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로 펼쳐낸 부모와 고향 그리고 꿈

입력 2022.12.21. 11:36 최민석 기자
허용우 시집 '작은 상자 하나' 출간
슬픔을 환희로 드러낸 서정 향연
주변 이야기 섬세한 언어로 그려
순박한 마음에 효심과 꿈 담아내

시인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삶과 자연, 존재를 말한다.

허용우 시인이 제2시집 '작은 상자 하나'(풍백미디어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총 7부 77편의 시를 담았다. 그의 시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곳곳에 스며있다. 또 순박한 시정신, 고향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심, 자신이 키워나가는 꿈과 만나볼 수 있다.

그의 표제작 '포근한 품속이 그리워' 전문이다.

"저기 산이 누워 있다./ 아이가 블록 놀이를 한다/ 아이는 빌딩을 세우고/ 길을 열고/ 공원을 만들고/ 예쁜 집을 짓는다/꿈을 심고/ 사랑을 퍼트려/ 이상의 세계를 만든다/ 포근한 품속이 그리워/ 대지의 젖줄을 찾아/ 더듬 더듬 산을 오른다/ 저기 엄마가 누워 있다."

시의 소재 '산'은 엄마의 은유이다. 산 이야기로 엄마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시어로 섬세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매달 고향 진도에 계신 노부모를 찾는 효자인 시인은 고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부모님 얼굴 옹타리 논/ 희망의 씨앗을 뿌려/ 땀으로 키워내야지/ 옹타리 논 되어 구름에 미소 짓고/ 맑은 연못 만들어/ 푸른 하늘 품어봐야지"

그는 시에서 '옹타리논'을 끄집어낸다. 옹타리논은 '다랑논'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옹타리논은 부모님 얼굴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고향을 말하고 부모와 꿈을 펼쳐낸다.

시인이자 그의 은사인 오덕렬은 "이 시에서 시인의 순박한 시 정신을 만난다. 시인의 고향 사랑과 만나고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만나고, 시인이 키워가는 꿈을 만난다"고 말했다.

박해현 초당대 초빙교수는 "진도 씻김굿에서 나타난 망자를 보내는 슬픔을 환희의 기쁨으로 표현한 진도인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그의 시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평했다.

바쁜 일상에도 시인은 옆에서 자연을 느끼라고, 나무를 보라고, 산새 소리를 들으라고 말하는 상수리나무를 좋아한다는 아내의 말에도 그가 추구하는 시세계가 함축돼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 우리의 내면을 한없이 따뜻하게 하는 시편들이 가득하다.

허용우 시인은 계간 동산문학 2015 여름호 신인상에 당선, 등단했고 남도문학회 부회장을 지낸 후 현재 초당대에 재직 중이다.

시집으로 '여행'이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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