어나 다섯 번이나 되는 죽음의 고비와 끊임 없는 감시, 납치, 연금, 망명 그리고 사형선고. 김대중의 인생은 혹독한 고초와 시련의 연속이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후 젊은 나이에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김대중은 군사 정권 아래 세 차례 낙선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끝내 정계 진출에 성공한다. 그는 마침내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북연합'은 김대중이 설계하고 제시한 남북통일에 대한 비전이자 그의 꿈이다.

'거인의 꿈'은 해방 이후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김대중의 삶을 그렸다. 거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이희호 여사와 숙명의 라이벌 김영삼 등 김대중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4부 때문이다. 소설의 4부 '남북연합 창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김대중의 '남북연합'을 흥미진진한 소설로 재구성했다. 북한과 미국·일본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을 시작으로 개마고원 트레킹과 북한 땅 한 달 살기에 이르기까지 남한과 북한이 절반의 통일을 이루어 가는 장면은 마치 '남북연합'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남북 관계는 김대중 정부 이전으로 돌아갔다. 남북통일을 놓고 우려가 섞인 의견도 많다. 그러나 남북통일은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문제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 신탁통치를 둘러싼 갈등을 놓고 김대중은 한반도는 반드시 하나의 국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해방정국은 미군정의 지원을 받은 이승만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 두 체제로 분리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각 수립된다.


"대한민국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42쪽)

이후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김대중은 형무소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겪는 등 전쟁 중에 생사를 넘나든다.

김대중은 1952년 부산정치파동이 일어난 것에 분노하며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이어진 선거에서도 줄곧 떨어지다가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민의원으로 당선된다.

김대중은 유신체제에 맞서 싸우며 망명을 선택한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문은 특히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감시는 끊이지 않았고 납치까지 당해야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킨 그에게 내려진 것은 다름 아닌 사형선고였다. 대법원 상고심이 기각되면서 사형이 확정되자 남편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 뜻에 맡기겠다는 아내와 자식들이 기도하는 장면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게 한다.

'변방인'으로 태어나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에서도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한길만 걸어간다. 우리에게, 대한민국에게 김대중은 진정한 거인이었다.

김대중은 3단계 통일론을 제시하며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와 평화적 통일을 강조했다. 이 소설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김대중의 '남북연합'을 현실적으로 또 희망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남북연합'이란 어떤 하나의 통일국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연방국가 이전의 단계로서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며 신뢰를 기반 삼아 서로 협력하는 체제를 뜻한다. '거인의 꿈'은 남한과 북한이 김대중과 김정일의 악수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 우리가 휴전선이 아닌 평화선을 넘게 될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전해 준다.

최영태 교수는 "남북 모두 대결 국면에 한계를 느끼고 다시 화해와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바로 그때 김대중이 제시한 남북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비전을 상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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