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한몸돼 쓴 생태시 수록
건강한 우주적 삶 순환 형상화
생과 사의 대자연 섭리 펼쳐내

독재 저항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잘 알려진 양성우 시인이 18번째 시집 '꽃의 일생'(일송북刊)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시편들이 담겨 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정한 첫 마음을 그대와 삼라만상 앞에서 무릎 꿇고 정갈하게 부르는 노래다. 거듭거듭 정갈하게 바쳐져 시 자체가 노래가 되는 연가(戀歌)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 많은 시편이 가곡으로 작곡돼 불리며 대중의 가슴에 뭉클하면서도 유장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양 시인의 시편들 속에서 '그'라는 3인칭은 1인칭인 '나', 시인 자신이다. 시인의 순정한 첫 마음이다. '그'는 또 우주 삼라만상의 자연이다.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구름이며 온갖 종류의 꽃이다. 순정한 시인의 마음속에 깃든 선한 대자연 그대로가 '그' 자체다.
양 시인의 시는 1인칭, 2인칭, 3인칭을 나누어 쓰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곧 하나가 된다. 시적 화자(話者)인 '나'와 시적 대상인 '그대'는 3인칭 '그'로 해서 하나가 된다. 첫 마음, 그리움으로 하여 모든 인칭은 1인칭이 된다. '꽃의 일생'은 삼라만상, 대자연과 자연스레 한 몸, 한 마음이 돼가고 있는 시세계의 한 결정판이다.
"꽃이 피기 전에 어찌 아픔이 없겠느냐/ 어떤 큰 몸부림의 뒤에 문득 눈 시린 꽃잎으로/ 피어나는 것이겠지/ 그 누가 부르지 않아도 절정은 그렇게 오고/ 나비가 오고/ 새의 날갯짓에 놀라기도 하지/ 웬일인지 몰라도 꽃이 활짝 피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바람이 치니/어찌 눈물 없이 꽃의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까/ 사람도 한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고/ 술을 마시고/ 어둠 속을 헤맴은 흔한 일이라/ 그러다가 무엇을 두고 온 것처럼 오던 길을/ 잠깐 돌아보는 사이에/ 몸도 영혼도 시드는 것!/ 이와 같이, 저도 모르게 꽃잎은 지고/ 물에 떠서 흐르고/ 그 다음에는 언제나 또다시 긴 적막이 오겠지/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시 '꽃의 일생' 전문)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은 피고 지고 우리네 삶 또한 그런 대자연의 운행 법칙에 따른다는 주제가 담긴 시다. 또 꽃의 피고 짐, 생과 사의 대자연의 섭리가 자연스레 묻어나고 있다.
위 시에 드러나듯 꽃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순간순간의 절정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겨나서 자라고 서로 맺어지며 살아가다 마침내는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의 순간의 가장 간절한 몸짓이 꽃이다. 나비와 새. 비와 바람과 뭇별 등 삼라만상의 말 없는 내밀한 언어다.
꽃의 일생, 우주 삼라만상 운행의 도가 자연스럽고도 간절하게 묻어나고 있다.

이렇듯 양 시인은 시로서, 그리움과 사랑으로서 생래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돼 그런 깨달음을 우리들에게 축복처럼 전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쓴 생태 시편들과 함께 삼라만상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道)에 이르는 원숙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양성우 시인은 지난 1970년 '시인'지로 등단, 1975년 집회에서 시 '겨울공화국'을 낭송해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장시 '노예수첩'을 국내에서는 발표할 수 없어 일본의 잡지 '세카이(世界)'지 1977년 6월호에 게재했다가 국가모독죄로 투옥됐다. 두 시 모두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듯 당시의 유신독재 체제를 비판한 투쟁시입니다.
양 시인이 투옥되자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측 문인들이 시인의 시들을 묶어 1977년 '겨울공화국'을 펴냈다.
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학다리고와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발상법'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압록강 생각' 등을 출간했고 85년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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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 "소박한 시집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 사회가 참 삭막한데 읽는 분들이 시집을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최근 첫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천년의시 刊)을 펴낸 김민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소망을 이처럼 밝혔다.이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1년 등단한 이후부터 조금씩 꾸준히 써왔던 시들을 엮어냈다. 오랜 시간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온 지난날의 감정이자 감상이 담긴 시집이다. '봄' '나무 도마2' '안개꽃' '배추김치 읽기' '크리스마스 카드'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푸름 많은 몸짓으로/푸름 맑은 열정으로/두근두근 그리면 내게 올까/누추한 생에 세례수 한 방울만 한 네 잎'('네잎클로버' 중)그의 작품은 일상 속의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뜯어본다.이해인 수녀는 해설에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과 애정을 저자 특유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들은 솔직하고 아름답고 따듯하다"며 "담백한 깊이로 독자의 마음속에 슬며시 사랑을 넣어 준다"고 설명한다.이 수녀의 해설처럼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켜켜이 쌓인 배추 포기를 책으로 읽어 내는 예민한 시선에 감탄"하게 만들고 "우리 또한 생활 속의 시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존재를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이 깊은 울림이 된다.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소박한 언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쓰기가 어려워 마음대로 조금씩 써서 보관해왔던 것들을 기록이자 추억으로 엮어냈다"며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인정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박한 시집이지만 이 시집 또한 독자들에게 그런 시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편 김민하 시인은 2001년 '아동문예'에서 동시, 2012년 '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2011년에는 '바른손' 일러스트 작가로 등록,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집 '기침하는 꽃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며 2014년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영화평을 연재했으며 2020~2022년 무등일보에 '생각 한 방울' 연재, 2024년에는 월간지 '아트플러스'에 '생각 한 방울'과 시 칼럼 일러스트를 연재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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