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관찰력 아이들 마음 읽어
때묻지 않은 희망 발견 긍정 공감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 의미 부여

영광 출신 이성자 동화작가가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 온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 어린이문화대상 동시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 2020년 펴낸 동시집 '기특한 생각'(고래책빵刊)이다.
어린이문화진흥회 어린이문화대상 운영위원회는 최근 심사회를 열고 이성자 작가의 '기특한 생각'을 올해의 어린이문화대상 동시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발표했다.
'기특한 생각'은 모두 60여 편의 동시를 담고 있다. 이성자 시인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아이들의 기특함을 하나하나 잡아내고, 아이들 마음에 쏙쏙 박히는 동시로 옮겼다.
그의 동시를 읽다보면 어린이들이 기특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짓 없는 고운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고, 티없는 맑은 눈으로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고, 누구든 계산하지 않는 동심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기특한 생각'에는 이런 아이들의 기특한 마음과 기특한 행동이 가득하다. 기특한 아이들은 동시 속에서 이순신 장군을 올려다보며 힘드니 이제 칼 내려놓고 쉬기를 바라고, 꽁꽁 언 동태 눈을 바라보며 언젠가 바다로 돌아갈 희망을 발견한다.
작가는 어린이의 친구처럼 그 친구들의 마음을 꼭꼭 집어낸다.
박두순 시인은 "'기특한 생각'은 기특한 생각이 가득 차려진 잔칫상이다. 기특한 생각이 숨 쉬고 있는 생각의 집, 생각의 밭, 생각의 숲이다"며 "얼핏 보기엔 좋은 생각, 바른 생각을 가르치려는 교육적인 동시집 같으나 어린이의 본래 마음인 맑고 바르고 착한 동심을 찾아내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성자 작가는 자연과 이웃, 친구들을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바라본다. 그 사랑의 시선으로 시인은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그는 너무 익숙해 쉽게 지나치거나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주목했다. 그렇게 모든 것은 동시 안에서 생명을 얻고 존재의 기쁨을 말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숱한 작품을 통해 진달래 피어 있는 뒷산 꽃길부터 비 온 뒤 운동화에 흙탕물을 잔뜩 발라 놓는 얄미운 흙탕길,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망설이게 만드는 갈림길, 숲속 정다운 오솔길, 임금님이 다니셨다던 거둥길, 슬픈 역사의 에움길,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꼬부랑꼬부랑 가는 꼬부랑길 등 우리가 잊고 살았던 길들의 기억을 그려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의 해맑은 동심을 세상에 널리 알려 따뜻함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창작에 매진해 동시와 동화를 통해 독자들의 감성과 마음을 어루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자 작가는 영광에서 태어나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동아일보신춘문예와 어린이문화신인대상 문학부문에 당선됐다. 우리나라 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계몽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지은 책으로는 '너도 알 거야',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등 다수가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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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384 중편소설은 단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서사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장르로 꼽힌다.주로 굵직한 대하 장편소설을 써온 이계홍 작가가 최근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도서출판 도화刊)를 펴냈다. 이 중편소설집은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4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다가 만난 우리 역사에서 특이한 소재와 중요한 사건을 묵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여 집필했다.특히 이번 소설집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해당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된다. 선 굵은 서사구조와 단단한 스토리 텔링이 독자를 견인한다.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투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언론사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으로 평가된다.수록작품 중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는 송안나(본명:송숙자)의 기구한 운명을 1970년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진한 남도 사투리와 거친 욕찌거리로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이야기다. 속칭 양갈보로 살아온 송안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한 생애에서 암초를 만나는 주요한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작가의 열망이 작품 제목 '순결한 여인'으로 승화되고 있다.'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군인에 관한 인물전기를 많아 쓴 작가의 장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5공군의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천년 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의 모습을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실감나는 표현과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귀국선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1호 귀국선인 우키시마호가 폭발해 침몰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8천 명이 넘은 사람이 승선했는데 생존자는 불과 이천여 명 밖에 안된다고 전해지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는 미군이 설치한 수중 기뢰 때문이든 패전한 일본의 방치와 외면으로 침몰했든, 수천 명이 수장된 사실과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을 매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인지 수사'는 남의 문중 땅에 몰래 묘를 쓴 사람과의 소송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 비판과 냉소의 형태가 현실의 어떤 순응과 체념의 경로를 거치는가를 심도 있는 내면과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의 문중 땅을 무단으로 점령한 자의 묘를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껴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이계홍 작가는 무안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 졸업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7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그는 30여년 동안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장편 '초록빛 파도' '장만'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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