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대한 응전·내면과의 대화
죽음을 향해 이뤄지는 노동 비판
자신의 노동 체험 속에서 삶 노래
철도원으로 평생 일하다 은퇴한 시인이 자신의 삶과 체험을 다룬 시집을 펴냈다.
유종 시인이 첫 시집 '푸른 독을 품는 시간'(도서출판 b刊)을 출간했다.
그는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은퇴를 한 뒤 문학에 몰두하며 첫 시집을 내놓았다. 시집에는 총 4부에 57편을 담았다. 제1부에서는 시인의 생활 속에서의 정서가 담긴 시들을, 제2부에서는 오랫동안 철도노동자로 살아오는 과정의 체험들이, 제3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시적 사유들을 담고, 제4부에서는 현실에 대한 자신의 삶으로서의 응전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내면과의 근원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시편들로 각각 채워졌다.
그 가운데 특히 시인 자신의 노동 체험 속에서의 삶을 노래한 시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안개 자욱한 철길 / 철야 작업 끝 쓴 입맛 다시던 / 무개차 위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 두꺼운 밤의 겉옷 한 꺼풀씩 벗겨내면 / 새벽이 오고, 또 새벽이 오고 / 그리고 또 허기진 새벽 / 아내와 어린아이들 뒤로하고 / 안개에 묻혀버린 젊은 철도원 눈동자 / 밤은 고요하고 거룩"('고요한 밤 거룩한 밤' 중 일부)
시인은 죽음을 향해 이루어지는 노동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시인에게 혹은 돌아오지 않는 남편과 아버지를 둔 유가족에게 어떤 삶의 위로를 전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철야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 길에 파출소 앞에서 불심검문을 당하며 기름때와 땀내에 전 작업복 가방을 강제로 열어 보이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수치심과 그로 인한 서러운 회억을 토로한다.
그런데 삶에서의 이러한 슬픔이나 고통, 수치심 등을 드러내면서도 시인은 감정이 고조되거나 불필요한 목청을 돋우지 않고 차분한 애도와 성찰을 통해서 시를 단단히 영글게 만든다. 젊은 여자가 기관차에 부닥쳐 죽은 사태에 즈음하여 크나큰 정신적 충격 속에서도 기관사나 동료들의 반응을 철도노동자의 즉자적 반응이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한 인간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떤 편견이나 왜곡에 기초한 신념이나 이념, 상투적인 인식이나 상상에 의거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인간 삶의 심오함과 세계의 심원함 그 자체로 인식하려는 내재성의 태도를 일관되게 고집하고 있다.
시인 임동확은 "어떤 집단의식과 같은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자립적 개인성의 촉수에 따라 한 여자의 비극적 종말과 그와 관련된 기관사의 실종 사태를 다루고 있다"며 "이번 시집은 지난 시대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곡진한 이별과 동시에 내일을 미리 당겨 쓰고자 하는 욕망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출사표"라고 평했다.
유종 시인은 해남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난 2005년 광주전남 '작가' 신인 추천 및 '시평' 여름호를 통해 등단,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새책안내] 의롭고 당당한 함평 역사 이야기 外 의롭고 당당한 함평 역사 이야기남성우 지음2017년 봄, 저자가 40여 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함평으로 돌아와 새롭게 만난 '만가촌고분군'은 마음속에 깊은 인상으로 각인됐다. 틈날 때마다 함평의 고분들을 찾아 나섰고, 고분에 담긴 함평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였다. 51개의 유적지에서 만난 200여 기의 고분이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함평의 당당하고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역사 그 자체였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함평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함평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를 채집해 나갔다. 함평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재미다. 박제된 과거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삶 한가운데에서 작동하는 역사의 흔적들을 마주하며 역사를 나와 우리의 일상, 우리 땅의 이야기로 체감할 수 있게 된다. 텍스토/341쪽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정헌목, 황의진 지음인류학과 SF. 낯선 조합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인류학의 영향 아래 SF를 창작한 작가들이 이를 증언한다. SF 시리즈 '머더봇 다이어리'의 작가 마샤 웰스는 실제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의 문화를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인류학이 실제 세상의 도시와 사회와 문화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려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런 접점에 착안해 '인류학의 렌즈로 SF 읽고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SF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잠재된 가능성을 담아내는 장르이며, 인류학은 낯선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익숙한 자문화를 성찰할 수 있게 돕는 분야다. 그럼으로써 SF와 인류학은 당연시해온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상상력을 자극한다. 반비/320쪽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새러 하트 지음, 고유경 옮김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학 작품들 속에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속 복잡한 구조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악명 높은 모리아티 교수 역시 수학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수학이 어떻게 문학에 스며들어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는지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구 문학과 언어에서 숫자 '3'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숫자 3의 기하학적 특성이 문학적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며, 삼분법과 이야기의 구조(시작, 중간, 끝)가 어떻게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미래의창/416쪽
- · 그해 51개국 이민자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 · 글과 그림으로 마주하는 위로와 치유
- · [어린이] 모범생과 사고뭉치 짝꿍 사이에 벌어진 일은?
- · 우리가 몰랐던 정복자 칭기즈칸의 진면목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