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스타코비치는 구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를 조금 더 아는 음악 애호가는 그가 스탈린 치하에서 받았던 곤욕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음악은 지금도 살아 있을 때처럼 널리 사랑받고 있고, 그의 비극적이면서도 기구한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연된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도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여러 서적이 출간됐다. 최근 나온 엘리자베스 윌슨의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지난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하며 개정판이 출간된 'Shostakovich: A Life Remembered'의 번역본이다.
쇼스타코비치를 주제로 한 책 가운데서도 분량과 형식에서 독보적이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이 책을 위해 쇼스타코비치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인물의 증언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수십 건의 도서와 자료를 검토한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직접 관련된 인물들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확인받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쇼스타코비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증언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의 기억과 평가, 증언 속에서 한 예술가의 인생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곡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음악까지 암보로 연주하는 천재였고, 작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이 폭압적인 체제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하던 아웃사이더였다. 상대방을 도와주고도 그걸 알리려 하지 않는 사려 깊은 친구였으며,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스키를 타던 다정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모든 진실이 그렇듯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진실도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책에서 그러한 진실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과 함께 무엇보다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에 관한 한 신동이자 천재였다. 그는 열세 살에 처음 작곡을 한 것으로 보이고, 열아홉 살에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다. 피아노에도 재능을 보였는데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주 무대에 올라서 핀잔을 받는다. 20대 초중반에 작곡한 여러 교향곡과 고골을 각색한 오페라인 '코'로 이미 명성을 쌓은 쇼스타코비치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발표하며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훗날 가장 높이 평가받는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과 교향곡 4번은 정권에 의해 형식주의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요주의 인물이 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복무하지 않은 죄를 물은 것이다.

스탈린 정권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쇼스타코비치를 핍박하는데, 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제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된 그를 체제 선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정권의 이중적인 행태 때문에 삶의 고비마다 위기를 겪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한다. 2차 대전 시기에는 선전 도구로 활용된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본인과 가족의 안정을 보장받았지만, 형식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비난당하는 고초를 겪는다.
스탈린이 사라진 이후에도 처지는 비슷했다. 흐루쇼프 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그는 공산당에 입당하는데, 이 때문에 사회적인 지위는 확보했지만 본인이 원치 않은 일들에 동원되어야 했고, 때로는 체제의 앞잡이로서 동료를 비난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인생은 '프라우다'에 게재된 사설 '음악이 아니라 혼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설 이후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당이 원하는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음악 속에 예술가로서의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편으로는 사생활과 관련된 모티프들도 음악 속에 은밀하게 녹여내는데, 쇼스타코비치의 절친한 친구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사사받은 엘리자베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 음악 속에 감춰진 비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수많은 문헌과 자료, 인터뷰를 토대로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재구성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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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동심을 끄집어내 인간을 이해시키는 장르" 동화는 다양한 문학장르 중 의미와 상징이 풍부하고 분명하며 효과적으로 짤 짜인 이야기이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분야로 '모험 플롯'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이성자 동화작가는 최근 '국제PEN 광주' 22호에 실린 '뜻밖의 선물, 아동문학에서 찾아라- 모험 플롯의 전형은 동화'라는 소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그는 "그림 형제가 수집한 '세 가지 말'은 모험 플롯의 원형적 모형"이라며 "독자들의 초점은 아들이 떠나는 것, 즉 여행에 맞춰지는데 아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보다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얼개"라고 주장했다.그는 효과적 모험 플롯 창조를 위해 주인공과 힘께 모험을 떠날 것과 흥미로운 상황에 관심을 집중할 것, 설득력의 결정 요소는 믿음, 주인공과 모험 자체를 즐길 것 등을 주문했다.또 "동화 속 모험 이야기는 시간의 연결고리와 다음에 주어지는 사건에 주된 관심을 보인다"며 "이는 등장인물의 정신적 측면을 고양시키는 내면의 인식이나 성찰 등은 일부러 보이지 않고 다만 이야기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소설을 동화로 각색한 조나단의 '걸리버 여행기'에서도 인간을 작게 또는 크게 확대해 들여다볼 때 그 불완전함과 역겨움 등을 충분히 표현했다"며 "이처럼 동화 속 모험 이야기에서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각, 청각, 후각의 감각까지를 완전하게 제공하며 결국 모험 이야기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에 푹 빠져 함께 여행을 즐기며 인간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고 역설했다.그는 "동화 속에서는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동심을 불러내어 인간에 대한 고민을 찾는다"며 "오늘날처럼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면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이 필요한데 그 비판력과 통찰력은 결국 인문학적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으며 인문학의 기본은 아동문학에서 출발한다"고 피력했다.이성자 작가는 영광에서 태어나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동아일보신춘문예와 어린이문화신인대상 문학부문에 당선됐다. 우리나라 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계몽아동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지은 책으로는 '너도 알 거야',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등 다수가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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