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속의 새(사만타 슈웨블린 지음)="그러고 보면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새를 산 채로 먹는 것쯤은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자연적 관점에서 보면 그게 마약보다 건전하고,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열세살 아이의 임신보다 숨기기 쉬우리라는 생각도 했다." (수록작 '입속의 새' 중) 2022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하고 세 차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사만타 슈웨블린의 단편집이다. '입속의 새'는 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도 올랐던 작품이다. 일찍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은 슈웨블린은 이 작품으로 "그림 형제와 프란츠 카프카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듯하다"(J.M. 쿳시)는 평을 받으며 단번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창비/ 300쪽.

▲동물노동(켄드라 콜터 외 지음)="우리는 계속해서 동물 노동자를 침묵시키고 착취할 것인가?" 신간 '동물노동'은 동물을 노동자로 인정하면 동물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알라스데어 코크런 영국 셰필드대 교수와 켄드라 콜터 캐나다 브록대 교수 등이 책을 썼다. 노동 운동은 중요한 사회 운동 중 하나지만 동물의 노동은 주목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동물이 노동자라는 발상을 이해하지 못하며, 동물 노동을 착취하는 것은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방식 중 하나로 여겨졌다. 최근 동물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책공장더불어/ 400쪽.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양인다 지음)=문학동네시인선의 새해 첫 책으로 양안다의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가 출간됐다. 양 시인은 지난 2014년 등단해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등 네 권의 시집을 펴내며 부지런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서는 '애정과 증오', '사랑과 살의'와 같은 이분법적인 시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관계의 이면에 깊이 들어간다. 시집 전반에 걸쳐 청색이라는 색채 이미지도 도드라진다. "푸른 핏줄이 불거진 내 손목을 붙잡았지"('잔디와 청보리의 세계')라는 구절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맥동하는 관계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문학동네/ 152쪽.

▲빛의 체인(전수오 지음)=지난 2018년 등단한 전수오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집에서 전 시인의 시선은 새의 감각과 닮아 있다. "나의 작업들은 물질적·정신적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초극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새"라고 시집을 통해 밝힌 그는 미세한 틈부터 광활한 대지까지 곳곳에 있는 작은 존재들을 정확히 포착하는 새의 감각으로 들여다보며 상상으로 재현된 가상 세계와 현실의 폐허를 펼쳐 보인다. 시집은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시인 '환기구'에서 작은 틈새로 새어 들어온 빛은 너무도 미약해서 어둠을 물리치는 대신 어둠이 어떤 어둠인지를 더 잘 보여 준다. 시집 속에서 빛은 상자 속, 창이 없는 방, 야생의 밤, 깊은 산속, 열매의 내면, 굳게 다문 입안을 희미하게 비추며 어둠의 내밀한 이야기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마주하게 한다. 민음사/ 152쪽.

▲제2의 불확실성의 시대(스티븐 폴로즈 지음)=캐나다 경제학자인 스티븐 폴로즈는 책 '제2의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1800년대 후반 빅토리아시대 대공황부터 2008년 발생한 경기침체를 토대로 향후 경제 상황을 전망했다. 그는 미래 불확실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고령 인구와 노동력, 기술혁명, 기후변화, 정부 부채 증가, 글로벌 소득 불평등을 꼽았다. 이들 구조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이 일으킬 위험을 경고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 부분 양쪽의 자원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경제 상황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예측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용주, 투자자, 정책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주택담보대출에 관심 있는 모든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한국물가정보/ 352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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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 "소박한 시집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 사회가 참 삭막한데 읽는 분들이 시집을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최근 첫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천년의시 刊)을 펴낸 김민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소망을 이처럼 밝혔다.이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1년 등단한 이후부터 조금씩 꾸준히 써왔던 시들을 엮어냈다. 오랜 시간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온 지난날의 감정이자 감상이 담긴 시집이다. '봄' '나무 도마2' '안개꽃' '배추김치 읽기' '크리스마스 카드'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푸름 많은 몸짓으로/푸름 맑은 열정으로/두근두근 그리면 내게 올까/누추한 생에 세례수 한 방울만 한 네 잎'('네잎클로버' 중)그의 작품은 일상 속의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뜯어본다.이해인 수녀는 해설에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과 애정을 저자 특유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들은 솔직하고 아름답고 따듯하다"며 "담백한 깊이로 독자의 마음속에 슬며시 사랑을 넣어 준다"고 설명한다.이 수녀의 해설처럼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켜켜이 쌓인 배추 포기를 책으로 읽어 내는 예민한 시선에 감탄"하게 만들고 "우리 또한 생활 속의 시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존재를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이 깊은 울림이 된다.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소박한 언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쓰기가 어려워 마음대로 조금씩 써서 보관해왔던 것들을 기록이자 추억으로 엮어냈다"며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인정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박한 시집이지만 이 시집 또한 독자들에게 그런 시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편 김민하 시인은 2001년 '아동문예'에서 동시, 2012년 '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2011년에는 '바른손' 일러스트 작가로 등록,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집 '기침하는 꽃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며 2014년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영화평을 연재했으며 2020~2022년 무등일보에 '생각 한 방울' 연재, 2024년에는 월간지 '아트플러스'에 '생각 한 방울'과 시 칼럼 일러스트를 연재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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