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환희로 드러낸 서정 향연
주변 이야기 섬세한 언어로 그려
순박한 마음에 효심과 꿈 담아내

시인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삶과 자연, 존재를 말한다.
허용우 시인이 제2시집 '작은 상자 하나'(풍백미디어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총 7부 77편의 시를 담았다. 그의 시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곳곳에 스며있다. 또 순박한 시정신, 고향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 자신이 키워나가는 꿈과 만나볼 수 있다.
그의 표제작 '포근한 품속이 그리워' 전문이다.
"저기 산이 누워 있다./ 아이가 블록 놀이를 한다/ 아이는 빌딩을 세우고/ 길을 열고/ 공원을 만들고/ 예쁜 집을 짓는다/꿈을 심고/ 사랑을 퍼트려/ 이상의 세계를 만든다/ 포근한 품속이 그리워/ 대지의 젖줄을 찾아/ 더듬 더듬 산을 오른다/ 저기 엄마가 누워 있다."
시의 소재 '산'은 엄마의 은유이다. 산 이야기로 엄마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시어로 섬세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매달 고향 진도에 계신 노부모를 찾는 효자인 시인은 고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부모님 얼굴 옹타리 논/ 희망의 씨앗을 뿌려/ 땀으로 키워내야지/ 옹타리 논 되어 구름에 미소 짓고/ 맑은 연못 만들어/ 푸른 하늘 품어봐야지"
그는 시에서 '옹타리논'을 끄집어낸다. 옹타리논은 '다랑논'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옹타리논은 부모님 얼굴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고향을 말하고 부모와 꿈을 펼쳐낸다.
시인이자 그의 은사인 오덕렬은 "이 시에서 시인의 순박한 시 정신을 만난다. 시인의 고향 사랑과 만나고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만나고, 시인이 키워가는 꿈을 만난다"고 말했다.
박해현 초당대 초빙교수는 "진도 씻김굿에서 나타난 망자를 보내는 슬픔을 환희의 기쁨으로 표현한 진도인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그의 시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바쁜 일상에도 시인은 옆에서 자연을 느끼라고, 나무를 보라고, 산새 소리를 들으라고 말하는 상수리나무를 좋아한다는 아내의 말에도 그가 추구하는 시세계가 함축돼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 우리의 내면을 한없이 따뜻하게 하는 시편들이 가득하다.
허용우 시인은 계간 동산문학 2015 여름호 신인상에 당선, 등단했고 남도문학회 부회장을 지낸 후 현재 초당대에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여행'이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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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조로 펼쳐낸 삶의 사유와 서정 글은 삶의 시간과 풍경을 펼쳐내는 캔버스이다.경제학자에 이어 시인으로 인생 제2막을 채우고 있는 정언(柾彦) 손형섭씨가 제2시조집 '새벽'(도서출판 서석刊)을 펴냈다.그는 지난 2023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당으로 시조시인의 이름을 얻고 지난해 5월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낸 뒤 1년 만에 두 번째 시조집을 발표했다.이번 시조집에는는 단시조(短時調)만 100편이 실렸다.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관해 각각 17편씩 68편을 수록했다. 5부 '인연'과 6부 '전라도여'에는 삶과 시대에 대한 32편을 담았다."아련히 들려오는/ 조선 닭 울음소리// 눈곱 낀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은/ 새날을 믿는/ 희망이요 출발이다"('새벽'전문)동트기 전 눈을 뜨며 이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은 창으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을 연다.어느새 황혼에 이른 나이에도 아침은 늘 새롭고 인생은 설렌다.그가 말하는 아침은 희망이자 출발이며 행복이며 기쁨이다.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이고, 품격을 얹어 감동을 우려낼 수 있어서 단시조를 쓰고 싶었다. 45자 내외의 짧은 언어로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서정을 정형 틀로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그것은 고려 말부터 우리 선조들이 조상 대대로 즐겨 노래했던 멋과 풍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민족의 문학적 양식이므로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막상 단시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편의 단시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다"며 "따라서 '빈 항아리'란 나의 단시조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말로 대하고자 한다"고 적었다.'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 (빈 항아리)손형섭 시인은 1942년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경영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2007년 정년퇴임 후 고(故)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늦깎이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75세인 2017년 '문학예술' 봄호에 시 부문 신인상을, 가을호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각각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욕으로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 4권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아무려면 어떠랴' 등 3권을 발간했다.또 2023년 '월간문학' 9월호에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냈다.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남지회장과 광주시문인협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광주시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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